'운동의 정치' 시대에서 '제도의 정치' 시대로
    2006년 06월 24일 01:0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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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민중권력이나 민중의 사회경제적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은 제도 정치의 바깥에서 운동의 형태로만 존재했다. 그러나 한국민주주의의 시계추는 ‘운동의 정치’에서 정당간 경쟁을 기본으로 하는 ‘제도 정치’의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여기에 맞춰 민주파는 민중의 사회경제적 요구를 제도 정치의 안쪽으로 끌어들이는 새로운 정치경쟁의 틀을 만들어야 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최장집 고려대 교수의 진단이다. 최 교수는 오는 29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가 주최하는 ‘6월 민주항쟁과 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란 주제의 심포지엄에 참석해 이같은 내용으로 발제할 예정이다.

발제문의 제목은 ‘한국민주주의와 제도적 실천으로서의 민주주의’.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제도적 실천’이 이날 발표할 내용의 핵심 개념이다.

   
   ⓒ연합뉴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측이 제공한 요약문에서 최 교수는 ‘제도적 실천’을 "민중권력, 새로운 사회경제적 요구들이 정치체제 내로 인풋된 새로운 정치경쟁의 틀의 형성을 말하는 것이고, 이를 통한 정치적 실천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제도적 실천’의 중심적 행위자는 ‘정당’이다. 

최 교수는 민주파가 ‘제도적 실천’에 실패했다고 단언한다. 최 교수는 "민주파는 사회발전에 대한 이념과 비전, 사회경제적 정책 대안을 가지고 새로운 정치경쟁의 틀을 형성하는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파들의 역량은 허약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가 ‘제도적 실천’을 중심 개념으로 세우는 이유는 한국 민주주의의 변화와 관련 깊다. 그는 "한국민주주의 변화의 시계추는 인민/민중권력의 창출을 실현하는, 그리고 그것이 한국의 전통에서 자주 운동의 형태로 표출되는 단계에서 정당간 경쟁을 중심으로 하는 제도화된 정치가 중심이 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의 이같은 인식은 제도 정치의 외부와 내부의 실천 각각에 대한 현실적이고 냉정한 평가를 주문하고 있다. 그는 "운동의 힘, 운동의 정치에 대한 현실주의적이고 회의적인 평가 위에서 현실 정치의 중요성과 그 제도화의 문제가 다시 조망되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이 과정은 민주적 제도화의 이념적 기반이 되는 정치적 자유주의와 다원주의의 재평가를 동반한다. 

최 교수는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개헌론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그는 지금 나오는 개헌논의는 "정치의 실패에서 발생한 문제를 정치 밖의 다른 수단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이라며 "민주정치 발전에 역효과를 갖기 쉽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차이를 갖지 않는 정당들이, 그리고 특히 민주파들이 그들의 정치적 실패를 정당화하거나, 극복하기 위해 그 방법이나 출로를 제도의 변화에서 찾으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며 "문제는 제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잘 작동할 수 있는 정치의 하부기반 강화"라고 지적했다.

한편 오는 29일 오전 10시부터 열리는 심포지엄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6월민주항쟁의 기념과 계승·발전’에서는 ▲한국민주주의 전개의 특징과 6월 민주항쟁의 기념(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민주화운동의 계승과 발전 : 87 항쟁 이후 사회운동의 평가와 전망(김상곤 한신대 교수) 등을 주제로 발제가 이뤄지고 김태일, 이태호, 정근식, 정성헌씨 등이 토론자로 참석한다.

2부 ‘민주화·세계화 이후의 한국 민주주의’에서는 ▲헌정민주주의와 민주헌정주의 : 민주헌정 20년의 성찰과 대안(박명림 연세대 교수) ▲세계화 이후 경제·사회 민주주의의 현주소(장상환 경상대 교수) 등의 발제와 함께 김제선, 김형기, 박찬표, 신광영씨 등이 토론자로 나선다.

3부 종합토론의 발제는 최 교수가 맡고 김상봉, 김호기, 손호철, 안병욱, 이병천, 이종오, 정현백씨가 토론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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