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 방침 백지화
    김기식 "조세감면제, 고소득자 더 혜택"
    "총선 고려한 것, 일주일 만에 정책 바꿔 신뢰 훼손"
        2019년 03월 14일 04: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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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검토하기로 한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 방침을 여론의 반발에 밀려 백지화하기로 한 가운데,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일주일 만에 정책을 바꿔버리면서 정부 정책의 신뢰성에 심각한 훼손이 왔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김기식 전 원장은 14일 오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 백지화는 내년 총선을 겨냥한 “명백한 정치적 고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금은 정치의 본질”이라며 “조세정책을 취할 때 정치적 고려를 안 할 수는 없다고 하지만 우리 정부가 세제정책에 있어서 일관성을 상실하거나 혹은 모순된 결정들을 하면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제도는 1999년에 3년 한시적으로 도입해 2002년에 없어질 방침이었다. 그러나 일몰 시한이 다가올 때마다 여론의 반대에 부딪히며 1~3년씩 연장해왔다. 3년 한시 제도가 20년째 이어진 것이다.

    당초 이 제도는 자영업자 과표 양성을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현재는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돼 정부가 굳이 세금 감면 혜택까지 주며 제도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지배적 견해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도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를 전제로 3년씩 연장해오던 것을 1년만 연장하고 지난해 말 폐지 방침을 밝혔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오락가락 조세정책을 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 전 원장은 “최근 홍남기 부총리가 직불카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금융혁신 방안을 내놓은 직후에 소득공제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게 일주일 전”이라며 “이를 일주일 만에 뒤집었다는 점에서 조세정책이 조변석개한다고 하는, 일관성이 없다고 하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처럼 정부가 일주일 만에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로 돌아선 데엔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 “명백한 정치적 고려”라는 것이 김 전 원장의 주장이다.

    일부 언론과 단체 등에서 허위에 가까운 정보를 유포한 것 또한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봤다.

    김 전 원장은 “모 단체에서 연봉 5천만 원을 받는 사람의 경우,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폐지되면 최대 50만 원의 세 부담이 늘어난다는 자료를 낸 적이 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언론과 야당에서 크게 문제를 삼았다. 그런데 이는 허황된 자료”라며 “5천만 원 쓰는 사람이 신용카드로만 3,250만 원을 쓸 경우에만 해당하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장된 이야기에 근거해 언론과 일부 야당이 문제제기를 하니까 일주일 만에 정책을 철회한 것”이라며 “사실상 정부 정책의 일관성, 신뢰성을 크게 훼손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부가 “잘못된 정치적인 고려를 했다”고 판단했다. 김 전 원장은 “보통 국민들이 신용카드로 소득공제를 받았을 때의 세금 혜택이 불과 몇 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얼마든지 다른 직불카드 사용에 따른 세제 혜택을 주게 되면 상쇄가 가능한 부분이다. 적극적인 정책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고 조금 반발이 나오고 허황된 자료에 의해서 공격을 당하니까 한 나라의 경제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경제부총리가 일주일 만에 정책을 바꿔버렸다”고 비판했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조세감면제도로 인해 복지 재원이 축소되는 문제도 지적됐다. 문제는 조세감면제도가 많을수록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이다.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에 돌아가야 할 재원이 고소득자에 대한 혜택으로 돌아가는 역진현상이 벌어지는 설명이다.

    김 전 원장은 “우리나라는 소득세율 자체는 OECD 평균보다 높지만, 근로소득공제, 특별공제 등 다 공제해주고 나면 실효세율은 5.5%밖에 안 된다. 사실은 복지로 지원해줘야 될 것을 너무 많은 소득공제제도를 통해 세금감면으로 대신하고 있다”며 “조세감면제의 가장 큰 맹점은 소득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 많은 혜택을 누리게 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복지는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을 중심으로 복지의 서비스가 직접적으로 지원이 되는 반면 세금감면제도는 역진적이다. 세금감면제도의 특성상 소득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은 감면을 받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권위주의 독재시절에 복지를 제대로 안 하면서 정치적으로 통치의 정당성을 만들기 위해서 조세감면제도를 굉장히 남발해왔다. 독재의 정당성 확보하기 위해, 국민적 지지기반을 만들기 위해서 세금감면제도를 많이 만들어온 것”이라며 부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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