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그리고 새로운 시작?
노딜 이후 미국과 북한 계산법은?
    2019년 03월 07일 10: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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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인 윤영상 박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사태에 대한 글을 본인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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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사태는 많은 사람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볼턴의 등장과 코언 청문회는 트럼프를 결렬의 주범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사태의 결말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게 분명해 지고 있다.

무엇보다 정상회담 결렬의 1차적 원인은 트럼프의 판단이었던 것 같다. 코언 청문회 상황에서 그것을 압도할 만한 뉴스거리를 만들지 못한다면 북미 협상이라는 카드가 너무 일찍 실효성을 잃어버릴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나쁜 합의(bad deal)보다는 합의가 없는 것(no deal)이 더 낳다’고 당파를 초월해 회담 결렬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미국 내부 분위기는 그 이상을 생각하게 만든다. 미국 내에 북한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북미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 중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영변+1’이 바로 그것이다. 필자는 그것을 이미 그전에도 거론된 바 있었던 강선지역으로 생각했다. 소위 제2의 영변으로 거론되던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훈 국정원장의 국회 보고과정을 통해 그것이 영변 근처에 있는 ‘분강지구’로 드러났다. 영변에 있는 농축시설은 원심분리기 2000대로 연간 40kg 정도의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분강지구는 원심분리기 1만대 이상이란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최소 영변의 5배, 고농축우라늄의 생산량도 년간 200kg를 훌쩍 뛰어 넘는다. 북한의 핵능력, 핵물질의 양, 핵무기 숫자에 대한 그간의 상식을 뛰어 넘는 평가가 가능해질 대목이다. 북한의 핵무기가 100개 이상일 수도 있다는 판단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분강지구’는 제2의 금창리가 될 수도 있다. 1998년 미국이 집요하게 거론했던 금창리 핵시설은 핵시설이 아닌 자연동굴로 판명이 났다. 미국의 정보능력이 과장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미국의 주장과 정보가 사실과는 동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1998년과는 다른 상황이다. 만약 금창리 수준의 정보였다면 북한이 웃으면서 그것을 반박 혹은 확인시켜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북한이 지금 단계에선 알리고 싶지 않은 미래의 숨겨둔 카드가 미국에 의해 공개된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깜짝 놀랐다’는 표현은 사실일 수도 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인가?

여기서 정보의 핵심을 알 수 없는 필자로서는 그 진위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 그렇지만 상식적 판단과 추론이 가능하다. 그 동안 미국은 북한의 핵물질의 양, 핵무기 수, 핵시설 리스트 등을 공개할 것을 집요하게 요구해 왔다. 반면 북한은 그것을 신뢰가 구축된 단계에서나 가능하다고 미루어 왔다. 미국과 북한의 입장이 충돌하는 핵심지점이고, 그 속에는 ‘상호신뢰’ 문제가 깔려있다. 이걸 놓고 미국은 잘못이고 북한이 옳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북한의 핵능력과 핵무기 수는 이미 그런 논의를 할 수준을 넘어서 있기 때문이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문제는 ‘신뢰’이다.

그런데 2차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비건 대표는 ‘일괄타결’보다는 북한이 요구했던 ‘단계적 동시행동’을 받아들이되, 빠른 시일 내에 ‘일괄타결’의 길로 갈 수 있도록 하자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미 간 대화도 순조로웠고, 북미 간 대화도 곡절이 있었으나 ‘합의문’을 만들 정도로 진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위 ‘스몰딜’을 통해 ‘빅딜’로 가는 로드맵이 구체화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트럼프는 ‘스몰딜’보다는 ‘노딜’을 선택했다. ‘빅딜’이라는 말은 ‘노딜’을 위한 방편이었다. 볼턴은 ‘노딜’을 위한 악역이었던 것이다. 트럼프의 판단은 분명해 보인다. 코언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는 미국내부 상황에서 ‘스몰딜’은 언론에 성과로 부각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자칫 북미 협상 자체의 정치적 효용가치를 부정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럼프답지 않게 자신이 결렬시켰으면서도, 자신이 결렬시킨 것이 아니라 트럼프와 김정은이 ‘함께’ 결렬시킨 것으로 만들려고 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이별사진’도 그것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 국면이 지난 뒤 다시 만나자는 약속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아마도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트럼프의 행동이 납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소위 ‘미국식 계산법’이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북한이 아닌 제3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분강지구’ 문제가 거론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이후에 논의할 수도 있는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북미 협상 과정에 비추어 볼 때 ‘분강지구’ 문제가 협상의 판을 깰 정도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숨긴 것이 아니라 공개를 안했을 뿐이고, 핵시설 리스트는 협상의 쟁점이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협상방식, 미국 내부정치를 고려한 미국의 협상태도는 그런 면에서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그런 미국이 협상을 좌우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금 문제의 본질로 돌아올 필요가 있다. 협상은 결렬됐고, 미국은 자신들이 확보했던 정보를 공개했다. 그 정보로 협상을 결렬시킨 미국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것은 현실이다. 더욱이 미국은 자신들의 의도를, 궁극적 의도를 협상 결렬 과정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여기서 북한의 제재해제 요구가 부당하다는 식의 접근은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북미 사이의 ‘합의문’ 내용이 아니라 미국의 추가 요구, 결렬 의사를 내포한 빅딜안에 대한 북한식 대응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북한의 입장에서 역지사지 해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북한은 요란했던 수령의 ‘열차여행’이 빈수레가 되었고, 또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을 들킨 꼴이 되어버려서 자존심이 상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망나니 같은 트럼프가 협상 결렬 후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을 배려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바로 그것을 의식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국면이 지난 뒤에 자신과 김정은이 ‘빅딜’에 합의하면서 역사의 주역, 노벨상 수상자로 등장하는 꿈을 꾸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도 그렇게 생각했을까? 최선희 부상의 말이 단순한 엄포에 불과했을까? 지금 이 순간 김정은 위원장의 생각이 궁금해진다. 신년사에서 밝힌 새로운 길을 고민하고 있을까, 아니면 미국과의 빅딜을 준비하고 있을까? 문재인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순간이다.

필자소개
북한학 박사. 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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