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헐리우드가 경악한 <버블> 배급전략, 한국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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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6월 17일 11: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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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초, ‘SBS 8뉴스’를 틀어놓고 딴 짓을 하다가 흘러나오는 뉴스에 시선을 뺏기고 말았다. “작은 영화 파격 개봉”이라는 헤드라인의 뉴스는 5월 11일 개봉하는 스티븐 소더버그의 영화 <버블>이 국내 최초로 케이블 TV, 인터넷 VOD 서비스로 동시에 개봉되며 DVD도 같은 날 발매’된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기자는 이러한 배급 방식이 “대규모 극장 개봉이 어려운 저예산 예술영화를 관객들이 보다 쉽게 접할 수 있고, 극장에만 의존하는 수익 창출을 다양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대형 상업영화들 사이에서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작은 영화들의 새로운 생존 방식으로 더욱 확산될 전망”이라며 보도를 마무리했다.

    이 뉴스를 접하기 전 이미 영화 <버블>이 미국에서 파격적인 배급 전략을 구사해 논란이 되었다는 사실과, 국내 배급에서도 이와 유사한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소식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뉴스에 시선을 빼앗긴 것은 단순히 필자가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일하면서 독립영화 배급을 오래 고민해 왔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런 뉴스가 방송사의 메인 뉴스에 등장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했고, 뉴스가 <버블> 방식의 배급전략이 저예산영화/예술영화/독립영화의 대안적 배급방식이라고 단정하며 마무리되었기에 더욱 놀랐다.

    나는 이 글을 통해 <버블>이 미국과 한국에서 어떻게 배급되었는지를 다시 한 번 되짚으며, 이 배급 전략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정리하고자 한다. 정말 <버블>의 배급이 한국에서 작은 영화들의 생존 방식이 될 수 있는지를 차근차근 짚어 보려 한다.

    <버블>의 도발적(?) 배급 전략

       
     ▲영화 <버블> 포스터

    <버블>의 배급 전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극장 상영과 TV 방영, 그리고 DVD 출시 판매를 (거의) 동시에 진행하는 것, 이것이 전부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리해보면 약 160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제작된 <버블>은 올해 1월 27일 32개 스크린에서 개봉되었고, 같은 날 밤 유료 케이블 TV에서 방영되었고 나흘 뒤 DVD가 출시되었다.1)

    구체적이라고 해봐야 간단한 것은 마찬가지다. 고작 160만 달러의 예산이 들어간 저예산 영화가 32개 스크린에서 개봉되고 유료 케이블 TV에서 방영되고 DVD를 일찍 출시한 것일 뿐인데 왜들 그렇게 난리였던 것일까?

    <버블>의 배급이 논란이 되었던 것은 시장 상황에 의해 ‘개봉되고, 방영되고, 출시된’ 것이 아니라, 시장의 질서를 의도적으로 깨기 위해 ‘개봉하고, 방영하고, 출시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버블>의 동시적 배급 전략은 할리우드를 유지시켜온 배급 시장의 질서에 균열을 내려는 것이었고, 단발적인 이벤트도 아니었다.

    게다가 도전적 프로젝트를 맡아 영화를 연출한 사람이 시장에서 성공한 적이 없는 독립영화 감독이거나, 알려지지 않은 감독이 아니라 스티븐 소더버그였다. 그는 <트래픽>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고, <에린 브로코비치>, <오션스 일레븐> 등을 성공적으로 흥행시킨 할리우드의 파워맨이었다. 소더버그였기 때문에 더더욱 할리우드가 경악할만한 사건이 된 것이다.

    <버블>의 배급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비판받았다. 첫째는 홀드백 기간을 무시하는 배급 방식이 극장을 중심으로 한 상영 시장을 붕괴시키고 이를 통해 기존의 영화 배급 질서를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는 것이고 둘째는 상영 시장이 붕괴되면서 극장에서의 관람이라는 영화 고유의 관객 체험이 붕괴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주로 전자는 스튜디오와 상영업자들의 의견이었고, 후자는 동료 감독들의 의견이었다.

