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윤확보 우선, 사고는 필연…직영제 해야
    By
        2006년 06월 23일 02:06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사상 최대의 학교급식 식중독 사고가 대규모 급식업체에서 발생했다. 학교급식 위탁업체 중 1위 업체인 CJ푸드시스템이 운영하는 서울 경기 인천의 학교들에서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자 타 업체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식중독 사고의 절반 이상은 학교급식에서

    최고의 시스템을 자랑하던 업체였으니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서울, 인천, 경기 교육청은 발빠르게 해당업체가 운영하는 학교들의 학교급식을 중지 조치하였다.

    교육부 집계에 의하면 16일 이후 서울 경기 인천의 22개 학교에서 1,500명의 환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동안 학교급식 식중독 사고는 6월에 가장 많이 발생해왔는데 공교롭게도 6월 말에 이러한 사고가 대규모로 발생하였다. 사실 식중독 사고는 해마다 예견되는 사고여서 교육당국은 예방을 위한 다양한 조치들을 그동안 펼쳐왔다. 올해에도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자 사고 예방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기도 하였다.

       
     

    식중독이 끊이지 않는 이유들

    매년 수천 명의 아이들이 학교급식 식중독 사고의 피해를 입고 있는 게 우리 학교급식의 현주소이다. 하지만 학교급식 식중독 사고는 ‘예방철저 구호’만으로 예방하기란 쉽지 않다.

    학교급식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발생하는 식중독 사고의 원인으로 저질 식재료, 간편 조리식품 사용, 영리 목적의 위탁급식, 정부와 지자체의 급식 지원 부족 등을 꼽고 있다. 위생도 엉망이고, 출처도 불분명하고, 값싼 식재료를 사용하다 보면 식중독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원들이 2003년 4월 비위생적인 학교급식에 대한 항의 표시로 식판을 들고 있는 모습(서울=연합뉴스)
     

    또한 위탁급식에서 식중독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도 지적하고 있다. 이윤을 낼 목적으로 급식을 운영하다보니 급식비에서 식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적은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점, 이번 사례처럼 식중독 사고가 나면 줄줄이 발생한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학부모에게 인건비까지 포함해 급식비를 거의 다 부담시키다 보니 질 높은 급식 제공이 어렵다는 점 또한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영양사 등 급식 담당자 처벌 강화만을 내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물론 식중독 사고 발생 업체에 대한 명확한 조사와 합당한 조치는 당연히 있어야 하겠다.

       
     

    2005년 말 현재 학교급식은 10,780교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매일 735만 명이 학교 밥을 먹고 있고 예산의 규모만 해도 연간 3조 1,710억원에 이른다.

    그렇기 때문에 전국의 거의 모든 초중고에서 학교급식을 하는데 식중독 사고가 1건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일 수 있다. 또한 학교급식은 식중독 사고만 문제가 아니다.

    정부 재정지원 확대해야

    학교급식 개선을 바라는 학부모들과 시민단체들은 식중독 사고 예방 등 학교급식의 여러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급식법개정 등 제도의 개선과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학교급식이 지향해야 할 방향으로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질 수 있는 안전하고 질 좋은 우리농산물 사용, 급식업체의 영리를 배제하고 교육목적으로 운영되는 직영급식, 정부와 지자체의 급식지원을 통한 단계적 무상급식 확대, 학부모의 민주적 급식운영 참여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학교급식은 단순히 학교에서 한 끼니 밥을 먹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국가 정책이다. 교육, 건강, 환경, 농업, 자치 등 중요한 가치들이 학교급식에 함축되어 있으므로 멀리보고 학교급식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관련법 6개나 제출, 논의는 ‘없음’

    현재 국회에는 앞서 제시한 급식의 개선방향이 담긴 학교급식법개정안이 정부안을 포함해 여섯 개나 제출되어 있다. 하지만 17대 국회 들어 2년 동안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되고 있는 현실이다. 오죽하면 급식운동단체들이 교육상임위 장례식까지 치렀을까?

    오히려 급식 바람은 지역에서 불어오고 있다. 정부와 국회보다 앞서가는 지자체와 지방의회에서는 학교급식지원조례를 제정하고 있으며 학교급식을 지원하는 지자체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교육부가 5월1일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전국 11개 광역자치단체와 142개 기초자치단체에서 학교급식 지원조례를 제정하였거나 추진 중에 있으며, 153개 지자체에서 3,784개교에 563억원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학교급식의 중요성 때문인지 각 정당들은 그동안 선거 때마다 학교급식과 관련된 공약들을 화려하게 내걸었지만 그 약속을 안 지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제는 초당적인 협력을 통해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학교급식법 전면 개정 등 머리를 맞대고 각고의 노력을 함께 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말자. 수천 명의 학생들이 학교급식 식중독에 고생하는 우리의 학교 현실, 이제는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