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공무원 정치활동
    금지는 'ILO 협약 위반'
    ILO 전문가위원회 보고서에서 확인
        2019년 02월 13일 08: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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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LO(국제노동기구) 협약·권고 적용에 관한 전문가위원회(전문가위원회)는 교사·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ILO 협약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ILO 전문가위원회는 지난 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교사·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일체 금지하는 국가공무원법 65조 등이 “정치적 견해에 따른 차별”이라며, 이를 금지하는 ILO 111호 협약 위반이라고 밝혔다.

    111호 협약 불이행은 전문가위원회 보고서에 수록된 사례 중 24개를 선정해 심의하는 ILO 총회 기준적용위원회에 이미 4차례나 올라 심각한 문제로 다뤄진 바도 있다.

    전문가위원회는 교사의 정치활동 금지와 관련해 “정치 활동에 참여한 교사에 대한 그 어떤 징계도 본 협약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이런 징계들은 정치적 의사 표현에 기초한 명확한 차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교사들이 정치적 의견에 기초한 차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

    앞서 ILO 총회 기준적용위원회는 지난 2015년 6월, 한국 정부에 한국의 교사들에게 가해지는 정치적 의사 표현과 관련된 차별 문제에 대해 한국의 관련 법률 조항과 관행이 ILO 협약 111호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세부적인 관련 정보를 제공해줄 것을 한국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서면을 통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헌법상의 요건”이라며 “학교 안에서나 밖에서나, 초·중등 교사들의 모든 활동은 잠재적인 교육의 일부”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수업 외 학교 밖, 혹은 가르치는 일과 관계없는 교사의 활동을 교사 본연의 교육 활동과 따로 구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도 밝혔다.

    전문가위원회는 “교사의 정치적인 활동이 학교 밖에서 이루어질 경우, 또 가르치는 교육 본연의 일과 관계없이 이루어질 경우, 정치활동의 전반적 금지는 본 협약 1조 2항 상 특정한 직업의 본질적 요건에 해당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차 표명했다.

    더 나아가 “정치적 의견에 대한 표현의 제약이 비록 어떤 상황에서는 특정 직업의 진정한 본질적 요건으로서 포함된다 할지라도, 특정 한계 이상으로 과도하게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전문가위원회는 “교실 밖에서 혹은 가르치는 일과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정치적 활동들은 보장 받아야 하며, 이런 이유로 교사들이 징계를 받지 않도록 보장할 적절한 조치를 즉각 취해야 한다”고 거듭 요청했다.

    전문가위원회는 공무원들의 정당 가입과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국가공무원법 65조에 해서도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공무원들의 정치활동을 제약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가공무원법의 해당조항이 전체 공무원에 적용돼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공무원들의 정당 가입과 일체의 정치 활동을 일체 금지하는 해당 법조항에 대해 한국 정부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 “정권의 부당한 압력과 개입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문가위원회에 답변했다.

    그러나 전문가위원회는 “정치적 의사표현의 제약이 특정한 직업의 본질적 요건에 의해 정당화되는 조건으로 고려되려면 ‘협소한 직업의 범위’에만 적용돼야지 공공부문 전체에 적용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위원회는 “정치활동 금지를 특정 직책에 국한하는 것을, 따라서 정치적 의견이(의 금지가) 본질적 요건인 공공부문 내 특정 직무 리스트를 채택할 수 있는지를 검토할 것”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국가공무원법 65조 1항이 실제적으로 적용된 사례 및 이와 관련된 징계 처분 등의 정보를 위원회에 제공해줄 것”을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

    아울러 전문가위원회는 “정치적 의견에 기초를 둔 차별로부터 보호는 확립된 정치적 원칙과 의견에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다양한 형태의 활동들도 인정받고 보호받는 것 또한 포함한다”며 “정당 가입에 대한 차별 역시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 개정 필요성, 국제기준에 의해 뒷받침

    ILO 산하 전문가위원회의 이러한 판단에 대해 민주노총은 “공무원·교사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 개정과 고위 공무원이나 선출직 공무원이 아닌 공공기관· 협동조합 노동자 선거운동을 허용하기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이라는 민주노총의 오랜 요구가 국제기준에 의해 뒷받침된다는 것”이라며 “이에 관한 정부의 분명한 입장이 없다면 올해 ILO 총회에서도 한국 정부의 111호 협약 불이행 문제가 기준적용위원회에 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노조는 “소수정당에 월 1만원을 후원했다는 이유로 1830명에 달하는 교원, 공무원에게 형벌을 가하고,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해직을 시켰다”며 “그동안 공무원·교사 노동자들은 노동3권을 부정당하며, 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정치적 기본권조차 박탈당해 왔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ILO 전문가위원회 등 국제사회는 공무원·교사의 정치기본권 제한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는 ILO 권고를 수용하고, 시대에 맞지 않는 각종 악법과 행정조치를 즉각 개선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전교조 또한 “정당 가입은 물론이고, SNS상에서 정치적 의견을 담은 게시물에 ‘좋아요’만 눌러도, 법정에 서고 징계를 받아야 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과도하게 확대·적용해, 교육 활동과 관계없는 교사의 일상적 정치 활동조차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기본권의 본질적 내용 침해 금지에 어긋나며, 국제 기준에도 동떨어진 것”이라며 “정부는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오해와 왜곡을 바로잡고, 관련 법령의 조속한 개정을 통해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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