    물론 모두가 비판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이 전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많은 평론가들은 미국의 독립영화들이 전국 동시 개봉을 하지 못하고 뉴욕이나 LA에서 제한적으로 상영한 후 케이블TV나 DVD 시장의 성공을 노리는 현실에서 <버블>과 같은 배급 실험은 더욱 확장될 필요가 있는 의미 있는 사례로 평가되었다.2)

    <버블>의 배급 전략에 대한 평가들을 중심으로 이 전략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자.3) <버블>의 배급 전략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왜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배급 전략을 택하였는지를 우선 살펴볼 필요가 있다.

    90년대 미국의 독립영화 시장 상황과 <버블> 배급 전략

    90년대 이후 미국 영화 시장은 ‘규모의 경제’에 의한 재편되었다. 블록버스터 배급 전략이 가장 주요한 배급 전략이 되었고, 이에 대응해 독립영화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정한 규모를 갖춰야 했다. 이를 위해 독립영화 배급사들은 메이저 스튜디오의 자회사가 되기도 했고, 반대로 메이저 스튜디오는 경쟁적으로 독립영화를 배급하는 자회사를 설립했다.4)

    이런 과정을 통해 독립영화 배급은 점차 메이저 스튜디오의 지배를 받게 되었는데, 소개되는 많은 독립영화들이 자회사로 설립된 배급사들을 통해 배급되는 것이 현재 실정이다. 메이저 스튜디오와 관계없이 운영되는 배급사들은 영화 한 편의 성공여부에 따라 회사의 운명의 뒤바뀌는 상황을 맞았다.

    규모의 경제를 따라 잡지 못한 배급사는 문을 닫거나 인수되는 처지에 몰렸으며, 메이저 스튜디오의 규모에 대항할 여력이 남아있는 배급사는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서 몸집을 불리는 것이 최근 미국 독립영화 시장의 현황이다.5)

    몇몇 배급사가 사라지긴 했지만, 메이저 스튜디오의 자회사들이 지속적으로 배급하고 규모를 키운 배급사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표면적으로는 독립영화 배급이 활성화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독립영화의 제작과 배급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모기업이 선호하지 않는 영화나, 표현이 과격한 영화, 선명한 이슈를 다루고 있지 않은 영화는 영화의 평가와 무관하게 배급의 기회가 박탈되고 있다.6) 그렇다면 메이저 스튜디오의 자회사나 몸집을 불린 독립영화 배급사를 통하지 않고 영화를 배급하는 새로운 방법은 과연 없을까? <버블>의 배급 전략은 바로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가능태였다.

    <버블>의 배급 전략을 비판했던 의견 중 메이저 스튜디오와 상영 업자들의 의견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이들이 말하는 시장질서는 다양한 영화가 상영되고 관객을 만나는 질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규모의 경제학으로 재편된 할리우드의 독과점적 시장질서일 뿐이다.

    이 질서에는 유감스럽게도 독립영화가 차지할 자리는 없다. 설사 있다 하더라도 시장이 용인할 수 있는 영화들만이 제한적으로 초대될 뿐이다. 이 질서에 균열을 내는 것은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된다. 이윤 창출을 위해 구획되어진 기존 창구 전략을 따르기 보다는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관객들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버블>의 전략은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런 의미가 미국 밖에서도 의미 있는 전략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것은 <버블>의 전략이 누구나 취할 수 있는 전략이 아니기 때문이다. <버블>의 배급도 (메이저 스튜디오 보다는 작은 규모이지만) 수직 계열화된 구조의 획득을 통해서 진행되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버블>의 도발적 배급, 어떻게 가능했을까?

