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봉균 의장을 보면 실용파가 보인다"
        2006년 06월 14일 04: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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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여당의 실용적 노선을 이끄는 사람은 강봉균 정책위의장이다. 그는 재경부장관 출신으로 여당 내 대표적인 시장주의자다.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철폐는 그의 소신인데,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소신을 피력하곤 한다. 최근 부동산 정책을 바꾸려는 흐름에서도 그의 그림자는 어른댄다.

    지난 2일 여당 원내대표단은 회의를 갖고 "선거결과에서 드러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새기고 부동산·세금 정책에 민의를 과감히 반영해 개선하겠다"고 결론냈는데, 이게 여권 내 부동산 정책 논쟁의 도화선이 됐다. 정책위의장이면 원내대표에 이어 원내 서열 2위 자리다.

    여당 정책위는 지난 12일 통일부와의 내년도 예산안 협의에선 대북송전 사업비 증액안을 원점으로 돌리는 ‘도발’을 감행하기도 했다. 당 안팎의 반발이 들끓었고, 여당 비대위는 14일 강봉균 의장을 출석시켜 직접 해명을 들었다. 그 자리에서 강 의장은 ‘오해’라고 보고했다고 한다.

    회의가 끝난 후 우상호 대변인은 "대북송전관련 예산은 철회되거나 삭감된 것이 아니라 적정규모에 대한 행정부의 판단과 이견이 있어서 그 문제에 대해서 다시 보고하도록 지적한 것"이라며 "7월에 다시 2차 협의에서 적정규모를 편성해서 예산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해명은 당시의 발표와 다르다. 당시 문제로 지적됐던 건 예산의 ‘적정 규모’가 아니라 예산을 반영하는 ‘시점’이었다. 남북대화의 진전 속도를 봐가며 예산 증액 여부를 결정한다고 결론낸 것도 그래서인데, 이는 경우에 따라서는 예산을 증액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

    무엇보다, 단지 ‘적정규모’의 문제였다면 ‘퍼주기’니 ‘상호주의’니 하는, 대북정책의 성격과 관련된 말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정책위가 ‘사고’를 쳤다가 당내 반발 여론에 밀려 옹색한 해명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사석에서 여당의 개혁파 의원들은 한나라당보다 더 ‘한나라당스러운’ 여당의 경제정책을 종종 비판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그들의 흉중에는 어김없이 강봉균 정책위의장이 있다. 강봉균 정책위의장을 보면 여당의 실용파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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