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제도 개편 초안 합의,
    바른미래 내부 이견 변수
    여야4당 내부 추인 거쳐 확정···자유당 반발 “좌파 장기집권 플랜”
        2019년 03월 18일 01: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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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4당이 국회의원 정수를 300석으로 유지한 채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으로 하는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합의했다. 쟁점이었던 연동형은 더불어민주당의 요구대로 50%만 하기로 하고 적용하기로 하고 석패율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정의당)과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 바른미래당 간사인 김성식 의원,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은 전날인 17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선거제도 개편 초안에 합의하고 공직선거법 개정안 조문화 작업까지 끝냈다.

    이 초안에 따르면, 의원정수는 300석으로 유지하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3대1로 조정했다. 75석을 늘어난 비례대표는 전국 단위 정당득표율로 정당별 의석을 배분하고 비례대표 의석은 ‘연동률 50%’만 적용한다. 예컨대 A 정당이 정당득표율 10%를 얻었다면 300석의 10%인 30석을 배분하되, 지역구에서 10석이 당선됐다면 비례대표 20석의 절반인 10석만 비례대표로 보충해주는 식이다. 비례대표 의석이 현행 47석에서 다소 늘어나는 점을 감안해 비례대표 후보를 당원이나 선거인단이 투표로 선출하는 규정을 두기로 했다.

    정당별로 비례대표 의석이 최종 나눠지면, 다시 해당 정당이 권역별로 얻은 정당득표율과 지역구 의석 등을 고려해 권역별로 비례대표를 배분하게 된다. 이 권역은 서울과 경기·인천, 충청·강원,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호남·제주 등으로 나눈다.

    지역구에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석패율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권역별 석패율 당선자를 각 당 2인 이내로 하기로 했다.

    청소년 참정권 확대를 위해 선거권 나이도 만 18살로 하향 조정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합의된 선거제 개편 초안은 여야4당이 각 당의 추인 절차를 거쳐야만 최종 확정될 수 있다. 선거제도 개편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올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에 대한 당내 조율도 필요하다.

    거의 대부분의 주장이 관철된 민주당에선 무리 없이 추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과 민주평화당도 합의를 환영하며 자유한국당의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8일 오전 서면 브리핑을 내고 “정개특위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혁안 합의를 환영한다”며 “지역주의 완화와 비례성 강화라는 헌법정신을 합의를 통해 이뤄낸 정개특위 여야 4당 대표에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일하는 국회, 상생의 국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선거제 국회를 반드시 20대 국회에 처리를 해야 한다”며 “민심 그대로를 반영하는 선거제 개혁에 자유한국당은 즉각 동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도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애초 논의했던 온전한 연동형은 아니지만, 300명 의원정수를 늘리지 않고 최대한 연동형을 실현하는 방안”이라며 “여야 4당의 노력 끝에 나온 안을 빠른 시일 내에 패스트트랙에 올려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다.

    선거제와 개혁입법 패스트트랙 추진에 반발하는 자유한국당을 겨냥해 “정치 개혁을 막는 수구세력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걸림돌일 뿐”이라며 “정의당은 조속히 패스트트랙을 시작해, 선거법과 함께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처리해 대한민국 개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 4당 합의안 초안, 바른미래 내부에서 이견 적잖아

    문제는 바른미래당이다. 바른미래당에선 선거제 개편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것 자체에 대한 내부 이견이 있고, 현재의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안 내용에 대한 반발도 있다. 자유한국당을 배제하고 ‘선거룰’를 정하는 것에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한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서 “선거제를 연동형으로 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조금씩 의견이 달랐고,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조정법이 같이 패스트트랙으로 가는 것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고 당내 사정을 전했다.

    다만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도 굉장히 중요한 큰 아젠다이기 때문에 지금 제출된 안으로 패스트트랙을 태우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의원들이 있다”며 “그런 부분들을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수정보완이 가능하고, 그 수정보완된 안에 대해 여야 4당이 합의를 이룬다면 일부는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 의원은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선거의 룰이기 때문에 한쪽 진영을 배제하고 패스트트랙으로 다수가 밀어붙이는 것이 맞는 것이냐는 의견을 피력하고 연동형 선거제 자체를 패스트트랙으로 태우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이 있다”며 “선거룰을 패스트트랙으로 가는 것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설득하기가 요원하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출신인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누더기 법안이 되고 말았다. 이런 법안을 여당이 하고자 하는 그런 법과 연계를 해서 패스트트랙으로 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여야5당이) 합의해서 통과되지 않으면 현행법대로 치르는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졸속으로 해서 끼워 맞추는 게 어떤 의미가 있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했을 때의 취지도 안 맞고 정부여당이 하는 행태를 보면 그야말로 꼼수다. 여당이 선거법을 볼모로 검경수사권 조정, 공수처법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개특위 합의안을 보면 지역구 의원수를 28석을 줄여야 한다. 내 지역구가 없어지는데 동의할 의원이 어디 있겠나”라며 “정개특위에서 합의가 돼서 패스트트랙을 태운다고 하더라도 그 시점에 가서 표결할 때는 부결될 수밖에 없다. 불 보듯이 뻔한데 그 안을 가지고 다른 여타 법안과 같이 패스트트랙을 태우겠다고 하는 것은 꼼수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연동형하면 정의당 교섭단체돼서 반대?

    자유한국당은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법 등이 처리되면 “나라가 망한다”는 식으로 반발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좌파 이념독재 4대 악법 저지 긴급대책회의에서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법 등 3대 날치기 악법은 민주당 2중대를 교섭단체로 만들고 청와대가 검찰과 경찰을 장악하여 독재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같은 날 열린 좌파독재 저지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비상 연석회의에서도 선거제 개편이 “좌파 장기 집권 플랜”이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원내교섭단체가) 자유한국당, 민주당, 정의당이 되기 때문에 결단코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19대 득표 기준으로 정의당이 내년 선거에서 교섭단체가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어떠한 법을 통과시킬 수 있겠나”라며 “이 선거법은 좌파 연합 국회를 만드는 선거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거제도 개편 저지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느냐, 못 지키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황교안 대표도 “패스트트랙은 좌파 독재 정권 수명 연장을 위한 입법 쿠데타”이자 “대한민국 독재 3법”이라며 “(여당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이 두려운 나머지 민의를 왜곡해서 국회 의석을 날치기 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황 대표는 더 나아가 “(여당이) 정파적 이익에 급급한 소수 야당들과 야합해서 다음 총선에서 좌파 연합 의회를 만들려는 음모”라며 “좌파 연대가 들어서 사회주의 악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세금은 치솟고 기업은 문 닫고 경제는 폭망하고 대한민국은 베네수엘라행 지옥열차에 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공수처에 잡혀가게 되고, 경찰이 국민의 사생활을 들여다보고 온 국민의 삶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비례대표 명부에 투표한 득표율이 지역구 의석을 많이 차지한 정당에는 배분되지 않고 지역구 의석을 적게 차지한 정당에만 비례대표 의석이 배분된다’는 나 원내대표의 망언은 정의당에 가야 마땅할 의석을 자유한국당이 계속 가져가겠다는 협잡과 다를 바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 대변인은 “현행 선거제도는 승자독식으로 민심의 왜곡을 가져오기 때문에 선거제도를 개혁하자는 것”이라며 “이런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개념조차 이해되지 않는다면 의원직을 그만두고 초등학교부터 다시 다녀야 할 것”이라고 직격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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