    불법 영화 파일의 피해 때문에 홀드백 기간이 점차 짧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미국의 영화 배급시장은 여전히 홀드백이 철저하게 유지되고 있다. <버블>의 동사다발 배급을 위해서는 기존 시장 질서에 구애받지 않는 각각의 배급 창구들이 필요했지만, 기존 시장 내에서는 쉽게 파트너를 구할 수가 없었다. <버블>의 제작사가 선택한 방법은 간단했다. 각종 배급 창구의 역할을 할 회사들을 만들거나, 사들이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한 것이다.

       
      ▲<버블>의 배급을 가능하게 한 매그놀리아 홈페이지

    <버블>의 제작과 배급을 가능하게 한 실질적인 모회사는 마크 큐번과 토드 와그너가 만든 2929 엔터테인먼트이다. 2929 엔터테인먼트는 본격적인 영화제작을 위해 2929 프로덕션7)과 HDNet 필름8)이라는 두 개의 영화 제작사를 설립했고, 이 두 제작사에 만든 영화들의 배급을 위해 해외 배급/판매를 총괄하는 2929 인터내셔날을 추가로 설립했다.

    그리고 미국 내 영화 배급을 위해 매그놀리아 픽쳐스 디스트리뷰션을 설립하고, 이 회사 내에 홈비디오와 DVD 배급을 위한 매그놀리아 홈 엔터테인먼트 부서를 추가했다. 배급하는 영화의 상영을 위해서는 극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극장 체인인 ‘랜드마크 극장’을 사들여 자회사로 편입하였고, 마지막으로 방송 배급을 위해 HD급 서비스를 하는 케이블 및 위성 TV 채널인 ‘HDNet’과 ‘HDNet Movies’를 운영하는 ‘HDNet’을 설립했다.

     

    이 회사들을 통해 ‘투자-제작-배급-극장-DVD-케이블/위성 방송’까지 포괄하는 광대한 수직 계열화가 가능해졌고, <버블>은 이 수직 계열화된 구조를 통해 실험적으로 배급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이런 거대한 수직 계열화된 구조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160만 달러로 제작된 <버블>이 도전적인 배급을 감행할 수 있었을까? 단언컨대 미국 시장에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9)

    살펴본 바와 같이 <버블>의 배급은 배급 전략이 담고 있던 거창한 의미와는 다르게 메이저 스튜디오와 유사한 수직계열화 구조의 획득을 통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전략은 대안적이었으나 형식은 그다지 대안적이지 못했던 것이다. 막대한 돈이 없으면 불가능한 대안적 배급 실험이 과연 한국 내 독립영화 배급을 위한 희망적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버블>의 한국 내 배급 사례와 그 의미

    질문을 바꿔서 해보자. 수직계열화 없이는 다양한 창구의 동시 배급은 불가능할까?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버블>의 한국 개봉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버블>은 한국에서도 미국처럼 다양한 창구에서 동시에 개봉하는 전략으로 개봉되었다. 영화를 수입한 유레카 픽쳐스는 2929 엔터테인먼트처럼 회사를 설립하거나 사들이지 않고도 다양한 창구의 동시 배급을 진행했다.

    5월 11일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개봉된 <버블>은 같은 날 KD미디어를 통해 DVD가 출시되었으며, CJ미디어가 운영하는 유료 디지털 케이블 VOD(Video on Demand)/PPV(Pay-per-View) 채널 CGV CHOICE를 통해 방영되었다.

    여기에 미국의 배급 사례에는 없었던 새로운 창구가 더해졌는데 온라인 VOD와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서도 동시에 배급되었다. 온라인 VOD는 KTH가 운영하는 Paran VOD를 통해, 모바일 서비스는 SKT June/KTF Fimm/KTF MultiPAC을 통해 배급되었다.

