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 장례 한 달 지났지만
당정 합의사항 실행, 제자리 맴돌아
    2019년 03월 12일 05: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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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가 사망한 지 석 달, 김용균 씨 유가족이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을 하고 장례를 치른 지 한 달이 지났다. 김 씨가 사망한 발전소 노동현장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는 12일 오전 서울 정도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단담회를 열고 김용균 씨 사망 후속대책 진행 경과를 전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달 5일 석탄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진상규명위원회) 조속히 구성, ‘2인 1조’ 시행 등 긴급안전조치 이행, 연료·환경 설비 운전분야 정규직화, 경상 정비 분야는 노·사·전 협의체 구성해 고용 안정 방안 마련 등을 골자로 하는 당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유가족은 이 합의를 믿고 두 달 만에 아들의 장례를 치렀다.

간담회 모습(사진=유하라)

당정 합의 한 달…진상규명위원회도 발족 못해

시민대책위와 국무조정실, 정부 관계부처는 국무총리 훈령을 제정하고 훈령에 의거해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고 운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법제처와의 이견으로 진상규명위의 법적 근거인 훈령조차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시민대책위에 진상규명위원회 간사위원으로 추천 받은 권영국 변호사는 “훈령 제정 과정에서 법제처와 훈령안을 두고 이견이 있다. 이견 조율 과정에서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대책위 안은 당초 국무조정실과도 합의된 안이었으나, 법제처가 시민대책위와 위원회 목적, 기능, 조사대상, 권고사항 이행 점검 등에서 이견을 냈다.

조사범위와 관련해 시민대책위는 LNG 포함 모든 석탄·화력발전소를 조사대상에 포함해 범위를 확대하길 요구하지만, 법제처는 석탄화력발전소와 진상규명위가 정하는 석탄화력발전소에만 한정해야 한다는 안을 냈다.

진상규명위의 기능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시민대책위는 석탄·화력발전소와 관련한 노동안전보건 정책 수립에 관해 국무총리에게 ‘권고’하는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법제처는 정책 수립에 관한 국무총리에 ‘자문’하는 기구로 기능을 축소하고 있다. 진상규명위의 목적 또한 시민대책위는 정책을 마련해 국무총리에게 권고할 수 있도록 했지만 법제처는 정책 수립에 그치는 정도로 한정했다.

시민대책위는 진상규명위가 조사활동 종료 이후 국무총리가 권고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점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권고 자체에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시민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참여해 점검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법제처는 국무총리가 ‘특별히 관리한다’ 정도로 훈령을 마무리 지었다.

정규직 전환 논의도 진척 없어

정규직 전환 논의에도 진척이 없다. 당정은 경상 정비 분야는 노사전 협의체 구성해 고용 안정 방안 마련하기로 합의했지만, 협의체 구성은커녕 구성을 위한 논의조차 들어가지 못했다.

시민대책위는 “노사전협의체 논의 지연의 책임은 발전사에 있다”며 발전 5사가 당정이 발표한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발전 5사가 노사전협의체 회의 소집 등에 있어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를 배제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시민대책위는 “공공운수노조는 발전 5사에 공문을 보내 고 김용균 노동자의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상황이며, 정부와 정규직 전환 문제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므로 이 결과에 따라 통합 노사전협의체를 구성하자고 했다”며 “발전 5사는 공공운수노조 소속의 노동자들이 참석할 수 없는 조건임에도 회의 소집을 강행해 10명을 노동자 대표로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시민대책위는 당정 발표대로 협의체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요구했으나, 발전 5사는 한 달이 지나도록 전체회의를 소집하지 않고 있다.

시민대책위는 “통상적으로 노동자 대표를 선정하는 과정은 공공기관이 회의일정을 공지한 후 그 자리에서 노동자들이 자율적으로 논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재구성을 위한 회의는 노동자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며 “장례를 치르지 못해 당장 논의가 어렵다는 민주노총을 배제할 당시처럼 회의를 소집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용균 어머니 “당정 합의, 온전히 진행돼 위험의 외주화 단절해야”

아들을 떠나보낸 지 석달,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이 세상에 내 아들이 현실에 없다는 게 너무도 끔찍하고 공허한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 씨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컨베이어벨트에서 살이 찢기고 피를 얼마나 많이 흘려 탄가루와 섞인 채 몸이 떨어져 나가겠나,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누워있으면 이런 생각만 난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모두 어떻게 하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지 알고 있다. 다만 자본가들이 사고 예방을 소홀히 하거나 방치해버려 이런 사고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정 합의 내용대로 비정규직을 정규직 전환해서 위험의 외주화 단절하고 누구도 이런 아픔과 고통을 받지 않는, 누구나 안전하게 일하고 살 수 있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며 “정부는 합의 내용이 충실히 이행되고 있는 확인하고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그 역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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