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전용열차로 하노이 행
    북미회담, 제재완화·비핵화로 이어질까
    회담 전망, “큰 교환” “완결판 안 될 것” 엇갈리기도
        2019년 02월 25일 01: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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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지난 23일 오후 전용열차를 타고 베트남 하노이로 향했다. 전용기 대신 전용열차를 택한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북한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조처 등 회담 결과도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은 24일 “김정은 동지가 2월 27일부터 28일까지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 하노이시에서 진행되는 제2차 조미수뇌 회담(북미정상회담)을 위하여 평양을 출발하시였다”며 “전용열차는 당과 정부, 무력기관 간부들의 뜨거운 바래움을 받으며 23일 오후 평양역을 출발하였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열차는 23일 오후 5시 평양을 출발해 베이징을 제치고 오후 9시30분쯤 북·중 접경인 단둥을 통과했고, 24일 오후 1시쯤 톈진역을 지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중국 내륙과 베트남 북부 지역을 거쳐 이르면 25일 베트남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의 열차 출발 모습(방송화면)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에 오른 순간부터 이목이 집중됐다. 5시간이면 충분한 항공편(항공거리 2760㎞)을 두고 사흘이나 걸리는 전용열차(열차거리 4500㎞)를 택한 배경과 동선 등에 주목하며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철도 길 선택….”개혁개방의 만리 길” “안전과 경호를 위해 이뤄진 것”

    북한 내 비핵화 회의론자를 겨냥해 내부에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는 분석이 있다. 정세현 통일부 전 장관은 “개혁개방 배움의 만리 길을 떠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25일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4500km면 만 리가 좀 넘는다. 북한에서 항일투쟁 관련해 학생들한테 일종의 교육 프로그램인 ‘배움의 천리길 행군’을 시켰었다. 이번에 (김 위원장이 열차를 타고 가는 것도) 사회주의 국가 중 개혁개방으로 잘 살고 있는 나라를 만 리를 통과해서 가는 과정”이라고 이같이 설명했다.

    또한 “개혁개방 배움의 만리길을 가면서 북한 주민, 북한 내부의 (비핵화) 회의론자에게 ‘확실하게 우리는 개방개혁으로 간다’, ‘중국과 베트남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할 테니 준비하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북한 내부에 개방개혁으로 가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뜻이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열차 자체가 메시지고 전략”이라며 “작년 판문점 회담 때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베트남의 길을 가고 싶다’고 한 말이 의미심장하다”며 “지금 바로 1년 전 남북 정상회담에서 토로했던 베트남의 길을 가고 싶다는 그것을 실천에 옮기고 있는 과정”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북한, 중국, 베트남 아시아 공산주의 3국, 사회주의 국가들끼리의 협력을 강조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주의 3국의 협력 강화라는 대외적인 메시지라는 뜻이다. 또한 “북중 전략협력이라는 측면이 있을 것이고,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리더십의 역사적 연속성이라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보안상의 이유일 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도 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안전과 경호를 이유로 해서 이뤄진 것”이라며 “비행기 안전에 자신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정일 위원장 시절에 육로를 통해 ‘긴 여정을 몸소 체험했다’ 이렇게, 긴 여정을 열차로 다니는 데에 로망이 있는 것처럼 묘사해 왔다”며 “(일종의) 북한의 문화”라고 했다.

    중국을 오랫동안 통과하면서 미국에 중국 뒷배가 있다는 것을 부각하려는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과도한 해석”이라며 “이번에 중국과 사전 조율이나 중국의 협조를 전폭적으로 받아서 정상 회담이 이루어지는 모양은 일체 배제됐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중국을 배경으로 국제 외교를 한다’ 이런 모양을 오히려 경계하는 그런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을 거치지 않은 동선은 ‘실용’에 따른 선택이라는 해석이 많다. 김 의원은 “(베이징을 거치는 것은) 비용 대 효과 면에서 너무 비효율적”이라고 했다. 다만 북미회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회담 결과를 공유할 가능성은 있다. 정 전 장관은 “텐진에서 베이징까지는 기차로 40~5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1월 9일에 중국에 갔었는데, 다자협상 관련해서 북미 간에 진도가 나가면 그것도 시진핑 주석과 공유해 놓는 것이 좋고, 앞으로 대미 협상을 풀어 나가는 데 있어서도 든든한 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 회담, “큰 교환과 거래 있을 것” “2차 회담, 완결판 아닌 것”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정상회담에 이은 하노이 회담의 결과를 놓고도 다양한 전망이 나온다. 북한 측이 베트남 삼성공장 등을 사전 답사한 것이나, 북한 수행원에 경제 담당자를 포진한 것 등을 종합해보면, 북한의 입장에선 ‘경제 제재 완화’가 회담 성패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세현 전 장관은 “경제제재 완화가 이번 북미 정상회담의 관전 포인트”라며 “미국으로서도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어차피 경제제재 완화 해줘야 한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한국 정부가 내놓은 카드를 쓴다면 큰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남북 철도 연결, 그리고 남북경협’을 제재 완화 카드로 쓸 수 있으면 좋겠다”며 “(이 부분에 대한) 북미 간 타협이 이루어진다면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은 당연히 경협 범주 안에 들어갈 것이고 대기업의 대북 투자도 시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동영 대표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NPT(핵확산금지조약) 복귀 선언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북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로 ICBM 반출”이라며 “북이 제재 완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미국의 주류 사회, 여론을 설득할 수 있는 카드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 제재 틀을 움직이려면 큰 교환, 거래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회담 결과를 재확인하는 수준의 포괄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확정 지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종대 의원은 “이번 2차 회담 역시 완결판은 아닐 것”이라며 “새로운 합의라기보다는 1차 정상회담의 실행을 담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게 뭔가가 나올 것인데, 첫째가 포괄적 비핵화의 로드맵”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영변 핵시설을 처음에 폐기하겠다고 했을 때 미국이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미국 전문가의 참관 하에, 즉 사찰에 준하는 폐기로 미국의 관심을 끌었다”며 “이것이 비핵화 로드맵의 첫 단추를 여는 입구 전략에 해당이 된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비핵화에 대한 (북중미 간) 인지부조화 현상이 있었다. 이제는 그걸 해소해야 할 상황이 됐다”며 “비핵화라고 하고 그 일정과 로드맵의 대략적인 아우트라인을 합의해갈 것이고, (구체적 내용을 담은) 하노이 선언에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의원은 미국의 상응 조처로는 ‘적대 관계 청산. 사실상의 종전 선언’, ‘경제 제재 완화 내지 조정’, ‘양국 관계 정상화’를 꼽으며 “이 세 가지 내용을 상응 조치로 구상하고 그중에서 적대 관계 해소가 가장 우선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종전 선언은 아니지만 적대 행위 청산을 통해 종전에 버금가는 상황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경제 제재 완화와 관련해선 “북한이 이제 영변이나 동창리 핵시설을 파괴하고 미국이 바라는 대로 추가적인 핵시설 파괴까지 되는 시점에 미국도 금강산 관광 허용, UN안보리에서는 북한 제재 완화를 위한 협의에 착수한다는 이런 약속 정도 해 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은 국제 공조에 의한 북한 제재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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