    미국의 배급 사례를 벤치마킹한 국내의 배급 사례는 글의 처음에 언급한대로 꽤 많은 언론의 관심을 이끌어 냈다. 소규모 영화가 시장에서 소외되는 상황에서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음은 물론이고 배급의 성과 역시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10)

    그러나 <버블>의 국내 배급은 미국의 배급 상황과 많은 것이 유사하지만 다른 점도 있다. 가장 다른 점은 모든 창구에서 한꺼번에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영화 상영업자들이나 메이저 회사들은 전혀 견제하거나 비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차이는 무엇 때문일까? 첫 번째 가능성은 국내의 영화 시장이 미국만큼 산업적으로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홈비디오/DVD 시장은 이미 붕괴했기 때문에 상영 시장에 위협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케이블/위성TV 시장은 아직 성숙한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극장 이외의 창구에서 동시 개봉하는 것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가능할 수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예상할 수 있는 두 번째 가능성은 <버블>이라는 영화가 일정한 화제임은 분명하지만 영화 한 편이 시장에 별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며, 동시 개봉 전략을 펼친다고 해도, 지속성이 없는 이벤트일 뿐이기에 산업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진짜 이유가 전자이든 후자이든 둘 다 꽤 의미 있는 답변이 된다. 전자가 이유라면 <버블>의 동시 다발적 배급 전략은 국내 독립영화나 저예산영화의 배급을 위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없음이 분명해 진다. 주류 영화사조차 현재 DVD시장과 케이블/위성TV 시장을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이 시장은 비주류인 독립영화의 배급창구로서의 역할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KBS의 프리미어 페스티발 홍보페이지

     붕괴되어 상업영화 조차 수익을 발생시키지 못하는 DVD 시장에서 독립영화의 수익 창출은 애초에 불가능할 것이며, 케이블/위성TV 시장이 미성숙한 상태라면 독립영화가 낄 자리가 아직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배급과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후자가 이유라면 어떨까? 외려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이 대답은 한국에서 진행된 <버블>의 배급이 그저 (대안적 실험으로 포장된) 미국발 화제에 근거한 이벤트일 뿐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번 이벤트에 참여한 회사들이 지속적으로 독립영화의 동시다발적 배급을 위해 동참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고, <버블>보다 유명하지 않은 영화들이 그런 방식으로 영화를 배급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린다.

    그렇다면 한국에서의 <버블> 개봉은 무슨 의미를 가지는 걸까? 한국의 독립영화는 이 사례를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한국의 <버블> 배급 사례는 미국의 배급 사례만큼의 의미라도 가지고 있긴 한 것일까?

    <버블>의 배급 전략, 새로운 도전? 거품?

    늦었지만 <버블>의 미국 배급 사례가 국내에 소개되고, 한국의 개봉에 맞춰 기사화되면서 오해되고 과대 포장된 부분이 있음을 지적해야겠다. <버블>보다 훨씬 전 도전적인 배급 실험이 감행된 사례가 이미 국내에 존재한다. 2005년 4월 2일부터 5월 6일까지 진행된 ‘KBS 프리미어’가 바로 바로 그것이다.

    KBS는 ‘비할리우드 영화들이 영화관에서 홀대받아 제한적으로 상영되는 현실에서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KBS 프리미어’를 기획 진행했다. ‘KBS 프리미어’의 개봉 방식은 매주 토요일 KBS 2TV ‘토요명화’를 통해 매주 한 편씩 영화를 방영하고, 같은 날부터 단성사에서 1주일간 동시에 개봉 상영하는 형태였다.

       
      ▲영화 <신부와 편견> 포스터

    <신부와 편견> 등 6편의 영화가 이런 실험적 방식을  통해 관객들을 만났다.11) 1주차 상영이 지난 4월 9일부터는 ‘SKT June’ 서비스를 통해 함께 개봉 상영이 진행되었다, <신부와 편견>을 제외한 5편의 영화는 ‘극장개봉 상영-지상파TV 방영-모바일서비스’라는 획기적인 방식으로 배급되기도 했다. <버블>의 배급 사례와 유사하지 않은가?

