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원식 "노선에 따라 정치권 재편돼야 한다"
        2006년 06월 20일 07: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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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원식 의원은 여당 내 재야파로 김근태 의장의 측근이다. 지난 2.18 전당대회 때는 당시 김근태 후보의 대변인을 지내기도 했다. 그래선지 그는 재야파의 언론 창구 비슷한 모습으로 종종 비춰진다.

    <레디앙>이 그를 만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김 의장의 구상과 재야파의 속내를 듣는 것이 인터뷰의 목적이다. 개혁과 실용, 좌파 신자유주의와 한국식 신자유주의, 케인즈와 멀루니가 두서없이 섞여있는 혼란의 가운데서 그들이 뭘, 어떻게 하려는 건지.

    – 김 의장은 토론하거나 대담하는 모습이 안정감이 있습니다. 대중연설보다 훨씬 좋더군요.

    = 예전에 골방에서 후배들과 세미나하던 버릇이 몸에 배서 그렇겠죠(웃음).

    김 의장은 지난 주말 여러 언론과의 연쇄 인터뷰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사회경제 노선의 일단을 내비쳤다. 김 의장은 한국경제의 문제점을 ‘저성장’과 ‘양극화’로 규정하고, ‘신자유주의’를 그 원인으로 꼽았다. 저성장과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김 의장은 ‘고성장’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신자유주의 정책, 시장만능주의 정책에 대한 재검토와 정부의 역할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 김 의장은 취임 일성으로 ‘서민경제 회복’과 ‘성장’을 말했습니다. 그걸 두고 당내 실용파 의원들과 언론에서는 개혁노선의 폐기라고 반응했죠. 어떻게 보십니까. 김 의장은 새로운 케인즈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하시던데, 그거 신자유주의에 비하면 한결 좌파적인 거 아닙니까.

    = 그렇죠. 어느 언론에선가 ‘김근태가 전향서 썼다’고 하는 거 보고 저도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싶었습니다.

    – 왜 그렇게들 반응했을까요.

    = 개혁과 실용에 대한 잘못된 관념 때문이죠. 개혁과 실용은 대립되는 게 아닌데 대립되는 것으로 간주해 버렸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는 실용적 의제고, 국가보안법 철폐는 개혁적 의제다, 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그렇지 않잖습니까. 국가보안법 철폐는 정치 개혁적 의제이면서 사회의 합리적 발전을 위해 필요한 실용적 의제이기도 합니다. 또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경제부문의 개혁이 필요합니다.

    우 의원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여당 내부의 ‘실용’ 흐름은 먹고 사는 문제를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특정한 입장’을 중시하는 것이다.

    – ‘실용’의 실질적인 내용은 뭘까요.

    = 부동산 문제를 비롯해 특정 계층에만 도움이 되는 정책을 실용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측면이 있습니다. 기득권 세력을 옹호하면서 실용이라는 이름을 걸기도 하고요. 실질적인 내용은 반개혁이죠.

    여당 내 민주파는 지금껏 주로 정치적, 민족적 의제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사회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곧 ‘실용’의 문제로 인식된 데는 민주파의 이런 역할 방기 탓도 없지 않을 것이다.

    – 서민경제 회복을 화두로 제시한 이유가 뭔가요.

       
      ⓒ연합뉴스
     

    = 이제 먹고 사는 문제를 풀지 않고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작년 초부터 양극화를 극복해야 한다, 서민경제를 회복해야 한다, 그게 최고의 개혁이다,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갑작스럽게 나온 얘기가 아닙니다.

    또 이런 측면도 있습니다. 이제 우리 정치도 개혁과 실용 같은 잘못된 구분법이 아니라, 다수의 국민이 잘 사는 길로 우리사회를 끌고 갈거냐 아니면 일부 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보장하는 길로 갈거냐, 하는 문제를 두고 갈려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들이 차이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거든요.

    국민들은 개혁하면 국가보안법 철폐나 사학법을 떠올립니다. 그건 정치이슈적 개혁이죠. 국민들은 자신에게 구체적으로 도움이 되고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그런 개혁을 먼저 하기 원합니다. 사회경제적 개혁이 그렇습니다. 그걸 먼저 하겠다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국민들의 지지를 회복하겠다는 겁니다.

    한국의 (보수) 정치에서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된 제대로 된 견해 차이는 지금껏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도 과연 진지한 견해 차이란 게 존재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암튼, 사회경제 정책에 따른 세력 분별을 촉진하겠다는 얘긴데, 정치적 알리바이에 가까운 이슈를 내걸고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현재보다는 한층 개량된 모델임에 분명하다.

    – 정말 첨예한 건 먹고 사는 방식과 관련된 문제인데요. 이를 기준으로 세력을 가른다면 열린우리당이 온전할까요.

    = 정책을 중심으로 갈라질 수 있다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우리당에서 입장을 달리할 분이 많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근본적으로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분도 있겠지만 대체로 한나라당과 우리당의 차이보다는 우리당 내부의 차이가 덜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여당이 만들어진 건 사회경제노선이 분화되기 이전입니다. 장차 사회경제 노선의 차이가 분명해질 경우 정책을 기준으로 헤쳐모여가 이뤄지지 않을까요.

    = 사회경제정책을 중심으로 정치세력이 재편되는 건 바람직한거죠.

    – 김 의장이 그를 위한 의식적인 노력을 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나요?

    = 이번에 그 첫발을 내딛은 거라고 볼 수 있죠.

    우원식 의원은 정치세력간 사회경제 정책의 분별을 얘기했다. 한편 김 의장은 ‘완고한’ 통합론자이기도 하다. 분별은 쪼개는 것이고 통합은 합하는 것이다. 이 둘을 동시에 이루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 김 의장은 통합을 얘기합니다. 고건 전 총리도, 민주당도 통합의 대상입니다. 다른 한편 김 의장은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있고, 사회경제 정책의 분별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모순 아닙니까.

