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 노동당 의원 7명 탈당
    무소속 독립파 활동 표방
    브렉시트 파장, 보수·노동 내부로?
        2019년 02월 19일 11:4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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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영국의 제1야당인 노동당 내에서 7명의 하원의원이 탈당했다. 이들은 탈당이 제레미 코빈 노동당 대표의 지도력과 노선에 대한 반발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당분간 무소속 독립그룹으로 존재하겠다고 밝혔다. 탈당한 이들은 크리스 레슬리, 루시아나 버거, 앤절라 스미스, 개빈 슈커, 추카 우무나, 마이크 게입스, 앤 코피 등이다.

    노동당으로서는 1981년 로이 젠킨스,데이비드 오언, 빌 로저스, 셜리 윌리엄스 4명의 중량급의 전·현 하원의원이 탈당하여 사회민주당을 창당한 이후 최대의 조직적 탈당이다. 하지만 사회민주당 창당 실험은 결국 생존에 실패하고 1988년 해산하고 자유당과 합병해 현재의 자유민주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탈당은 노동당 내 추가 탈당 등의 흐름과 보수당 내의 분열과 갈등 속에서 동조자들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아직 그 가능성은 낮다.

    7명의 탈당파들은 2015년 노동당 대표에 오른 코빈 대표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Brexit)에 대한 모호한 태도와 당 내 반유대주의 경향에 대해 미온적이라는 점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들이 탈당을 하며 밝힌 입장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유대계인 루시아나 버거의 경우는 코빈 대표가 당 내 반유대주의에 대해 단호한 대응을 하지 않고 미온적이라는 이유를 앞세웠다. 코빈 대표는 영국 정치권에서 이스라엘 정부에 대해 가장 강력한 비판자이다.

    크리스 레즐리의 경우는 코빈의 강경좌파 노선을 비판했다. 그는 “영국 노동당이 강경좌파의 대중동원 정치에 의해 납치됐다”고 비판하며 “유럽에 대한 노동당의 배신”을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추카 우무나는 “낡은 정치를 청산하는 새로운 길”을 주장하며 새로운 정치운동에 대한 열망을 표시했다.

    이들의 탈당에 대해 코빈 대표는 격렬한 반발과 비난 대신 비교적 온건한 태도로 그의 실망을 나타냈다. 코빈 대표는 발표한 성명을 통해 “(탈당 의원들이) 지난 총선에서 수백만 명을 고무한 노동당 정책을 위한 작업을 계속 함께할 수 없다고 느낀 점이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2017년 6월 조기총선 후 650석 하원에서 현재 과반 미달의 집권 보수당은 317석, 제1야당 노동당은 256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때 코빈 대표의 노동당은 기대를 훨씬 웃도는 결과는 얻었다.

    하지만 현재 일부 코빈 대표 지지자들은 탈당파들을 강하게 비판하며 그들은 의원직을 사퇴하고 보궐선거에 노동당 후보가 아닌 무소속 후보로 유권자들의 재신임 여부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7명의 탈당파(가디언 캡처)

    영국의 정치권, 특히 집권 보수당과 야당 노동당은 3월 29일까지 40일 가량 남은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를 둘러싸고 당내에서 잔류파와 탈퇴파, 강경파와 온건파 등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태이다. 또 탈퇴 과정에서 유럽연합(EU)과의 어떤 합의도 현재까지 만들어지지 못하면서 혼란과 폭발, 경제적 불안 등이 확산되고 있다.

    노동당에서는 코빈 대표의 강경좌파 성향에 반발하는 흐름, 이전 토니 블레어 총리의 노선을 지향하는 중도파와 우파그룹들이 여전히 상당수이며, 보수당 내에서도 노딜(No Deal. 어떤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것)을 불사하는 브렉시트 강경파 그룹에 대한 불안과 불만을 가진 그룹이 다수이다.

    코빈 대표는 노동당 대표로서는 수십 년 기간 중에서 가장 강경한 좌파 노선을 견지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비판적 태도를 견지해왔다. 그는 당 내 일각에서 주장하는 브렉시트에 대한 제2국민투표 요구에도 소극적이면서 사실상 거부했다.

    보수당 내에서도 노선 갈등이 심각하다. 브렉시트 강경파들이 당의 주요 결정에 대한 비토권을 행사하면서 번번이 메이 총리의 유럽연합과의 협상안을 좌절시켰다. 이들은 모호한 협상안 보다는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노딜을 선호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친유럽 성향의 보수당 의원들은 차기 총선에서 지역 당조직에 의해 공천을 받지 못할 위협감을 느끼고 있다. 이는 노동당 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현재까지 7명의 노동당 탈당파들은 독립그룹으로 존재할 것이며 새로운 정당을 지금 당장 창당할 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영국 선거제도가 비례대표가 없는 소선거구 지역구의 다수대표제에서 제3당이나 군소정당이 생존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점을 고려한 탓이다.

    지금 탈당파보다 훨씬 중량감이 있는 중견 의원들이 탈당하여 1980년대에 창당한 사회민주당의 실험도 결국 실패했다. 반면 사회당과 공화당의 양대 정당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면서 제3당을 창당하고 집권당으로 만든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경험은 이들을 고무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들은 당분간 무소속으로 존재하면서 이후의 정치적 행보를 모색할 예정이다. 보수당 내에서 브렉시트 강경파의 득세에 중도 성향의 보수당 의원들의 입지가 줄어들고 새로운 정당 창당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면서 노동당 내 코빈 비판자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보이기를 기대하는 게 솔직한 속내일 것이다.

    1981년의 사회민주당 창당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그나마 성공적인 새로운 창당의 모델은 영국의 극우파 정당인 영국독립당이 유일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유럽연합에 가장 비판적이고 탈퇴 입장이 가장 강한 영국독립당의 정치적 힘은 유럽(연합)의회에서 나온다. 이들은 군소정당이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비례대표제 유럽연합의회의 의원으로 있으면서 정치적 발언과 영향력을 강화해왔지만 3월 29일 유럽연합을 탈퇴하면 이들의 정치적 배경은 한순간에 사라진다. 당장 5월로 예정된 유럽연합의회 선거에 영국은 참여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장, 전 진보신당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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