    무엇보다 <버블>의 미국 배급에서 선택한 동시다발 배급 전략은 홀드백 기간이 지켜지는 미국에서는 의미 있는 시도일 수 있겠지만, 홀드백 기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한국에서는 그다지 의미 있는 시도가 되지 못할 수도 아울러 지적되어야 한다.

    <버블>이 미국 배급 당시 전략적으로 시행한 극장 상영과 DVD 출시를 가급적 동시에 진행해 배급에 소모되는 비용을 줄이고 DVD 판매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 하는 방식은 이미 90년대부터 국내 비디오 시장에서 시도되어온 배급 방식과 유사한 배급 전략이었다.

     90년대 비디오 시장이 활발할 당시 극장 상영과 비디오 출시를 가급적 붙여 배급에 소모되는 비용을 줄이고 비디오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려는 배급 전략은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미개봉작 보다 높은 극장 개봉작이 판매가를 맞추기 위해 출시 1주일 전 극장 개봉을 진행하고 비디오를 판매한 사례부터, 개봉에서 실패한 영화의 추가 홍보비를 줄이고 비디오 시장에서 수익을 회수하기 위해 급하게 비디오 출시를 서두른 사례까지 <버블>처럼 세련되진 못했지만 비용을 최소화하거나 비용 대비 최대의 수익을 창출하려는 이런 시도는 분명 <버블>의 전략과 매우 유사하다.

    독립영화 배급의 미래,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한국의 독립영화는 공적 지원 없이는 개봉 배급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2005년 개봉한 10편 가량의 독립영화는 대부분 영화진흥위원회의 마케팅/배급 지원을 통해 개봉되었다. 제작비도 간신히 마련하는 상황에서 영화의 배급을 위한 별도의 비용을 제작자가 마련하는 것은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개봉을 하더라도 제작비는 고사하고 배급을 위해 들이는 비용조차 회수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배급을 하지 않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배급 방식이 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현재 독립영화 배급이 처한 상황이다. 운 좋게 배급의 기회를 잡아 극장에서 개봉을 한다 해도 모든 작품이 DVD나 VHS로 출시되는 것도 아니다.

    과거 홈비디오 시장이 정상적일 때에는 개봉을 하면 관례적으로 VHS로 출시되고 DVD로 제작되기도 했지만, 이젠 옛날일이 되어버렸다. 케이블 TV와 위성TV의 수많은 영화 채널들도 독립영화를 잘 구매하려 하지 않는다.

    극장, DVD, 케이블TV/위성TV 등 각각의 창구에서 소외되는 독립영화가 배급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없을까? 최근 제작되어 배급되고 있는 독립영화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의 배급 사례를 참조해 볼 수 있겠다. 이 작품은 5월 18일부터 지금까지 극장 개봉이 아닌 비극장 상영 방식으로 전국에서 순회 상영되고 있으며12), 6월 11일부터는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 다운로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13)

    그리고 배포와 상영을 위한 DVD 제작도 7월 완료를 목표로 제작되고 있다. 영화시장을 우회하는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의 배급은 …….  (4주 뒤에 계속) 

     


    1) <버블>의 제작 및 배급 과정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버블>, 혁명인가 반역인가 – 스티븐 소더버그의 배급 논란” (FILM2.0, 2006-03-23)을 참고하라.

    2) 유명한 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관객이 수백만 달러의 선전캠페인으로 극장에 떠밀려가는 시대에 큰 아이디어를 가진 작은 영화가 있다”며 자신의 영화평을 읽고도 극장에 가서 볼 만큼 호기심이 생기지 않았다면, 적어도 케이블TV나 DVD로 관람할 사람들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버트는 “바로 그것이 이런 영화들이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통신원리포트 – [뉴욕] 인디영화의 새로운 활로될까?” [씨네21, 2006-02-09]

