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교안 대표에게 보내는
    한 ‘좌파 홍위병’의 편지
    [기자칼럼] “썩은 뿌리에선 꽃이 피지 않습니다”···맞는 말입니다
        2019년 03월 20일 03: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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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황교안 대표에 의해 졸지에 ‘좌파 홍위병’이 된 정의당의 평당원입니다.

    황 대표는 어제 19일 자유한국당 주요당직자 임명장 수여식 및 4.3 필승 선거대책회의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정권은 경제와 민생을 살려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오로지 정치공학적인 좌파 야합에만 매달려 있다. 국민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선거법을 만들겠다고 한다. 좌파 홍위병 정당을 국회에 대거 진입시키고, 이를 통해서 좌파독재정권을 연장할 궁리만 하고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좌파 홍위병 정당”이라는 표현은 누가 봐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정의당을 지칭하는 것이겠죠. 최근 황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정의당을 민주당의 2중대, 3중대 라고 극언을 자주 하고 있던데 이제는 좌파 홍위병 정당이라고까지 하는군요. 황 대표의 논리에 따르면 저는 졸지에 ‘좌파 홍위병’이 되어 버렸습니다.

    정치는 말과 언어의 전쟁이라고도 합니다. 그 말이 주요 정치인의 언어와 논평일 수 있고, 또 정책과 같은 체계적이고 논리화된 말·언어의 묶음일 수도 있습니다. 피 흘리는 전쟁이 아니라 서로 비판하고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말들의 전쟁으로 경쟁하는 게 정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신랄한 비판, 풍자, 비틀기 등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바로 어제였죠. 선거제 개편에 대한 자유한국당 나경원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 사이에서도 신랄한 비판의 언어들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여의도 최대의 수수께끼”라는 비판에 “나경원 원내대표야말로 미스테리”라고 했었죠.

    저는 최소한 정치인과 정치인들이 주고받는 언어에 신랄, 풍자, 냉소, 비틀기 등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금도라는 게 있습니다. 그 당의 인격, 그 당의 당원, 그 당의 지지자 전체를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발언을 통해 매도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금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제1야당의 대표라는 황 대표가 노골적이고 적나라하게 그런 금도를 넘는 극언을 같이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 공당을 향해서, 그 당의 당원들과 지지자들을 향해 던진 것입니다.

    저도 자유한국당의 특정 정치인, 예를 들어 박근혜 정권의 법무부장관, 국무총리와 같은 가장 높고 고귀한 직위에 있으면서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는 황교안 대표, 반민특위의 역사를 부정하고 폄훼하고 조롱하는 듯한 나경원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극우 정치인, 후안무치한 사람들이라고 비판과 비난을 종종 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의 당원 전부나 지지자 전체를 극우 파시스트나 반역죄인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제 주변의 지인들 중에도 자유한국당 당원이나 지지자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는 것입니다. 저같은 소수 진보정당의 평당원도 그렇게 언행을 조심합니다.

    원한과 증오 선동하고 부추기는 게 최악의 포퓰리즘

    황 대표나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나 민주당의 국정 수행에 대해서 ‘무책임한 포퓰리스트’라는 비판을 자주 합니다. 사람들의 감정에 호소하거나 영합하면서 국가적 비전과 계획도 없이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행태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민주당의 정책들에 어느 정도 그런 지점이 있다고도 봅니다. 따라서 비판의 합리성도 어느 정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가장 최악의 포퓰리즘은 감정, 그 중에서도 원한과 증오, 적대감을 부추기고 선동하고 확대하는 것입니다. 비판을 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을 비난으로, 원한과 증오로 만드는 포퓰리즘이 최악의 포퓰리즘입니다. 국제적으로 IS의 극단주의자들, 바로 며칠 전 뉴질랜드에서 시민을 향해 최악의 학살을 자행한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바로 그런 원한과 증오를 선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마디 더 하겠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관련한 자유한국당 주요 인사들의 발언을 보면 정의당을 민주당의 2중대, 3중대로 규정하는 발언들이 자주 나옵니다. 정의당의 이미지를 민주당에 소속되거나 위성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만들려는 악의가 느껴지는 표현들이라고 봅니다.

    과연 누가 2중대인가?
    민주당과 자유당, 그들은 어디서 찰떡궁합이 되나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지금도 국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고 대한민국 수백만의 비정규직 노동자, 노조 없는 노동자들의 운명과 관련된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에 대해 정의당이 민주당의 2중대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정의당은 민주당이 강행하려는 그 정책에 대해 가장 비타협적으로 싸우고 있지 않습니까? 오히려 자유한국당이 평소에 그렇게 저주하고 비판하던 민주당의 굳건한 동맹군 역할(저는 2중대라고 표현하지는 않겠습니다)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뿐입니까? 박근혜 정권의 규제프리존법과 동일한 지역특구법, 은산분리를 완화한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기업과 재벌 관련한 규제를 완화하거나 혜택이 돌아가는 법과 제도 등에서는 둘이 찰떡궁합 아니었던가요?

    그런데 이렇게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와 최저임금 개악 추진을 넘어 이제는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노동유연성 강화, 노동조합 비판’을 강조하고 있는 정당, 노동정책과 관련해서는 박근혜 정권의 노동정책 기조와 큰 차이가 없는 민주당이 좌파이고 이들이 집권하는 정부를 좌파 정권이라고 하니, 참으로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입니다.

    좌와 우를 바라보는 시각이 왜곡되어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깨진 안경을 통해 세상을 보면서 그 깨진 안경 속 세상이 흐트러지고 일그러져 있다고 세상을 비판하고 저주하는 어떤 망상가의 모습을 보는 거 같습니다. 자신의 깨진 안경을 먼저 돌아볼 일입니다.

    급한 마음에 두서없이 썼습니다. 마지막으로 황 대표에게 드리고 싶은 표현이 있는데 마침 황 대표가 본인의 페이스북에 썼더군요. “썩은 뿌리에서는 꽃이 피지 않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다만 어떤 나무의 뿌리가 썩었는지, 깨진 안경이 아닌 멀쩡한 안경으로 스스로를 돌아보시길 바랍니다.

    필자소개
    정종권
    레디앙 편집국장, 전 진보신당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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