    =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바깥에 있는 각 세력들은 저마다 연합의 요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어떤 노선이 주도할 거냐가 문제인데, 서민경제를 축으로 한 사회경제노선이 주도할 수 있도록 열린우리당의 모양을 만들어내는 것이 김 의장이 할 일이고 우리의 과제입니다.

    – 제대로 된 ‘서민경제’ 노선이 정립되고 그를 중심으로 세력을 묶으려다 보면 떨어져 나가는 세력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걸 감수하겠다는 걸로 이해해도 될까요.

    = 그렇습니다. 국민이 개혁진영에 원하는 건 먹고 살기 위한 사회경제 개혁을 해달라는 겁니다. 자신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다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건 와닿지 않죠.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불가피하게 동반되는 것이라면 일부 세력이 이탈하는 건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 의장은 여러 면에서 다르다. 정서, 지역, 출발, 정치노선도 다르고, 최근 김 의장이 내놓은 ‘말’에만 전적으로 의존해 판단하건데, 사회경제노선도 다르다.

    – 임기말이 다가올수록 노 대통령과의 충돌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 대통령과 김 의장은 존재의 차이가 있습니다. 대통령은 재임할 필요가 없고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고 싶어합니다. 반면 김 의장은 당을 중심으로 쟁권재창출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아니라도 둘은 굉장히 다릅니다. 정서, 이력, 지역, 정치에 접근하는 태도, 다 다릅니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사회의 민주개혁 세력이 실패하면 안 된다는 공통의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김 의장은 대통령이 탈당하지 말고 당에 남아서 다음 대선을 통해 심판받으라는 입장입니다. 이건 둘이 같은 배를 탔다고 생각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두분 사이에 일부 정책적 이견이 있을지 몰라도 갈등과 협조를 반복하면서 같이 갈 것입니다.

    – 주지하듯 대통령은 신자유주의자입니다. 김 의장은 신자유주의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이죠. 한미FTA와 같은 첨예한 문제들을 둘러싸고 정책적, 정치적으로 결별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 이견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만, 갈라질 정도의 이견인지, 그렇지 않고 통합을 위해 노력할 정도의 이견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저는 후자라고 봅니다. 역사적으로 둘에게 주어진 과제를 본인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견이 드러나고 갈등이 생겨도 조정하고 통합하는 과정으로 수렴할 것이라고 봅니다.

    – 신자유주의와 반신자유주의를 조정하고 통합하겠다는 말로 들립니다. 그게 가능합니까.

    = 그건 좀 두고 봅시다(웃음).

    김 의장은 여당의 대권주자 가운데 한 명이다. 지지율 5%를 밑도는 미미한 수준이긴 해도 대권행보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김 의장이 대권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 지금은 그런 얘기가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당의 개혁노선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그로 인해 대선 과정에서 당이 정치적 중심으로 설 수 있을 정도가 되면 그 때 가서 생각할 문제입니다. 지금은 대권을 생각하기보다는 당을 안정시키고 수습하는 노력에 집중할 때입니다. 사실 지방선거 끝나고 이런 얘기가 진지하게 오간 적도 있습니다.

    국민들이 개혁하라고 과반수 여당 만들어줬고 그 중심에는 민주개혁 세력이 있었던 건데 이렇게 참패했다는 건 우리가 실패했다는 거다, 우리도 다 뱃지 놓고 김 의장도 정치일선에서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 말이죠. 그 정도로 우리에겐 참혹한 패배였고, 그 앞에서 우리는 다른 생각을 할 여지가 없습니다.

    열린우리당 내에는 여러 계파가 있다. 이른바 GT계는 ‘민평련’이 구심이다. 여당 내 재야파의 모임이다.

    – 민평련은 어떤 조직입니까.

    = 민평련은 김근태 계보가 아닙니다.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계파가 아니라 정치적 입장을 같이 하는 정파입니다. 김 의장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구성원들 모두 김 의장을 수장이라고 생각 안 합니다. 김 의장이 잘못하면 얼마든지 잘못했다고 말합니다.

    – 민주파의 역사적 책무가 있다면 뭘까요.

    = 이번 지방선거는 결국 민주파의 패배였습니다. 개혁을 내걸었던 사람들에 대한 심판이라고 봐야죠. 얼마 전 남대문 시장 아주머니에게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예전에 명동성당에서 도망쳐 온 학생을 숨겨준 마음이 뭔지 아느냐. 어린 애가 도망가는 것이 불쌍하기도 했지만 그런 사람이 만드는 세상이 우리들에게도 좋은 세상 아니겠느냐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신들 두 번이나 집권하고 도대체 뭘 했느냐.’

    이런 지적이 굉장히 뼈아픕니다.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중심에 놓고 사회경제적 개혁을 이루고 이런 기조 위에서 민족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의 역사적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인의 움직임을 가장 정직하게 보는 방법은 그의 발을 주시하는 것이다. 얼굴도 아니고 말을 하는 입도 아니고 땅을 딛고 있는 발이다. 그래야 속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의 ‘좌파신자유주의’에서 ‘좌파’가 말을 하는 입이라면, 그의 발은 ‘신자유주의’의 땅을 밟고 있다.

    최근 김 의장과 여당 재야파의 ‘입’은 제한적이나마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발은 아직 신자유주의 땅에 말뚝을 박은 듯 고정돼 있다. 지금 그들에게 좀 더 필요한 건 입의 움직임이 아니라 발의 움직임이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도 그들의 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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