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임원 연봉=최저임금 노동자 970년 연봉
    2006년 06월 14일 11: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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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일 오후 3시 경총 앞에서 만난 임 모씨(60)는 지하철 5호선에서 청소일을 하는 여성노동자다. 야간청소를 하는 그는 이날 새벽 월드컵 거리공연으로 지하철 운행시간이 연장되면서 새벽 5시가 다 되어서야 일을 마쳤다. 그는 오전에 잠깐 눈을 붙이고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경총 앞으로 달려왔다.

"맨날 토해놓지, 싸놓지, 그걸 치우는데 너무너무 힘들어요. 예전에는 잠깐 들어가서 쉴 수 있었는데 지금은 한시도 쉬지 않고 일해야 해요." 환갑의 나이에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하는데 경총에서는 주40시간으로 줄어들면 최저임금을 깎겠다고 한다. 그는 "기가 막힐 노릇이죠. 지들보고 여기 와서 하라고 하면 하루도 못해요. 지들이 좀 덜 먹고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에요?"라고 반문했다.

"지들이 좀 덜 먹고 내놓아야 되는 것 아니에요?"

그의 가족은 아흔이 넘은 시아버지와 결혼하지 않은 두 아들과 딸, 그리고 남편까지 모두 여섯 식구다. 남편이 6개월 전에 다른 곳에 청소부로 나가서 이제 둘이 버는 돈으로 여섯 식구가 생활하고 있다. 그는 지난 한 달 동안 딱 4일 빼고 27일을 일했다. 그의 월급통장에 찍힌 돈은 90만원이 조금 넘는 정도다. 야간, 연장, 휴일, 연월차 수당 등을 다 합친 금액이다. 그나마 그는 야간조라 주간조보다 10만원 정도 더 받고 있다.

   
 
▲ 6월 14일 오후 3시 경총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 현실화 가로막는 경총 규탄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우렁차게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 금속노조)
 

"외국은 더럽고 힘든 일을 하면 월급을 더 준다는데, 우리나라는 우리처럼 힘들게 일하는 사람만 죽는 거예요." 그는 경총 건물을 쳐다보며 "지들은 수십억원씩 받으면서 최저임금을 깎으려고 하는 도둑놈들"이라고 말했다. "울지 않는 아이 젖 안 주잖아요" 그가 오늘 집회에 나온 이유다.

외국은 더럽고 힘든 일하면 월급 더 준다는데 우린 거꾸로야

이날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최저임금 현실화 가로막는 경총 규탄집회’는 거칠게 퍼붓는 장대비 속에서도 청소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 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진행됐다. 대한민국 최고임금을 받는 최고경영자(CEO)들의 모임인 경총 앞에서 대한민국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울분과 분노가 폭우를 뚫고 뜨겁게 메아리쳤다.

지난 4월 경영전문 잡지인 ‘월간 CEO’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최고경영자 1명의 연봉이 가장 높은 기업은 삼성전자로 81억5,000만원이었다. 이건희 그룹 회장, 윤종용 부회장(삼성전자 대표이사), 이학수 부회장, 이윤우 부회장, 도석 경영지원 총괄 사장, 김인주 전략기획실 사장 등 6명이 이 같은 연봉을 받았다. 삼성물산(17억6900만원), 현대자동차(14억9400만원), 두산(11억6400만원), 신세계(10억5500만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 윤종용 대표이사가 받는 연봉 81억은 최저임금(월 700,600원, 연 840만원)을 받는 노동자 970명의 연봉과 같다. 다시 말하면 대한민국 최고경영자의 1년 급여가 청소노동자가 970년 동안 일해서 받는 급여와 똑같은 것이다.

   
 
▲ ‘최저임금 현실화 가로막는 경총 규탄대회’에 참가한 여성연맹 조합원들.(사진 금속노조)
 

삼성전자 6명의 임원 연봉 = 지하철 청소노동자 6천명 연봉

81억을 받는 삼성전자 6명의 임원 연봉(489억)은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 5,821명의 연봉과 같다. 즉, 삼성전자 임원 6명의 연봉으로 현재 서울지하철 1∼8호선에서 일하고 있는 청소용역노동자 3,100명의 연봉을 비롯해 전국 지하철에서 일하는 모든 청소노동자의 임금을 주고도 남는다.

‘월간 CEO’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상위 10대 기업 최고경영자 연봉도 18억3370만원으로 최저임금 노동자 218명의 연봉이고, 100대 상장사의 최고경영자 평균 연봉(5억2170만원)도 62배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05년 최고경영자와 직원간 연봉 차이는 10.8배로 2001년 6.4배, 2002년 7.6배, 2003년 8.0배, 2004년 10.5배 등 해마다 벌어지고 있다. 즉, 회사가 매년 최고경영자의 연봉을 큰 폭으로 인상하고 있는 것이다.

경총, "최저임금 시급 75원 올리겠다"

그런 최고경영자들의 모임인 경총은 지난 9일 "고율 최저임금 인상이 이루어진다면 영세·한계기업은 국내사업기반을 포기하는 것 이외의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최저임금을 시급 75원(2.4%, 주44시간 월급 71만7550원) 올리겠다고 밝혔다.

반면 노동계는 노동자 평균임금의 50%인 87만7천800원(시급 4천200원)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 12월까지 적용될 최저임금은 오는 6월 28일 노사정 각 9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 5차 전원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매년 최고경영자의 연봉은 큰 폭으로 인상하는 사용자들이 가난한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를 외면하고 있는 게 오늘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경총 이수영 회장은 홈페이지에서 "경총은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국민경제의 성장 및 발전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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