    3) <버블>에 대한 부정적 의견 중 ‘극장에서의 관람이라는 고유의 영화 체험이 붕괴될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이글에서 언급하지 않는다. 앞의 [FILM2.0] 기사와 [데일리 서프라이즈]에 이종찬 문화평론가가 기고한 글에서는 <버블>이 극장에서의 관람을 ‘숭고하게 특수화’하는 근본주의적 관점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라고 평가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입장은 다양할 수밖에 없음은 둘째치더라도, 미국의 <버블>의 배급에서 극장 상영이 중요한 문제로 고려되었기 때문에 <버블>의 배급이 영화의 극장 상영에 특별히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4) 70년대 주로 대학과 필름 소사이어티에 컬트영화를 배급했던 뉴라인 시네마는 현재 AOL-타임워너의 자회사로 있고, 성인층을 공략하는 독특한 독립영화를 배급하던 미라맥스는 1993년 월트 디즈니의 자회사로 매각되었다. 반면 20세기 폭스는 폭스서치라이트를, 소니는 소니클래식스를, 워너브러더스는 워너인디펜던트, 파라마운트는 파라마운트 클래식스를 설립해 저에산 독립영화를 배급하기 시작했다.

    5) 99년 <블레어위치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이름을 날렸던 독립영화 배급사 아티잔 엔터테인먼트는 2003년 독립영화배급사인 라이온스 게이트에 인수 합병되었고, 2004년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배급해 일거에 독립영화 배급의 기대주로 떠올랐던 뉴마켓 필름은 2005년 타임-워너의 계열사인 뉴라인 시네마와 HBO에 공동 인수되었다.

    6) 지난 98년, 토드 솔론즈의 <해피니스>를 배급하기로 계약했던 옥토버필름은 갑자기 영화의 배급을 포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포기의 이유는 모회사인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아버지가 아들의 남자친구를 성폭행하는 영화 내용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 배급포기를 종용하였기 때문이었다. 이 사건은 메이져 스튜디오의 자회사로 설립된 독립영화 배급사가 실제로 다양한 독립영화 배급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7) 2929 프로덕션은 1천만~3천만 달러의 저예산 영화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회사로 최근 국내에서도 개봉한 다큐멘터리 <데브라 윙거를 찾아서>를 비롯, 조지 클루니 감독의 <굿 나잇, 앤 굿 럭>,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갓센드> 등을 제작했다.

    8) HDNet 필름은 보다 관점이 분명하고 비타협적인 저예산 영화를 제작하는 회사로,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버블>과 다큐멘터리 <엔론; 세상에서 제일 잘난 놈들 Enron: The Smartest Guys in the Room>이 있다.

    9) 여기서 생기는 하나의 궁금증. <버블>의 사례가 저예산영화/독립영화의 생존 방식이라고 표현했던 (SBS를 포함한) 국내의 많은 기자들은 배급 실험을 가능하게 한 이런 구조에 대해 알고 기사를 작성한 것일까? 만약 그랬다면 한국 독립영화 혹은 저예산 영화의 생존은 거대한 수직계열화 구조를 만들어야만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10) ‘작은 영화의 새로운 살길 보여준 <버블>’ [한겨레, 2006-05-18], ‘[News Watch] <버블>, ‘거품’이 아니었다’ [FILM2.0, 2006-05-19]

    11) <신부와 편견>, <머시니스트>, <퍼펙트 크라임>, <브라더스>, <알츠하이머 케이스>, <하와이 오슬로> 등 6편이 [KBS 프리미어]를 통해 배급되었으며, 이중 <신부와 편견>을 제외한 5편이 SKT June 서비스를 통해 모바일로 상영되었다. 그리고 2005년, 6작품 모두가 스타맥스를 통해 DVD로 출시되었다.

    12)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 순회상영 일정 등은 한국독립영화협회 홈페이지 참고

    13)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 영화 소개는 영화 홈페이지 참고. 작품의 무료 다운로드는 영화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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