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 발표···"개악" 비판
    탄력근로제는 사회적 합의 핑계대고, 최저임금은 사회적 대화 패쓰
        2019년 02월 27일 07: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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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기준과 결정구조를 바꾸는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27일 발표했다. 최저임금 의결기구를 이원화하고 결정기준에 경제상황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더하는 내용이다. 노동계는 물론, 일부 정치권에서도 “최저임금 개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최종안을 발표했다. 내용은 지난달 7일 발표한 초안과 큰 차이가 없다.

    최저임금 결정기준 변경만 초안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 현행 최저임금 결정기준은 노동자의 생계비, 유사노동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도록 돼있으나, 이번 개편안엔 고용수준, 경제상황, 사업주의 지불 능력 고려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번 최종안엔 ‘기업의 임금 지급 능력’을 제외하고, ‘고용수준’은 ‘고용에 미치는 영향’으로 표현을 수정했다.

    노동계의 반발이 가장 컸던 최저임금 의결기구 이원화 방안도 그대로 유지된다. 기존에 일원화돼있던 의결기구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나눈 후,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가 최저임금 인상범위를 정하고 결정위가 그 범위 내에서 최저임금 인상 정도를 정하는 것이다. 노사 당사자가 정하던 최저임금이 사실상 전문가들에 의해 결정되는 셈이다.

    앞서 정부는 이러한 개편안을 발표한 배경으로 최저임금 결정 시기마다 발생하는 노사 갈등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계는 사회적 합의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정부는 결국 노동계의 반대에도 이날 최종안을 발표했다.

    재계 민원인 탄력근로제 확대는 경사노위로,
    최저임금은 사회적 대화 없이 강행

    개편안의 내용과 별개로 정부가 사회적 대화 기구를 대하는 태도엔 큰 문제가 있다. 노사 합의가 필요 없는 ILO 핵심협약 비준이나, 재계가 원했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억지로 사회적 대화 기구(경사노위)에 우겨넣었던 정부가 저임금 노동자법인 최저임금법은 제대로 된 노사정 대화도 없이 일방 추진했다. 정부가 원할 때만 사회적 대화기구를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사회적 대화를 우선하는 정부에서, 심지어 30년 넘게 운영한 결정구조를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도 없이 몰아치듯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대변인은 “정부는 임금 결정의 대원칙을 무너뜨리고 노정 관계를 극단의 대립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며 “충분한 사회적 대화와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는 일방적인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추진을 중단하고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사가 합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낸 성명을 통해 “최저임금법은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법이다. 정부는 대체 언제까지 사업주 이윤 보장을 위해 줬다 뺏는 ‘답정너’식 최저임금 정책을 추진할 생각인가”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정부 뜻대로 3월 안에 법이 개정된다고 하더라도 위원 추천을 받아 확정한 뒤, 구간설정 단계를 거쳐 결정 논의를 할 때쯤이면 이미 최저임금 결정 시한을 맞게 된다”며 “최저임금 결정 시한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서둘러 부실한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라도 설명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보도자료를 배포해 “(결정기준인) 고용수준 판단은 객관적이기 힘들고 결정구조 이원화는 타당하지 못하다”며 “정부는 형식적 의견수렴을 명분으로 임시국회에서 법 개정을 강행하려는 시도를 지금이라도 중단하고,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합리적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ILO협약 위반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임금교섭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노사갈등을 해소하고자 내놓은 방안이 오히려 국제노동기준을 어기는 상황이 된 셈이다.

    정 대변인은 “1988년 최저임금법이 시행된 이후 결정구조를 바꾸는 것으로 세계에서도 그 유래를 찾을 수 없는 변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임금 결정 당사자인 노사는 임금 결정의 들러리가 되는 것으로, ‘노사 당사자 결정’이라는 임금 결정 대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2001년에 비준한 ILO협약 131호 ‘최저임금 결정에 관한 협약’의 대원칙에도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도 “지금이 최고 의사결정권자 한 마디에 모든 것을 결정하는 권위주의 시절도 아니고, 정부가 이같이 무리하게 ILO 협약에서 멀어지는 개편안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대체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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