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대국민 홍보 '권한 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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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6월 14일 04: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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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가 행정부의 권한을 남용하면서 대국민 홍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요 정책과제로 한미FTA를 추진할 수 있지만 이는 국회의 권한을 위임받은 1차 협상권한에 불과할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최종적인 비준 주체가 마치 자신들인 것처럼 수십억 원의 홍보비를 쏟아붓고, 국정홍보처를 비롯해 전 부처가 ‘올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정부는 국정브리핑을 통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적극적으로 생산하고, 언론보도의 사실 여부가 아닌 시각에까지 일일이 반박하는 등 과잉대응 하거나 심지어는 취재 과정까지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한미FTA와 같은 국가적 사안에 대한 정부 정책홍보의 한계를 어디까지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홍보처는 지난 1일부터 7월 말까지 한미FTA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해 38억여 원의 예비비를 편성했다. 이 기간 동안 TV광고와 라디오 광고로만 22억여 원을 집행할 예정이다. 이는 한미FTA에 대한 시민사회의 부정적인 여론을 희석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 같은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전략에 대한 사회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은 지극히 부정적이다. 한신대 문철수 교수(광고홍보학과)는 “정책 홍보나 광고의 범주를 벗어난 프로파간다(선전 선동)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경희대 NGO대학원 이동수 교수는 “정부가 FTA 1차 협상권한을 가진 주체이기는 하지만 시민사회와 의회 사이에서 중간자적인 위상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공회대 김진업 교수(사회과학부)도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정부가 권력을 남용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가 국회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다보니 시민사회는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권력남용과 대국민 선전활동은 기존 언론에 대한 억압적인 요소로 나타나고 있다. 국정홍보처에서 운영하고 있는 ‘국정브리핑’은 언론보도 논조까지 반박하고 있다.

    지난 4일 KBS-1TV에서 보도한 <KBS스페셜-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이 대표적이다. 보도가 나간 다음날 해당 프로그램을 취재한 기자에게 외교통상부 관계자가 프로그램 논조가 비판적인 이유를 따지기도 했다. 심지어 칠레대사관 관계자는 미국·칠레FTA의 경제적 효과를 취재하려는 MBC 기자의 일정을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사실이 알려져 해당 기자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한국외대 김춘식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찬반의 정보를 함께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무조건 선이라고 하면 누가 믿겠느냐”며 “기성언론을 비판하면서도 똑같이 기성언론을 닮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기자협회(회장 정일용)는 13일 한·미 FTA와 관련한 정부의 언론통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2006년 06월 14일 (수) 13:52:27 김성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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