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경원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
    청와대 "국가원수와 국민 모독···사과하라"
    여야4당 나경원 발언 맹비난, 자유당 “민주당 사과하라” 적반하장
        2019년 03월 12일 04:0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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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문재인 정부를 향해 ‘좌파독재’, ‘좌파 포로정권’, ‘김정은 수석대변인’ 등 저주에 가까운 막말을 퍼붓는 데에 거의 모든 “시간을 할애했다. 제1야당 원내대표가 이념·세대 갈등을 부추기며 특정 극우세력의 주장에 편승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태극기 부대에 바치는 헌정연설”이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청와대는 나 원내대표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피와 땀과 눈물로 쌓아올린 이 나라가 무모하고 무책임한 좌파정권에 의해 쓰러져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지난 20세기 실패한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규정하며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은 위헌이자,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헌정 농단’”이라고 비난했다.

    노인 복지정책을 언급하는 지점에선 세대갈등을 부추겼다. 그는 “현 정부 들어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2057년으로 3년 더 앞당겨졌고, 사학연금은 2040년, 노인장기요양보험은 2022년에 고갈된다”며 “바로 지금 열심히 땀흘려가며 세금을 내는 40대 이하 청년, 대학생, 청소년들의 노후가 이 정권 하에서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니 먹튀 정권, 욜로 정권, 막장 정권이란 이야기를 들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반도 비핵화를 중심으로 한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가짜 비핵화”, “위험한 도박”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북에 심취했던 이들이 이끄는 ‘운동권 외교’가 이제 우리 외교를 반미, 반일로 끌고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며, 외교안보라인 전면 교체를 주장했다.

    특히 나 원내대표는 “북한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옹호와 대변 이제는 부끄럽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 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미세먼지, 탈원전과 노동정책에 관한 가짜뉴스도 살포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좌파 포로정권이라는 명백한 증거”라며 “탈석탄으로 미세먼지를 줄여야 하는데 탈원전 세력에 발목 잡혀 있고, (4대강) 보 해체를 주장해 온 좌파단체, 시민단체에 정부 정책이 휘둘리고 있다”고 힐난했다.

    나 원내대표는 “강성노조에 질질 끌려 다니는 이 정부는 노동개혁을 시작도 못했다. 명백한 법외 노조인 전교조에 대한민국 교육이 좌지우지 된다”며 “문재인 정부가 강성귀족노조, 좌파단체 등 정권 창출 공신세력이 내미는 촛불청구서에 휘둘리는 심부름센터로 전락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의원의 5.18 망언 논란을 겨냥한 듯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역사를 왜곡하면 형사 처벌을 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편한 진실을 말하면 ‘가짜뉴스’로 폄훼한다”, “좌파독재는 명백한 ‘진짜뉴스’”라며 “국민의 입을 막고 국민의 머릿속까지 통제하겠다는 것인가.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독도 왜곡만큼이나 우려스럽고 위험한 것이 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역사공정”이라는 황당한 주장까지 폈다.

    이어 “종북을 종북이라고 말하면 친일인가. 북한 체제에 비판적인 사람은 친일파이냐”며 “여전히 7~80년대 세계관에 갇혀 운동권식 정치, 국민 갈라치기 정치로 좌파 이념독재의 쇠말뚝을 박겠다는 심산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국가원수와 국민에 대한 모독…사과하라”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에 대해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모독하는 것이 혹여 한반도 평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길 바란다”며 “냉전의 그늘을 생존의 근거로 삼았던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발언이 아니길 더더욱 바란다”고 비판했다.

    한 부대변인은 “나라를 위해 써야할 에너지를 국민과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으로 낭비하지 말라”며 “자유한국당과 나 대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번영을 염원하는 국민들께 머리 숙여 사과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나경원 윤리위 제소
    “대안은 없고 저주만 가득…최악의 연설, 헌정사 오점”

    민주당은 나 원내대표를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강경 대응할 방침이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역대 최악의 교섭단체 연설”이라며 “우리 사회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정책 대안은 전혀 찾아 볼 수 없고, 온통 가짜뉴스, 색깔론 및 정부여당에 대한 저주만 가득 차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강병원 원내대변인도 서면브리핑을 내고 “‘태극기 부대에 바치는 헌정연설’로 국회를 극우 세력 망언의 장으로 전락시켰다”며 “정치를 후퇴시킨 헌정사의 오점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대안은 단 하나도 제시하지 못한 채 팩트 왜곡과 비난만으로 일관했다”며 “국민 모두에게 희망을 주어야 할 정치가 극우적 소수인 태극기 부대의 목소리를 대변하느라 대한민국의 미래마저 저주하고 국민을 절망과 좌절로 몰아넣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품위 없는 싸구려 비판…이데올로기 장사”
    “나경원에 일본 자민당의 수석대변인이라면 되겠나”
    “태극기 부대의 아이돌로 낙점되려는 의도”

    바른미래당은 현 정세를 해결하는 데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 “싸구려 비판”, “이데올로기 장사”라고 맹비판했다.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으로 풀이한 것은 품위도 없는 싸구려 비판”이라며 “자유한국당의 신중치 못한 발언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변인은 “제1야당으로서 정책대안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 아니라 이데올로기 장사에 올인하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들이 원하는 자유한국당의 사과는 우리 민주화 역사를 뒤집은 5.18 망언에 대한 사과”라며 “‘잘못을 시인하는 용기’가 필요한 쪽은 자유한국당이다. ‘용기’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양심’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도 알아두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혁신을 한다던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는 결과적으로 사기극에 불과했다”며 “탄핵 이후 단 한 치도 혁신되지 못했고, 더 이상 수권능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준 대표연설이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수석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을 겨냥해 “다른 정당의 대표연설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를 일본 자민당의 수석대변인 운운 하면 제대로 진행되겠느냐”며 “일부러 싸움을 일으키는 구태 중의 구태 정치행태였다”고 질타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뻔뻔함과 졸렬의 극치”라며 “과격하고 극렬한 언사로 친박 태극기 부대의 아이돌로 낙점되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정 대변인은 “도대체 연설문에 좌파 타령이 몇 번인지 모르겠다. 아직도 진영논리에 색깔론이냐”며 “국민들의 의식은 미래를 향해 아득히 앞서가고 있는데 자유한국당만은 아직도 무고한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아 죽이던 그 시절 그대로 머물러 있다. 가히 전두환 졸개들이라 할만하다”고 비판했다.

    김종대 원내대변인은 “논평할 가치조차 없다”는 내용의 짧은 논평을 냈다.

    여야 불문하고 나 원내대표에게 비판이 쏟아지자, 자유한국당은 나 원내대표에게 사과하라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나 원내대표의 연설에 항의한 민주당에 대해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 목소리마저 고함으로 막으려는 민주당은 사과하라”고 했고, 이양수 원내대변인 “민주당 의원들은 나경원 원내대표와 국민께 엎드려 사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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