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불법파견에 집단폭행까지
비정규직지회, 사장·원청 관리자 고소
원청 관리자 300여명, 노조간부·대의원 10여명 폭행
    2019년 02월 19일 07:17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집단 폭행’을 당한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박한우 기아차 사장과 원청 관리자들을 검찰에 고소했다.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 공동투쟁위원회(공투위) 등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리자 300명이 김수억 기아차 비정규직지회 지회장 등 비정규직 조합원 10여명을 상대로 ‘집단 폭행’을 가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박한우 사장을 비롯해 폭행에 가담한 원청 관리자 전원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대검찰청 앞 기자회견 모습(사진=공투위)

이들은 고소장에서 “직원 수명이 김수억 (지회장)의 멱살을 잡고 팔을 꺾어 허리를 감아서 바닥에 넘어뜨렸다. 이후 직원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김수억의 머리를 두 번 가격했고, (여성조합원인) 최정은 대의원도 직원들에 의해 깔리면서 허리를 다쳐 구급차로 안중서울제일병원으로 응급 이송됐다”며, 폭행에 가담한 관리자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지회는 이날 벌어진 폭행 사건이 일상적인 노조활동을 방해한 것이라고 보고 현장에서 찍은 사진, 동영상도 증거자료로 함께 제출했다.

집단 폭행 사건은 전날인 18일 오전 6시 50분 경 비정규직지회가 화성공장 주간조 현장순회를 진행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에 벌어졌다. 기아차 비정규직지회 등 노동계의 말을 종합하면, 노조 간부들과 대의원 10여 명이 조합원을 만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하려 하자, 기아차 원청 관리자 300여 명이 이들을 둘러싸고 이동 자체를 막아섰다. 지회 측은 정상적인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라고 항의하며 “비켜달라”고 10여 차례 요구했으나, 수백명의 원청 관리자들은 이를 묵살하고 지회 측 간부와 대의원 10여명을 집단 폭행하기 시작했다.

김남규 기아차 비정규직지회 조직실장은 “10년 동안 공장에 다니면서 이렇게 심한 폭행은 처음이었다. 오죽했으면 덜 맞은 간부들이 경찰에 신고할 정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폭행은 오전 7시부터 30분간 이어졌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신고로 구급차와 경찰이 도착하자 폭행에 가담했던 원청 관리자 다수가 인근에 세워둔 관광버스로 몸을 피하면서 폭행이 중단됐다고 한다. 김수억 지회장은 곧바로 안중 제일병원으로 이송돼 현재 입원 중이며, 허리와 오른쪽 어깨를 심하게 다쳐 거동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공투위는 “기아차 원청은 문재인 정부와 함께 약속한 직접교섭의 장에 나오는 대신, 관리자들을 동원해 김수억 지회장의 현장순회를 가로막고, 그를 쓰러뜨려 구둣발로 차버렸다”며 “현대기아차그룹은 대화가 아닌 폭력, 교섭이 아닌 테러를 선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회사 측은 원청 관리자들도 다쳤다며 일방적 폭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회 측은 지회 간부와 대의원 10여 명 중 절반은 여성 조합원이었고, 비정규직 지회에는 고령의 조합원이 다수인 점을 감안하면 쌍방 폭행 자체가 성립되기 어렵다고 반박하고 있다.

원청 관리자들의 폭행 장면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문제는 2004년 노동부가 ‘현대차 사내하청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후 15년간 이어졌다. 뒤이어 대법원도 2010년 7월 불법파견 확정 판결을 내렸고 이후에 세 차례나 확정 판결이 나왔지만 현대·기아차는 여전히 불법파견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노동부는 지난해 10월 현대기아차의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재에 나섰다. 이에 따라 회사와 정규직·비정규직 노조 등이 대등한 지위에서 직접 교섭을 하고 필요에 따라 회사와 비정규직 노조가 직접교섭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후 노사가 벌인 교섭은 딱 한 번이었다. 기아차비정규지회는 지난 14일 2차 교섭을 요구했으나, 원청은 “더 이상 교섭에 나가지 않겠다”며 거부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