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사태 재조사 결과
"금감원, 사기사건으로 규정해야"
키코공대위와 시민단체들 "설명 부족 아닌 소비자 기만 행위"
    2019년 02월 12일 05: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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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이른바 ‘키코(KIKO) 사태’에 대해 10년 만에 벌인 재조사 결과를 이달 내로 발표할 예정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금감원이 키코 사태를 사기 사건으로 규정하고 검찰에 관련 은행들을 사기죄로 수사 의뢰하라고 촉구했다.

키코공대위, 금융소비자연맹, 금융정의연대, 민변, 참여연대 등은 12일 오전 금융감독원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금감원이 키코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어렵게 시작한 재조사를 마무리 짓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검찰 수사 의뢰를 포함해 금감원의 키코 재조사 과정 일체 공개, 키코 피해기업이 추천·동의하는 전문가들로 검증단을 구성해 재조사 과정을 철저하게 검증할 것, 피해기업에 대한 은행의 즉각적인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금융정의연대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6월 키코 피해기업들의 분쟁조정 신청을 받아 재조사를 시작했으나, 금감원은 언론을 통해 “기존 대법원 판결도 존중하면서 소비자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것”, “키코를 소비자 기만행위로 판단해 사기 사건으로 규정하는 것은 어렵다”, “(대법원의) 판결 범위를 벗어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키코공대위 등은 금감원의 이번 재조사 결과가 사법농단의 결과물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지난 대법원 판결과 재조사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은 지난 2013년 키코 사태와 관련해 불완전판매 혐의에 대해선 일부 인정하면서도 “불공정 거래가 아니다”라며 은행 승소 판결을 내렸다. 불완전판매란 고객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상품에 대한 기본내용 및 투자위험성 등에 대한 안내 없이 판매한 것을 뜻한다. 대법원은 키코 사태가 단순히 은행 측의 상품 설명 부족 등 절차 미비로 본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사법농단이 불거지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키코 사건을 놓고 ‘재판거래’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대법원의 은행 승소 판결이 사법농단의 산물이었던 셈이다.

키코 사태는 시중은행들이 수익창출을 위해 중소기업 등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사기’를 친 대표적인 금융적폐 사건으로 꼽힌다. 은행들은 중소기업을 상대로 파생금융상품인 키코의 장점만 홍보하는 반면, 손실이 무한대로 커질 수 있는 환투기 상품이라는 점을 정확하게 고지하지 않은 채 계약을 유도, 판매했다. 결국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때 환율이 상한선 이상으로 폭등하면서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이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등 일부 기업들은 파산까지 이르렀다.

키코공대위 등은 “이 사건은 단순히 상품설명이 부족했다는 문제로 치부할 일이 아니며, 상품 설계 자체부터 문제가 있는 명백한 소비자 기만 행위”이라며 “대법원 판결이 사법농단의 결과물이라는 의혹이 단순한 의혹이 아님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존중한다는 금감원의 태도는 용인할 수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금감원이 이 같은 정치적 판결로 수많은 중소기업 및 노동자들이 겪었던 참혹한 고통을 통감한다면 키코가 소비자를 기만한 상품이었음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확실한 재조사와 관련자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들은 “정부는 키코 사건을 방관했고, 법원은 힘 있는 공급자의 편에 섰으며,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이익을 소비자보호에 우선하여 처리해 금융소비자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다”며 “정부와 금융당국, 사법부는 통렬히 반성하고, 이제라도 책임 있게 나서서 금융적폐인 ‘키코 사건’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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