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폭발사고 유가족들
    방위사업청 감독 부실 비판, 대책 촉구
    “한화자본, 방산업체 핑계로 안전 회피 노동 탄압”
        2019년 02월 22일 04: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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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대전공장 폭발사고로 숨진 청년 노동자들의 유가족들이 방위사업청의 관리감독 부실로 산업재해가 반복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안전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한화 대전공장 폭발사고 유가족들은 22일 경기도 과천시 방위사업청(방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화 대전공장뿐 아니라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노동자들의 안전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방사청에 요구했다.

    유가족들은 “이번 사고는 지난해 5월에 발생한 폭발사고가 거의 동일한,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며 “우리는 또 다시 같은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참담한 슬픔 속에서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하 사진은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방위산업체인 한화 대전공장에서 지난 14일 발생한 폭발사고로 노동자 3명이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관련 기사) 이들 모두 20·30대 청년들이었다. 한화 대전공장은 지난해 5월 29일에도 폭발사고가 나 9명의 사상자를 낸 사업장이다.

    당시 사고 이후 진행한 대전지방노동청의 특별근로감독 결과 486건의 법 위반 사례가 적발됐고, 그 중 266건은 심각한 산업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안전관리 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화 대전공장은 방산업체라는 이유로 국가안전대진단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한화 역시 ‘방위산업 제품을 생산하는 국가보안시설’이라는 이유로 사고 원인 등 정보 제공을 제한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이러한 공장에 국가기관인 방위사업청이 지속적으로 업무를 전달했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가벼이 여기는 기업에 우리 국민들을 지키는 방위사업을 맡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방위사업청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이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작업중지 명령이 해제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지울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유가족들은 한화 대전공장에서 9개월 만에 산재 사고 또 다시 벌어진 원인으로 방산업체의 특수성을 지목했다. 방산업체는 국가 방위와 관련돼 있다는 이유로 보안구역으로 지정돼있는데다, 노동자들은 노동3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위험한 작업현장 문제를 외부로 드러낼 어떤 통로도 없는 것이다.

    유가족들은 “한화 대전공장은 국가 방위와 관련된 사업이라는 이유로 내부 현장의 위험천만한 상황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있다”며 “그렇기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국가기관인 방위사업청이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생명 또한 지켜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희생당한 우리 가족이 다시 돌아올 수 없지만,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제3, 4의 사고로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한화 대전공장의 현실”이라며 “죽은 자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은 다시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남은 사람들이 안전을 보장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방사청은 사고가 발생하면 조화만 전달하고 형식적 인사만하는 기관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안전을 고려하는 국가기관이 돼야 한다”며 “한화 대전공장뿐 아니라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방산) 노동자들을 위한 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오후 2시에는 한화 본사 앞에서 유가족들이 규탄 회견을 했다.

    “유독 한화에서만 안전이 뒷전으로 밀리는 이유,
    한화자본이 방위산업체 명분으로 안전 회피하고 노동 탄압하기 때문”

    연이어 벌어진 산재 사망사고의 파장은 한화그룹 전체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화그룹 계열사 8개 단위 노조로 구성된 한화그룹노동조합협의회는 전날인 21일 서울 장교동 한화 본사 앞에서 노조 대표자 전원이 참석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한화그룹사 전체 노동자를 대표하여 한화그룹노동조합협의회는 다시 한번 유명을 달리한 청년노동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가슴 깊은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협의회엔 한국노총 화학노련 한화종합화학노조·한화첨단소재노조,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한화손해보험노조·한화생명노조·한화투자증권노조, 민주노총 화섬연맹 한화토탈노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한화갤러리아노조, 민주노총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등이 소속돼있다.

    협의회는 “우리가 어느 지역, 어느 공장에서 일하더라도 우리는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있다”며 “한화그룹 노사관계의 근본적인 변화와 함께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그룹 차원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방위산업은 업종의 특성상 위험한 공정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반복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독 한화에서만 안전이 뒷전으로 밀리는 이유는 한화 자본이 방위산업체를 명분으로 안전을 회피하고 노동을 탄압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방위산업체이기 때문에 한층 더 안전을 강화해야 함에도 반대로 회사는 방위산업체라는 방패 뒤에 숨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한화그룹사의 노동조합들은 더 이상 그 어떤 노동자도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일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며 “한화 그룹도 이에 답해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활동을 보장해야 하라”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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