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 초선들 무능의 뿌리 거침없이 보여줬다
        2006년 06월 16일 01: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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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싸가지 정당’이 어떻게 국민을 통합하겠는가"
    "언론이 권력이라면 견제와 균형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 권력을 없애버리겠다고 한 것이 가장 뼈아픈 실책인 것 같다"
    "반기업노선을 전면개편해서 친기업노선으로 가고, 일자리 창출에 정부와 여당이 `올인’해야 한다"
    "증세는 백전백패"
    "1가구1주택 종부세 개선도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나온 발언이 아니다. 어제 여당 초선의원들이 어느 토론회에서 쏟아낸 발언들이다. 그들이 전한 민심은 ‘개혁이 과도했고 추진 방식도 독선적이어서 선거에서 참패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른바 ‘개혁과잉론’이다.

    그동안 집권 여당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무능’이었다. 여당의 무능의 뿌리와 관련된 ‘가설’ 가운데 하나는 탄핵풍에 힘입어 ‘우수마발’이 다 국회의원이 돼서 그렇다는 것이었다. 열린우리당의 신출내기 의원들이 뱉어낸 말들은 그 가설을 진실로 승격시키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무능함의 발원지를 본 것이다. 건강한 문제의식도 비판의식도 없이 선거에 패배한 분풀이를 해대는 듯한 목소리들을 언론은 생생하게 전달해준다. 초선의원들의 말대로 "재집권하면 뭐하나"란 말이 절로 나온다. <조선일보>는 쾌재를 부르면서 1면 머리기사로 그들의 말을 전해준다.

    삼국지의 ‘초선’만도 못한 여당의 ‘초선’들의 얘기들은 같은 날 나온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의 조사 결과와도 정반대다. KSOI의 조사에서 국민들은 ‘정책혼선’과 ‘개혁부진’을 참패 원인으로 꼽았다. ‘개혁과잉’이라는 응답자는 13.7%에 불과했다. 여당 초선의원들은 이들로부터만 얘기를 들었던 모양이다. 그 중 대략 1/3은 한나라당 지지자다.

    어제 토론회에서는 또 부동산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가 봇물을 이뤘다. 6억 이상 1가구 1주택에 매기는 종부세를 낮춰야 한다는 얘기가 거침없이 쏟아졌다. 거래세도 낮추고 양도소득세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잇달아 나왔다.

    이것 역시 KSOI의 조사 결과와는 사뭇 다르다. KSOI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부동산 규제를 현행보다 강화하거나 최소한 현행 수준은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자는 44.9%였다. 여당 초선의원들이 전한 민심은 이 44.9%의 민심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는다. 여당 초선의원들도 그랬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13.7%의 여론이 전체 민심으로 둔갑하는 일 따위는 없었을 것이다. ‘정책혼선’ 혹은 ‘미흡한 개혁정책’이 문제라고 답한 82.5%의 국민들, 부동산 정책을 적어도 현행 수준은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한 56.5%의 국민들, 여당 초선의원들에게 이들의 생각은 ‘민심’이 아니었다. 

    초선의원들만 그런 건 아니다. 요즘 여당은 서민경제를 살리는데 ‘올인’하겠다고 법석을 떨고 있다. 그를 위해 6억 이상 주택에 매기는 종부세를 깎자고 한다. 종부세 과세대상자는 전체 국민의 1.2%다. 반면 전체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농민, 집 없는 서민들의 처지를 개선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여지껏 일언반구도 없다. 

    여당 지도부와 초선 의원들이 말하는 ‘서민’에는 ‘서민’이 없다. 그들이 말하는 서민은 ‘개혁과잉’을 탓하는 13.7%, ‘부동산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44.9%, 종부세 과세 대상인 1.2%의 계층이다.

    지금껏 여당은 보수와 진보의 가운데 존재한다는 중간지대를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사회의 양극화와 함께 중간지대는 빠르게 침식되고 있고 여당은 왼쪽이냐, 오른쪽이냐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요즘 여당의 행보를 보면 종국적인 선택지가 보인다. 여당과 한나라당은 마치 보수의 선명성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다. 

    어제 여당 초선의원들이 요란하게 토론한 것을 보니 지금껏 여당이 보인 무능, 갈팡질팡, 정책혼선의 실체를 알 것도 같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반기업적’이라고 보는 사람이 계통없이 섞여 있는 정당이 알량한 개혁이나마 제대로 밀어붙였겠는가. 어제 여당 초선의원들은 선거 참패의 원인을 왁자하게 진단했지만, 토론회 그 자체가 선거 참패의 원인을 단박에 보여주는 적나라한 퍼포먼스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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