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의 '비신사적' 행위
By tathata
    2006년 06월 16일 11: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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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6일자 1면 머리기사를 본 적지않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을 것 같다. ‘공무원 교육서 “노조는 빨갱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강원도청이 지난 2월 21일 주최한 노사관계 강의에서 이재민  강사가 “노조는 막말로 빨갱이다. 좌파다”라며 “시대착오적인 내용으로 교육을 한 것으로 확인돼 물의를 빚고 있다”라고 쓰고 있다. 

   
  ▲한겨레 6월16일자 1면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이 강사는 “솔직히 까놓고 말하면 이놈(전교조)들은 질이 아주 나쁘다” “공무원과 선생 하면 안 되는 사람들이 강한 조직으로 들어간다”, ‘(노조위원장을) 구속시키려면 작전이 필요하다’, ‘노조위원장이 노조를 장악했는지 알아야 한다. 첩자가 필요하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이 강사는 지난해까지 교육부 교육단체지원과 과장으로 있다가 휴직했으며, 현재 한양대학교 초빙교수 신분으로 일하고 있다고 <한겨레>는 밝혔다.

교육부의 고위직책에 있었던 인사가 노조를 향해 막말과 독설을 퍼부은 것은 정부가 노조를 ‘대화의 파트너’로 삼기 보다는 ‘탄압의 대상’으로 삼고 있음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한겨레 ‘단독’ 보도를 통해서 우리는 이 나라 관료들의 한심하기 그지없는 머리 속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런 사람을 ‘초빙’해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하는 학교도 딱하다.

하지만 한겨레 보도를 보고 있자면 흔쾌하지 못한 어떤 게 있다. 사실 이 보도는 이미 이틀전에 노동전문일간지인 <매일노동뉴스>에 상세하게 소개된 내용이다. 한겨레 기자는 이 기사를 읽었다. 물론 한겨레가 매일노동뉴스를 베낀 것이 아니라, 이틀 뒤에 동일한 소스를 받아 인용해서 보도한 것이다.  따라서 이날자 보도에서 첫 보도를 한 <매일노동뉴스>를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시비걸 일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 매일노동뉴스 6월14일자 4~5면에 실린 기사
 

하지만 <매일노동뉴스>의 보도가 없었더라면 <한겨레> 보도도 나오기 힘들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한겨레에서 매일노동뉴스의 보도를 언급한다고 해서 그 기사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분명하다. 보기에 따라서는 한겨레의 ‘덜 신사적인’ 행위로 비쳐질 수도 있다.

<한겨레>는 2004년 11월 29일자 ‘새로 드러난 전두환 씨 땅 압류’ 기사에서 “일요신문의 보도에 따라 전씨 지분에 대한 압류 절차를 밟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이 보도는 거의 대부분의 매체가 <일요신문>을 ‘모 주간지’로 표시하며 타사 매체 보도 인용에 인색하게 대응했으나, 일간지로서는 유일하게 출처를 명확하게 밝혀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그런 <한겨레>가 정작 노동계의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하는 유일한 전문 매체인 <매일노동뉴스>를 인용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경쟁지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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