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못하면서 성적 좋은 한국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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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6월 20일 02: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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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팀이야말로 도깨비 팀…스위스전도

월드컵이 한창이다. 우리의 붉은 전사들은 토고를 이기고, 프랑스와 비겨 1승1무를 기록하고 있다. 이제 스위스와 조별 리그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있다. 스위스를 물리치면 자력으로 16강 진출이다.

비록 두 경기를 치른 것에 불과하지만 한국팀의 경기스타일을 둘러싸고 화제가 만발이다. 왜냐고? 잘하는 것 같지 않은데도 패배를 당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팀은 지고 있다가 후반에 들어가 동점골, 역전골을 성공시켜 결국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거나 혹은 뒤집었다. 도깨비팀은 토고팀이 아니라 한국팀이었다.

한국팀은 토고, 프랑스와 시합을 하면서 기존의 한국팀, 특히 2002 한-일 월드컵 때와는 다른 일정한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동점골, 역전골을 성공시킨 것이야 뭐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에도 그랬던 것이라 그리 낯설지는 않다. 조별 리그전에서의 미국, 16강전에서의 이탈리아와의 시합을 우리는 아직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2006년 한국, ‘설렁설렁’ 그러나 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이 다르냐고? 2002년 한국팀은 전후반 가릴 것 없이 시합 내내 쉴 새 없이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골을 집어넣기 위해 숨가쁘게 움직이는 양상을 보였었다. 당연히 지고 있을 때는 더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2006년 한국팀은 다르다. 강한 압박과 빠른 움직임을 찾아보기 어렵다. 실점을 하고나서도 압박을 그다지 강화하는 것 같지도 않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것 같지도 않다. 심지어 설렁 설렁한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이다. 그래서 이쯤 되면 이길 것이라는 기대를 버려야겠다 싶을 때까지 몰고 간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골이 들어가버리고 만다. 무슨 조화일까?

한국팀이 2002년과 다른 면모를 보이는 것은 나름대로 설명할 수 있다. 또 한번 아마츄어틱하다는 ‘혓대질(악플)’을 받게 되겠지만 말이다. 나는 지난번 글(‘월드컵 솔직히 말해보자…16강이라도’, <레디앙> 5월 30일) 에서 한국팀은 2002년과 비교했을 때, 체력과 조직력 등의 측면에서 결코 좋은 상태가 아니라는 진단을 내린 바 있었다.

   
▲19일 독일 라이프치히 젠트랄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G조 한-프랑스 경기에서 조재진의 헤딩 패스를 박지성이 동점골을 넣고 있는 장면 (라이프치히=연합뉴스)
 

그래서 경험을 최대 무기로 베스트 11을 조기 확정하고 주전 멤버들의 팀워크 형성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었다. 그렇다. 내가 내린 진단에 바탕해 보면, 한국팀은 시종일관 강한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상태의 팀이 못된다. 게다가 쉴 새 없는 패스와 패스를 통해 골 점유율을 높이면서 경기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팀도 못된다.

그래서 못하는 것은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 실제로 한국팀은 두 시합 모두 골 점유율과 슈팅수에 있어서 상대방을 압도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팀이 어떻게 만만치 않다고 여겼던 토고와 프랑스(토고와 프랑스가 먼저 득점을 했을 때까지만 해도 두 팀이 강팀이라고 했던 나의 우려는 결코 기우가 아니었음을 입증했다)에게 지지 않았냐는 물음에 직면해서는 별도의 답을 찾아볼 수밖에 없다.

‘아드보카트 마법’의 진실

누군가는 이번 한국팀이야말로 축구학의 연구대상이라고까지 말한다. 이에 대해 이미 언론에서는 ‘아드보카트의 마법’이라며, 분석을 가장한 해석을 내리고 있다. 아드보카트 마법의 핵심은 상대방이 지칠 때를 기다리다가 압박을 강화하면서 공격 숫자를 늘리며 총공세를 펼친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토탈 사커의 한국버전’이라고까지 지칭되는 이 전술에 대해 어떤 이는 ‘승부를 거는 뛰어난 요령’이라고 평했다. 난 이러한 해석에 대해 한국팀의 선전에 대한 기쁨에 충실하고 싶기 때문에 크게 반대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꿈 보다 해몽’이 아닌가 싶다.

내가 보기에 토고 선수들은 한국팀이 순간적으로 경기력을 회복하면서 동점골과 역전골을 성공시키면서 전세를 역전시켜 이른바 ‘레즈 타임’이라고까지 불려지고 있는 후반 중반 이후에도 결코 지쳐 있지 않았다.

