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기관 운영 원칙 놓고 노-정 치열한 설전
    By tathata
        2006년 06월 13일 07: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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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 지배구조 혁신 방안에는 공공성이 실종된 채 기업의 효율성과 시장성의 원리만 가득 차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기획예산처가 지난 3월에 입법예고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기본법’은 현재의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정투법)과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정산법)을 하나로 통합하여 관리감독을 강화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안은 공기업의 산업정책과 규제기능은 소관 부처가 가지게 되지만, 인사 ․ 예산 ․ 성과관리 등 지배구조는 기획예산처로 이관하도록 하고 있어 이 법안이 통과되면 공공기관의 질서가 획기적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실은 13일 ‘올바른 공공개혁과 공공기관의 지배구조 민주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박용석 공공연맹 부위원장, 장석준 진보정치연구소 연구기획국장이 발제를 맡고, 이후명 기획예산처 공공기관 제도혁신팀장, 곽채기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 임우근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예결위 전문위원 등이 토론자로 참석해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관치와 시장의 결합’

    박용석 공공연맹 부위원장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기본법’이 비용절감, 수익성 창출에 치중하는 민간기업식 경영마인드를 도입하여 공공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웃소싱과 위탁 비율, 성과중심, 노조활동 평가, 추가운영 중심의 예산 운영, 외형적인 혁신수행시스템으로의 전환 등을 기준으로 경영평가를 실시하는 것은 ‘관치와 시장’이 결합된 새로운 지배구조 모델이라는 것이다.

    장석준 진보정치연구소 연구기획국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정부에 공공성에 대한 철학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장 국장은 기획예산처로 공공기관의 관리감독을 일원화하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재정적 효율성에 기반한 구조조정을 여전히 정부가 추진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공공성이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개념의 아노미 상태”라고 규정하고, 공공성의 철학부터 재정립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공공기관 기본법’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경영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에 한해 민간위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폐쇄적인 운영방안이라고 비판했다. 실질적인 운영 주체인 공공기관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의 참여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처럼 발제자들은 이 법안이 공공성을 상실하고 기업운영 원리를 공공기관에 도입했다고 목소리를 높인 반면, 토론자들은 이에 대한 반론을 적극적으로 제기함으로써 확연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토론자들은 공공성이라는 개념규정에서부터 상반된 입장을 제출했으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노조 참여에 대해 지극히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노조 참여는 ‘모순’?

    현재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곽채기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기관 기본법은 정산법, 정투법으로 분산되어 있는 관리방안을 통합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규정하고 “기획예산처로 지배구조를 일원화하는 것은 소비자인 국민을 대신해서 규제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예산처로의 통합관리는 재정 효율성 측면에서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곽 교수는 또 노조와 시민사회 단체의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참여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정부가) 통제해야 할 대상인데, 이들 구성원이 관리감독의 주체로 참여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된다”며 노조의 운영위원회 참여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후명 기획예산처 공공기관 제도혁신팀장도 곽 교수와 비슷한 맥락에서 ‘공공성’을 접근했다. 소비자인 국민이 관리· 감독을 강화하여 효율성을 증진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 팀장은 “공공기관 기본법은 다양한 공청회를 거쳐 수정될 수 있는 열린 법안”이라고 전제하며, “이 법안의 취지는 공공기관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확대하고,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경영지침을 제시해 주기적으로 감독하고 평가하여 자율성을 제고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관리감독과 자율성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것은 일견 모순된 가치지향처럼 보이지만, 이 팀장은 이를 강조했다.

    이 팀장은 또 노조의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참여에 대해서는 “민간기관에도 경영참가가 이뤄지지 않은 현실에서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것은 무리”라며 “독일의 경우에도 감독이사회에 한정해 노조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정 효율성과 공공성 만족해야"

    임우근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예결위 전문위원은 재정 효율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위원은 “공공성과 (정부) 재정 효율성의 충돌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경영평가는 ‘말의 성찬’에 불과하며, 핵심은 구조조정 시 임원의 축소 및 재배치, 해고의 문제로 귀결된다”며 “사학연금재단 노동자들이 사학연금의 적용을 주장하고 있는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공공성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하며 ‘공기업 노동자 양보론’을 들고 나왔다.

    이처럼 정부, 학계, 정당, 노동조합이 공공기관 기본법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만큼 입법화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수반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연맹은 오는 7월 초에 ‘사회공공성 강화와 공공기간 민주화 쟁취’를 위한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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