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미국 민주당의 '신노선'
    2006년 06월 15일 11: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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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의장이 ‘한국식 신자유주의’라는 화두를 던졌다. 부동산 정책 등을 놓고 당내에서 실용노선이 힘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비슷한 시기 태평양 너머 미국의 민주당은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를 앞두고 절치부심하고 있다. 1994년 ‘깅그리치 혁명’으로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 자리를 잃은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하원에서 15석, 상원에서 6석 이상을 늘려야 다수당으로 복귀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과 미국 민주당은 양국에서 자유주의 진영을 대표하는 정당이다. 물론 열린우리당은 현재 집권 다수당이고 민주당은 야당인데다가 상하원 모두 공화당에 수적으로 밀리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미국 민주당 로고

12년만에 다수당을 차지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지만 민주당은 현재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의 실정에 대한 미국민들의 실망감이 곧바로 민주당에 대한 지지로 연결되지 않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 점에서 곧 있을 선거를 앞두고 상하원 다수당 차지 혹은 재집권을 위해 돌파구를 찾고 있는 미국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당의 돌파구 찾기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실용노선으로 기울고 있는 동안 민주당은 ‘미국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이라는 이름의 중간선거 정강정책을 준비했다. 14일(현지시간) 발표된 정강정책은 최저임금 인상, 학자금 대출금리 인하, 의약품 가격 인하, 대체 에너지 개발 등을 주요골자로 하고 있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에 호소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당이 다수당이 될 경우 추진할 정책을 매니페스토 형식으로 발표한 ‘새로운 방향’은 현재 5.15 달러(약 5천원)인 시간당 최저임금을 7.25 달러(약 7천원)으로 인상하고, 현재 6.8%인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금리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저소득층의 의약품 구입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제약회사들과 협상을 통해 약값을 내리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석유회사들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세제혜택을 없애고 거기서 나온 돈으로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겠다는 방안도 담겨있다.

민주당의 ‘새로운 방향’은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의 실정을 공격만 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정책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민주당은 공화당의 “부패문화”를 집중적으로 공격해 공화당측으로부터 “민주당에는 포지티브한 게 없냐”는 비아냥을 받아왔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그동안 함께 했던 사람들, 즉 장년층, 학생 그리고 미국의 근로대중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지지층을 위한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미국인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개선시키는 데 주안점을 둔 민주당의 ‘새로운 방향’은 동성애자 결혼이나 성조기를 태우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헌법을 개정하자는 등 보수적인 가치를 앞세우고 있는 공화당의 행보와 뚜렷이 대비되고 있다.

1994년 뉴트 깅그리치가 이끈 공화당 혁명을 가능하게 했던 것 중의 하나가 공화당이 내건 ‘미국과의 계약’이었다. 민주당의 ‘새로운 방향’이 ‘미국과의 계약’에 필적할만한 성과를 낳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게다가 힐러리 클린턴으로 대표되는 당내 우파 ‘민주당 지도자협의회’(DLC)는 독자적인 공약을 준비하고 있고, 좌파 진영은 ‘미국의 미래를 위한 캠페인’ 그룹을 만들어 진보적인 의제를 구체화시킨다는 계획이다.

물론 민주당이든 열린우리당이든 자유주의 개혁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방선거 참패의 교훈을 찾지 못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열린우리당이 그들의 우당인 미국 민주당의 사례를 참고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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