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단퇴장 이후 2라운드,
    정의당과 자유당, 날선 공방 이어가
    민주당과 민주평화당은 자유당 향해 "전형적 내로남불"
        2019년 03월 20일 11: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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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선거제도 개편안을 놓고 연일 공방을 이어가던 자유한국당과 정의당이 20일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의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놓고 또 다시 각을 세웠다. 자유한국당이 정의당을 향해 “야당 역할을 포기했다”고 공세를 펴자, 정의당은 “개는 두려울수록 크게 짖는다”며 맞섰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윤 원내대표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향해 “공정한 선거제도가 만들어지면 정의당이 교섭단체가 돼서 반대한다고 하신 것이 정말 사실인가”라고 묻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고 항의하며 연설 시작 2분 만에 집단 퇴장했다.

    앞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부대변인”이라고 한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에서 강하게 항의하자, 나 원내대표는 “제 얘기를 듣고 나중에 비판하라”고 한 바 있는데, 이날은 자유한국당이 소수야당의 원내대표 연설을 거부한 셈이 됐다.

    최석 정의당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의 고성과 집단퇴장에 대해 “추한 모습”, “전형적인 소인배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윤소하 원내대표가 팩트로 뼈를 때리니 아프긴 아팠던 모양”이라며 “들어야 할 이야기는 회피하고, 연일 뒷방에 숨어서 가짜뉴스나 생산하며 모략을 일삼고 있으니 제1야당이란 이름이 아깝다”고 질타했다.

    더 나아가 “자유한국당은 국민들에게 왈패집단 정도로나 인식된다”며 “계속해서 부당하게 의석수를 챙기겠다는 날강도 심보가 참으로 꼴사납다. 언제까지 배부른 돼지 노릇이나 하면 살텐가”라고도 했다.

    김종대 같은 당 원내대변인도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못 다한 이야기’라는 제목의 브리핑을 내고 “‘북미 간 대화를 가로막고, 냉전의 과거를 다시 드리우려 하고 있는 집단은 아베 정부와 한국의 제1야당 자유한국당 정도다’. 한국당의 졸렬한 퇴장으로 한국당 의원들에게 전하지 못한 내용”이라며 “본회의장에서 보인 태도와 함께 이 또한 돌아볼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야당 역할 스스로 포기, 5당 합의는 정치적 표현”
    정의당 “볼품없는 비난…의석 강탈해 재집권 노리나”

    자유한국당은 윤 원내대표가 현 정부가 아닌 자유한국당을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며 “야당 역할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만희 원내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연설의 대부분을 살아있는 권력인 현 정권이 아니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비판하는 데 사용했다”며 “이는 정의당 스스로 민주당 2중대임을 자인하는 것이자, 당리당략에 눈이 멀어 국민이 부여한 ‘권력에 대한 감시’라는 야당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고 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지난해 말 여야 5당의 ‘합의문’이 “정치적 표현”이었다고도 했다. 그는 “5당 원내대표의 합의 정신까지 왜곡하며 적극 검토하자는 정치적 표현이 마치 개정에 합의한 기정사실인 것처럼 거짓 선동의 정치를 자행하는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주도하는 선거제 개편안을 따른다면, 현 제도에서는 교섭단체 지위를 얻기 어려운 정의당이 가장 큰 정치적 이익을 가져가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안”이라며 “이러한 정의당의 행태가, 지금 민주당 등이 강행하려는 선거제 개편이 좌파 연합 국회를 만들어 좌파 정권의 장기집권만 도울 뿐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이에 재반박 논평을 내고 자유한국당을 재차 질타하고 나섰다.

    김동균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자유한국당이 무례한 집단 퇴장도 모자라 원내대변인이 나서서 우리당 윤소하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볼품없는 비난을 늘어놓았다”고 지적했다.

    김 부대변인은 “요즘 들어 자유한국당이 정의당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자고 일어나면 정의당 욕”이라며 “개는 두려워할수록 크게 짖는다고 한다. 불의한 집단이 ‘정의’를 두려워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비꼬았다.

    자유한국당을 향해 “의석 강탈”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불비례성이 큰 현행 선거제도 하의 가장 큰 수혜자인 자유한국당이 잘못된 현행 제도를 유지해 기득권을 사수하려 한다는 비판이다.

    김 부대변인은 “이번에 선거제도 개혁를 막고 의석을 양껏 강탈해 그를 발판으로 재집권을 노린다는 게 자유한국당의 속내인 게 분명하다. 망상도 이 정도면 병”이라며 “자유한국당은 집단 진료를 받아야 마땅할 상황”이라고 질타했다.

    여야, 일제히 자유한국당 맹비판
    민주평화당 “자유한국당 집단퇴장은 소수정당 무시”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등도 윤 원내대표의 연설에 항의하며 퇴장한 자유한국당에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자유한국당의 집단 퇴장에 대해 “헌정사에서 나쁜 사례로 남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과 며칠 전 나경원 원내대표의 연설 때 더불어민주당 측이 항의했을 때 비난했던 것을 벌써 잊었나”라며 “내가 하는 연설은 남이 들어줘야 하고 남이 하는 연설은 퇴장해도 된다는 말인가. 또 하나의 내로남불로 비난받아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아무리 껄끄러운 이야기가 나와도 경청하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면 될 일”이라며 “나경원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의 오늘의 행태는 소수정당에 대한 무시에서 비롯된 것으로 자유한국당의 정치시계가 아직도 박근혜 국정농단 시절의 오만과 불통, 편견에 멈춰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질타했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그 내용이 아무리 거슬렸다 해도 타당의 대표연설은 끝까지 듣는 모습을 보여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혹평했다.

    권 원내대변인은 “자유한국당 대표가 연설할 때 다른 당 의원들이 퇴장하면 어떻겠는가. 자유한국당 대표가 연설할 때 다른 당 의원들이 퇴장하는 부분에 대해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비판한 적이 없는가”라며 “부디 기본적인 예의가 지키라”고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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