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권위, 헌재에 공식 의견서
    "낙태 형사 처벌은 여성 기본권 침해"
    정의당 여성위 "지당하고 바람직한 의견....위헌 심판 기대"
        2019년 03월 18일 04: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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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인권위원회가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 건강권과 생명권, 재생산권 등을 침해한다며 위헌 취지의 의견서를 17일 제출했다. 인권위가 헌법재판소에 “낙태죄는 위헌”이라는 공식 의견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재는 내달 중 낙태죄 위헌 여부를 판단한다.

    인권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배포해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건강권과 생명권, 재생산권 등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 ▲건강권 및 생명권 침해 ▲재생산권 침해 ▲형사정책적 정당성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민주 국가에서 임신을 국가가 강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임신의 중단, 즉 낙태 역시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결정할 권리가 있고,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부동의 낙태 등 문제들은 의료법 개정 등 다른 방식으로 해결이 가능하며 사회적 논의를 통해 조화로운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음에도 낙태죄 조항은 생산적인 논의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의 생명·건강권 침해와 관련해 “여성이 낙태를 선택할 경우 불법 수술을 감수할 수밖에 없고, 의사에게 수술을 받더라도 불법이기 때문에 안전성을 보장받거나 요구할 수 없다”며 “수술 후 부작용이 발생하여도 책임을 물을 수 없어서 여성의 건강권, 나아가 생명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안전하지 않은 여성의 임신중절이 모성 사망과 질병의 주요 원인이라는 관점에서 낙태 처벌조항을 삭제할 것을 주문한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한국정부에 대한 최종 권고문도 언급했다.

    인권위는 “국가는 이러한 권고의 충실한 이행을 통해 실질적인 여성의 건강권과 생명권 보장책임을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낙태죄는 일본의용형법에서 유래한 것으로, 국가의 인구정책적 필요에 따라 작동 여부가 변화해왔다”면서 “‘모자보건법’상 우생학적 허용조건을 활용해 생명을 선별했다는 문제 제기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측면에서 낙태죄의 입법목적이 정당하게 실현되었는지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낙태죄의 낙태 예방 효과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발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면, 임신 경험 여성의 19.9%가 학업이나 직장 등 이유로 낙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는 이러한 자료를 인용해 “낙태죄로 인해 낙태율이 줄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규정하며 “오히려 낙태죄는 상대 남성이 여성에게 관계 유지나 금전을 요구하며 이를 거절할 경우 낙태 사실을 고발하겠다는 협박이나 보복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낙태를 형사 처벌하는 것은 적정한 방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부동의 낙태 등 문제들은 의료법 개정 등 다른 방식으로 해결이 가능하며, 사회적 논의를 통해 조화로운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음에도 낙태죄 조항은 생산적인 논의를 가로막고 있다”며 “인권위는 오랜 기간 여성을 옭죄어 왔던 낙태죄 조항이 폐지되어 여성이 기본권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당 여성위 “지당하고 바람직….위헌 심판 기대”

    정의당 여성위원회는 18일 논평을 내고 “국가인권위원회의 낙태죄는 ‘위헌’이라는 의견 제출은 인권을 총괄하는 기구로서 지당하고 바람직한 의견”이라며 환영했다.

    여성위는 “인권위의 의견은 현재 헌법, 세계인권선언, 유엔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 등의 근거하고 있다”며 “충분한 근거 속에서 제출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1953년 일제의 잔재로 들어왔던 낙태죄 형법은 2019년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 헌법재판소 위헌 심판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2012년 헌재는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공익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사익보다 우선한다”며 낙태죄는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대립구도로 놓고 내린 판단인 셈이다. 하지만 낙태죄는 여성과 태아의 권리가 대립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과 함께 낙태죄로 인한 불법 시술 등으로 여성의 생명·건강권이 침해한다는 의견까지 더해지면서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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