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 성산 진보단일화
    정의당 50:50 제안, 민중당은 거부
    여론조사와 민주노총 조합원 총투표, 합의 가능할까
        2019년 03월 01일 01: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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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4월 3일 국회의원 재보선이 치러지는 곳은 전국에서 두 군데이다. 경남 창원 성산구와 경남 통영시·고성군이다. 창원은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사망하면서 치러지는 보궐선거이고 통영고성은 자유한국당 이군현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형 유죄가 확정되면서 실시되는 재선거이다.

    이 중에서 진보진영의 관심이 모아지는 곳은 창원 성산 보궐선거이다. 권영길-노회찬으로 이어지는 진보정당의 의원이 당선된 곳이고, 민주노총 등 노동운동의 영향력이 비교적 강한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 이곳에서는 선거 때면 후보 단일화와 관련된 고민이 제기된다. 민주당과 진보정당, 진보정당과 진보정당의 후보들 사이의 단일화가 이뤄져야 전통적으로 지지 기반이 두터운 자유한국당 후보와의 대결에서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17대 국회의원 선거(2004년)에서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후보와 경쟁하여 당선되었고 18대(2008년)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한나라당, 민주당 후보와 경선해서 승리했지만 19대 총선(2012년)에서는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가 통합진보당 손석형, 진보신당 김창근 후보와 경선해서 승리했다. 다시 20대 총선(2016년)에서는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새누리당, 국민의당 후보와 경선하여 승리했다.

    17대와 18대는 대통령 후보를 역임하고, 또 진보정당 내에서 민주노동당의 비중이 큰 상황에서 열린우리당, 민주당과의 단일화 없이 3자 구도에서도 승리했지만 19대 선거는 민주노동당 분열과 진보정당 분화가 본격화되면서 진보정당의 영향력이 반감되고 권영길 후보가 출마하지 않은 상황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었다. 20대 총선은 정의당 노회찬 후보와 무소속 진보 성향의 손석형 후보가 단일화를 이루고, 그 이후 다시 정의당과 민주당의 단일화가 2단계로 진행되어 사실상 새누리당과 정의당의 1:1 대결구도가 되고 노회찬 후보가 승리했다.

    이번에 창원 성산구 보궐선거의 현재까지 예비후보들은 자유한국당 강기윤 예비후보, 민주당의 권민호 예비후보, 정의당의 여영국 예비후보, 민중당의 손석형 예비후보 등이다. 최근 창원kbs 여론조사에서는 여영국과 강기윤 후보가 25% 대에서 오차범위 내 경쟁하고 있고, 손석형과 권민호 후보가 7% 대에서 경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기사. 창원kbs 의뢰 한국리서치 조사, 조사일시: 2/15~2/17.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정의당-민중당의 단일화 고민이 제기되는 것은 우선적으로 자유한국당과 1:1 구도가 아니고 승리하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쉽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 정의당, 민중당은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다.

    먼저 민주당은 집권당의 처지에서 후보를 내지 않을 수 없으나, 후보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자유한국당이 당선된다면 문재인 정부의 정국 운영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단일화 문제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 없다. 민주당 예비후보인 권민호 후보가 과거 새누리당 경력으로 거제시장을 역임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정의당은 이곳 지역구 의원이었던 노회찬 의원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후보를 내고 당선을 시켜야 한다는 절박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정의당이 진보정당으로서 노동자들이 비교적 밀집해있고 노동운동의 영향력이 큰 경남 창원을 기반으로 영남권에서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는 고민도 깔려 있다.

    민중당은 1석을 가졌지만 원내정당으로서의 존재감이 약하고, 통합진보당과의 연관성에 대한 대중적 우려 정서를 씻어내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비교적 조직기반이 강한 창원에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판단이 강하게 깔려 있다.

    여영국 정의당 예비후보와 손석형 민중당 예비후보(왼쪽부터)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과 민중당의 진보 단일화에 대한 논의가 이전부터 진행되어 왔지만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주장하는 정의당과 민주노총 조합원 총투표에 의한 단일화를 주장하는 민중당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정의당 여영국 후보와 민주노총 등 지역조직에서 조직기반이 강한 민중당의 이해가 반영된 것이다. (여론조사는 성산구 지역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며, 민주노총 조합원 총투표는 실 거주지와 유권자 여부는 따지지 않고 창원시에 사업장이 있는 회사의 민주노총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다)

    그 와중에서 2월 28일 오전 정의당이 그동안 부정적이었떤 민주노총 조합원 총투표를 일부 수용하면서 여론조사 50%와 민주노총 조합원 총투표 50%의 수정 제안을 민중당에 하면서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하지만 민중당은 이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같은 날 민중당은 민주노총 조합원 총투표와 함께 반영되는 방식으로 여론조사가 아니라 선거인단 모집을 통한 민중경선 방식이 입장임을 밝혔다. 선거인단 모집을 통한 민중경선은 사실상 조직적 동원력이 결정적이라는 점에서 여론조사 방식과는 완전히 결을 달리하는 것이다. 정의당이 수용할 여지가 별로 없는 방안이다.

    후보 단일화, 특히 진보정당을 표방하는 복수의 정당 사이에서 단일화는 늘 뜨거운 감자이다. 민주당과 진보정당 사이의 단일화는 단일화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그 필요성과 적절성의 쟁점이 먼저 제기되고 그 쟁점이 풀리면 단일화의 경로와 방안은 비교적 쉽게 해결되었다. 민주노총 총투표나 선거인단 등의 방식은 민주당과 진보정당 양자 사이에서 수용 가능한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보정당 사이의, 혹은 진보 성향 후보들 사이의 단일화는 늘 여론조사, 민주노총 총투표 혹은 선거인단 등의 쟁점이 제기된다. 이것은 진보정치가 원내의 활동만이 아니라 노동운동, 사회운동 등 원외 진보운동과의 연대와 동맹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인데, 단일화 과정에서는 이런 원론적 의미 외에 정당 외의 노동·사회운동에 대한 영향력, 조직력, 정치적 친소관계 등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진보진영의 고질적 문제라는 정파적 대립과도 연동이 되는 거다.

    경남 창원의 경우 여론조사 등에서는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앞서가는 게 비교적 뚜렷하고 또 민주노총 경남본부나 지역 시민단체에 대한 영향력과 정치적 친화 관계에서는 민중당이 정의당에 비해 강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이 둘 사이의 접점은 결국 양자의 성격을 혼합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산술적 문제가 아니라 정의당과 민중당이 진보정치의 대의를 위해 연합하고 단결할 것인지, 아니면 진보정치의 대표성을 차기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타격을 주면서라도 극한 경쟁을 모색할 것인지, 그 정치적 판단이 먼저 정리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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