지쳐있지도 않았고, 강한 압박도 없었다

물론 김진규를 빼고 안정환을 투입, 공격 숫자를 늘린 것은 맞았다. 하지만 안정환이 역전골을 넣은 후 한국을 승리로 이끈 것은 공을 뺏기지 않기 위해 자기 진영을 중심으로 공을 돌리기 시작하며 골 점유율을 높였던 수성전이라는 경기 운영 전술이었지, 강한 압박이 아니었다.

압박이 있었다면 박지성의 개인 돌파 정도가 있었다고나 할까. 그러던 중 한국은 패스 미스로 위기상황을 맞기도 했다. 굳이 지칠 때를 기다린 것이라고 한다면, 프랑스전이 그랬다. 하지만 프랑스전에서도 압박은 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강한 압박보다는 프랑스 수비수들과 미들 필더들이 지치면서 포스트 조재진에 대한 마크가 헐거워졌고, 이영표, 설기현의 측면 공격이 살아나기 시작했을 뿐이었다. 여기에 안정환이 들어오면서 박지성의 후방 침투 공간이 생겨났다. 하지만 그것은 전체 시합 중 10여분 정도 지속되었을 뿐이었다.

베테랑의 순간적인 집중력과 골 결정력 강화가 있었다

난 스위스는 결코 후반에 들어서도 지치지 않을 팀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아드보카트 마법이라는 게 상대방이 지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라면, 스위스는 결코 마법에 걸려들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19일 독일 라이프치히 젠트랄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한국과 프랑스 경기에서 동점골을 넣은 박지성이 환호하고 있다. (라이프치히=연합뉴스)
 

하지만 아드보카트 마법의 진실은 그것이 아니다. 2002년에 비해 부족한 체력과 조직력은 시합 내내 강한 압박을 가할 수도 없고, 강한 공격에 바탕하는 경기운영을 할 수도 없다. 후반 전세 역전의 진실은 상대방이 지칠 때를 기다린 것이 아니라, 체력을 안배한 것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공격 숫자를 늘리기 위한 교체 기용 역시 그런 이유에서이다. 그런데도 어떻게 지지 않았냐고? 지고 있어도 결코 서두르지 않다가 기회를 포착해낼 수 있는 안정환, 박지성, 설기현, 이영표와 같은 베테랑 선수들의 순간적인 집중력, 그리고 다소의 운이 따른 골 결정력 강화, 그리고 팀 상태를 정확히 알고 있는 아드보카트의 노련하면서도 냉혹한 경기운영방식 때문이다.

지지 않을 수 있었던 또 다른 마법의 진실은 홈경기 같다는 느낌마저 받게 한 붉은 악마를 비롯한 대규모 서포터스의 열정적인 성원 때문이다(이 점에서 원정 경기 핸디캡을 강조했던 나는 무지했다).

열정적인 서포터즈의 응원과 오심률

이 힘은 생각보다 크다. 열정적인 서포터즈의 응원은 들어간 골마저도 막아낼 수 있게 한다. 열정적인 응원이 있을 때 오심률은 올라간다는 실증적인 연구 조사가 있을 정도이다. 들어간 골을 막아낸 이운재의 손은 바로 ‘붉은 악마의 손’이었던 것이다.

끝으로 하나 더, 그 붉은 악마의 손은, (인터넷 악플을 최대 저항행위로 생각하는)인터넷 좌파들은 또 궁시렁거리겠지만, 이런 저런 기업은 물론 개인들마저도 독일까지 건너가 응원을 할 수 있게끔 한, 지난 개발 연대 시기 우리 인민들이 피와 땀을 바쳐 이루어낸 ‘대한민국의 국력’이 키워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경제력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벗어나 저 머나먼 이국 땅까지 건너가 축구를 보러갈 수 있는 ‘놀이에 대한 우리네 열정’까지 포함된 것이다. 월드컵과 축구는 그렇게 그렇게 우리가 사는 세상의 내면을 들춰내주고 있는 것이다.

자, 스위스 전은 주말 경기, 우리 호프집에 모여 스위스 전 승리를 위해 소리 높여 외쳐 부르자. 대~한민국…그대 나의 챔피언… 그것도 부족하면 저마다 자신의 신에게 기도하자. 16강 진출을 이루게 하소서. 아~멘…그런데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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