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 "대북 선제공격" vs 체니 "안돼"
    2006년 06월 23일 02: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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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경우 미국은 발사 전에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선제공격해야 한다.”
“대북선제공격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지금 상황으로는 이 문제를 적절한 방식으로 다뤄야 한다.”

미 행정부의 전현직 관리들이 한 말이다. 언뜻 봐선 선제공격을 주장한 쪽은 대북 강경파이고 선제공격을 반대한 쪽은 온건파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뜻밖에도 첫 번째는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주장한 것이고, 두 번째는 이에 대한 딕 체니 부통령의 반응이다.

   
 ▲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
 

페리 전 국방장관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방장관을 역임한 인물로 1998년 북한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하자 대북정책 조정관으로 임명돼 북한을 방문한 후, 북한과 미국이 3단계에 걸쳐 상호 위협을 줄이면서 관계를 개선하자는 내용의 대북 접근법 ‘페리 프로세스’를 발표했다.

페리 프로세스는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은 배제하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중지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 중단 △북미 관계 정상화의 3단계를 제시했다. 이와 같은 그의 전력에 비추어볼 때 페리 전 국방장관의 선제공격 제안은 매우 뜻밖의 일이 아닐 수 없다.

페리는 애쉬튼 카터 전 국방차관보와 함께 쓴 글에서 미사일 방어(MD)를 통한 요격이 아니라 잠수함에서 고성능 크루즈 미사일이나 전폭기로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선제공격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가 이미 선제공격을 미국의 공식적인 국방정책으로 채택해 발표했다”며 “따라서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해 이 정책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의 반대를 의식해 페리는 북한의 미사일은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것이며 따라서 선제공격이 한국군이나 주한미군과 관계없는, 미 본토에서 발진한 미군의 작전이라는 논리를 제시했다. 또 북한이 선제공격을 당한 후에 남침을 강행할 가능성이 적다며 “만일 북한이 오판해 남침한다면 김정일 정권은 수주 안에 붕괴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대북 선제공격을 주장하는 강경파의 논리와 놀라울 정도로 똑같은 주장이다.

반면 대북 강경파인 체니 부통령은 22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페리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충고는 고맙다”면서 “현재 미국은 적절한 방식으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며 선제공격을 고려하지 않고 않음을 나타냈다.

   
 ▲ 딕 체니 미 부통령

체니 부통령은 또 미국은 북한이 발사하려는 것이 인공위성인지, 미사일인지, 무엇을 탑재하는지를 알지 못한다면서도 “북한이 수년간 스커드 미사일을 만들어왔지만 과거 있었던 시험발사에서 뚜렷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며 북한의 미사일 개발 능력에 회의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강경파로 알려진 체니 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온건파, 협상파로 알려진 페리 전 장관의 선제공격 발언과 대비된다. 그렇다면 페리 전 장관의 선제공격 발언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페리 전 장관이 선제공격을 주장한 것은 전혀 뜻밖이 아니라고 말한다. <페리 보고서>의 공개되지 않은 부분에 이미 북한에 대한 무력공격 방안이 제시돼 있고, 페리는 국방장관 재직 시절에 카터 차관보와 함께 북폭 시나리오를 짰던 인물이기 때문에 이번에 선제공격을 주장한 것이 전혀 이상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페리 전 장관은 또 지난 2004년 미국 대선 당시 존 케리 민주당 후보의 안보정책 자문역을 맡아 “북한이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보다 더 위협적”이라거나 “북한이 핵무기를 6~8개 보유”하고 있으며 “부시 대통령이 실효성 없는 6자회담에 매달리느라 북한에 핵무기를 개발할 시간만 주고 있다”는 등 케리 후보의 대북 강경발언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 바 있다.

박명림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외교안보정책은 사안에 따라 다르다”라며 “공화당은 강경파, 민주당은 온건파라고 보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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