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 5일제 명암‥부족한 일손 비정규직 충원, 하청노동노동자의 설움
    By tathata
        2006년 06월 19일 09: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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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7월 1일부터 주5일제가 100인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실시되는 가운데 사업장별로 주5일제 시행에 따른 여러 가지 풍경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100인 이하 사업장이라 하더라도 주5일제가 시행되는 곳이 많이 있으며, 노동시간 단축이 오히려 노동강도를 강화시키기도 한다.

    통계청이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임금노동자 중 ‘주5일 근로제’로 일하는 사람의 비중이 30.2%로 나타났다. 또한 근로형태별로는 파견노동자의 37.5%, 특수고용형태 노동자의 32.4%, 기간제 노동자의 30.0%, 용역노동자의 17.8%, 시간제 노동자의 12.3% 등의 순으로 나타나 고용형태와 특성에 따라 주5일제 시행의 편차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주 5일제를 이미 시행했거나, 시행을 앞두고 있는 사업장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았다. 

    부족한 일손은 비정규직으로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홀리데이인 서울 호텔에는 약 3백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주5일제가 시행됐으며, 명시적인 임금인하나 노동조건의 변화는 없었다. 다만 주 5일제가 시행된 후 노동자들의 업무량 증가로 인해 피로도가 훨씬 높아졌다.

    이 회사 노조의 김동규 사무장은 “제조업이 아니기 때문에 딱히 일이 더 많아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노동강도가 강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토요일 오후까지 하던 업무를 금요일 저녁까지 마쳐야 하기 때문에 더 분주하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쉬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는 ‘빈 자리’를 비정규직 파트타임 노동자가 자리를 메우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이 회사는 정규직원의 10% 안팎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하는데, 주로 홀서빙, 컵닦기 등의 업무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배치하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업무량이 주5일제로 증대되자 회사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을 통해 메우고 있는 것인데, 정 사무장에 따르면 “주말에만 일을 하는 사람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라고 요구할 수만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반해 정규직 직원들의 여가활동은 더 늘어나 친목모임이나 노동조합 활동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김 사무장은 “주 5일제를 시행하기 전보다 등산모임이나 노조 체육대회 등의 참여는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주5일제 시행? 우린 달라진 것 별로 없다

    한국섬유기술연구소는 17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지만 지난 3월부터 주5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주5일제 도입을 먼저 제안한 것은 회사 측이었다. 업무연관성이 높은 대학과 공공기관이 주5일제를 시행하자, 토요일에 출근해서 근무하더라도 ‘일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 회사 측의 주된 설명이었다.

    임금과 근로조건의 인하는 없었다. 노동강도 또한 이전부터 강했기 때문에 그다지 달라진 게 없다는 게 이 회사 노동자들의 반응이다. 이종서 한국섬유기술연구소 노조 위원장은 “늘상 잔업과 특근에 시달리며 살고 있기 때문에 별로 달라진 게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일이 있으면 주말에 나오는 사람도 많고, 주말이 돼도 피곤으로 인해 녹초가 되기 때문에 여가활동을 하는 것은 거의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주5일제를 시행하더라도 잔업과 특근이라는 고유한 회사 분위기는 바뀐 게 없다”고 덧붙였다.

    직원 45명의 보리출판사는 지난 2003년부터 주 5일제를 시행했다. 아이디어와 기획력으로 승부를 보는 출판업무의 특성상 “책상 앞에 앉아만 있다고 해서 좋은 책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출판계의 분위기에 보리출판사도 시류를 타고 주5일제를 결정했다. 박용석 보리출판사 과장은 “다른 업종에 비해 출판업계은 빨리 주5일제를 도입했는데, 이전보다 직원들의 사기진작도 높고, 여가시간이 많아지니까 노동의 질 또한 나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주 5일제의 우울한 초상

    창원지역에 위치한 경남금속은 직원이 50명에 불과한 중소사업장이지만, 금속노조의 중앙교섭 합의로 지난 2003년부터 주5일제를 도입했다.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의 힘 덕분에 4년이나 앞당겨 주 5일제를 시행했지만, 이같은 사례는 극히 일부에 속한다.

    중소영세사업장의 주 5일제는 원청회사가 시행하느냐에 따라, 하청업체라 하더라도 얼마만큼 ‘독자적인’ 업무를 수행하느냐에 따라 나뉜다. 주명렬 경남금속 사무장은 다음과 같이 창원지역의 실태를 전했다.

    “바로 옆에서 일하는 원청회사가 쉬면 하청회사도 따라 쉬어야 한다. 급여가 작아 일을 더 하고 싶어도 원청회사와 일이 연관돼 있어 손을 놓아야 한다. 반대로, 원청회사가 주5일제로 쉬더라도 하청회사가 일이 독립적이면 하청업체 방침에 따라 일해야 한다. 이러나저러나 하청노동자들은 원청에 따라 주5일제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

    이같은 현상은 원하청 관계가 많은 자동차나 전자 같은 부품회사들에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주5일제 시행이 사업장 규모가 아니라 원청회사의 방침에 따라 결정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주 5일제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인천의 한 광고홍보회사에 다니는 박현미 씨(32)는 주5일제가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다른 회사들이 다 쉬는 토요일에도 나와서 근무를 해야 하므로, 주말 약속은 ‘펑크’가 나기 일쑤다. 게다가 대부분이 쉬는 토요일에 근무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문화공연이나 콘서트 등 볼거리들이 토요일에 집중돼 있어 일을 마치고 가면 번번이 놓치고야 마는 것도 불만거리다. 박 씨는 “남들이 쉴 때 일하게 돼 괜히 작은 회사에 다닌 것을 표내는 것 같다”고 토로햇다.

    주 5일제 시행으로 노동자들이 누릴 수 있는 여가가 늘어났지만 또다른 그늘은 드리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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