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성산으로 가는
‘노회찬버스’를 기다리며
[투고] 318 호프번개하고 330 버스 타자
    2019년 03월 15일 05: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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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을 못 출 정도로 몹시 무더운 날의 연속이었다. 한 카톡대화방에 노회찬 사망이라는 짧은 문구가 떴다. 누군가 실없이 장난치는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고서 회의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이었다. 함께 회의를 하던 오동진 선배가 느닷없이 탄식하며 말했다. 노회찬 의원이 죽었다, 라고. 아……. 2018년 7월 23일이었다.

그날 저녁 나는 동대문 버스정거장에 섰다. 기다리던 721번이 왔다. 검은 정장 차림의 한 중년여성이 버스 기사에게 세브란스 장례식장 가는지 물었고, 같은 버스를 탔다. 그이는 버스 안에서도 계속 위치를 확인했다. 내가 말했다. 저도 세브란스 갑니다. 저랑 같이 내리면 됩니다. 그러자 그이는 두리번거리지 않았고, 노회찬의원 조문 간다고 나지막하게 얘기했다.

그렇게 신촌 세브란스 앞에 도착했다. 장례식장에 들어가고 나오는 사람 대부분 노회찬 조문객인 것 같았다. 나는 차마, 그랬다, 차마 들어가지 못했다. 들어가서 조문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면 술에 취해 큰 사고를 칠 것 같아서였다. 나는 병원 바깥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만 연신 피워댔다. 그러면서 정의당 김종철을 만났고, 술에 취한 지담서점 김준수를 만났고, 진기영과 노조 사람들을 만났고, 또 이런저런 망연자실한 얼굴들을 만났다. 그러다가 결국 나는 장례식장에 들어가지 못했고, 쓸쓸히 집으로 갔다. 집 앞에서 술을 사 들었고, 홀로 대취했다. 심장에 눈물이 쌓이고 있었다.

세브란스 장례식장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조문객이 들었다는 노회찬 선배 떠난 지 어느덧 8개월이 지나고 있다. 노회찬 선배 떠나고서 255일 되는 날, 그러니까 4월 3일 창원성산에서는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있다. 노회찬 빈자리를 채우는 선거다. 아픈 선거다. 나에게는 더더욱 아픈 선거다. 노회찬 선배와 오랜 기간 진보정치의 같은 길을 걸으면서도 나는 노회찬 선배 옆에 있지 않았다. 격하게 갈등하기도 했다. 노회찬 선배가 그렇게 갑자기 가고 나니까, 자꾸만 미안하고 또 미안하고. 휴우.

창원성산 선거에 노회찬 유지를 잇고자 여영국이 출마했다.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자세히 나오는 KBS여론조사(조사의뢰자 창원KBS,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 조사일시 2월 15일~17일 3일간 실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등 이런저런 결과를 보면 여영국은 자유한국당 후보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정의당 서울시당에서는 ‘창원성산으로 가는 6411 노회찬버스’를 준비하고 있다. 3월 30일 토요일이다.

그 버스에 탑승하려는 몇몇이 의기투합해서 호프번개를 추진한다. 더 많은 이들이 노회찬버스에 탑승하기를 희망하면서 만든 자리다. 호프번개는 3월 18일(월) 저녁 7시, 마포 노회찬재단 근처, 마노비어 라는 호프집에서 진행한다. 취지에 동의하고 시간 되는 사람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술과 음료 나누며, 노회찬을 함께 떠올리는 자리가 될 것이다. 성산으로 가는 노회찬버스와 여영국을 얘기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울다가 웃다가 하는 그런 자리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4월 3일까지 아예 짐을 싸들고 창원성산으로 내려가고픈 마음 굴뚝같다. 선거대책본부 사무실 청소든 길거리에 나가 한 사람 한 사람 만나 노회찬과 여영국을 얘기하든, 그러고 싶다. 그러나 무슨 업보인지 이 나이 먹도록 실무업무가 끊이지 않는다. 안산에서 동대문에서 헉헉 대느라 도무지 평일을 뺄 수 없는 처지다.

그 미안하고 답답한 마음 가지고 있는 몇몇이 호프번개를 추진했다. 20명 예약했는데, 호프집이 차고 넘치면 얼마나 좋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상상한다. 각자 술값 들고 모이는 자리다. 행여 돈이 없다고 못 오는 그런 자리는 아니다. 1만원이든 1천원이든 좋다. 모자라는 돈은 조금 더 여유 있는 사람들이 십시일반하면 되지 않겠나. 그것이 노회찬의 일평생 삶이었고, 노회찬이 만들려던 세상이었다.

기분 좋게 번개를 마친 뒤에, 3월 30일(토) 다 같이 노회찬버스를 타고 창원성산으로 가자. 나는 가족과 함께 탑승해서 내려가기로 했다.

필자소개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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