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낙하산 인사와
‘단독작업’ 죽음의 현장
[노동자의 블루카펫] '중앙SUNDAY' 편집국장 칼럼에 답한다
    2019년 02월 12일 01: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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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잃은 어미가 대통령 면담마저 뒤로 하고 싸운 이유는 단 하나. 투쟁 기간에도 이어졌던 하청 노동자들의 죽음을 중단시키기 위해서였다. 고 김용균님은 전기를 만드는 노동자였지만 정작 자신의 작업장은 너무 어두웠고, 단독작업을 하던 그가 절명한 뒤에도 컨베이어는 계속 돌았다.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김군의 죽음도 단독작업 중에 발생했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운 유품도 그 때와 같았다. 무엇보다 그들은 첫 번째 직장에서 운명을 달리한 청년들이었다.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고, 합의서 몇 장을 받아들고서야 부모는 자식을 떠나보낼 수 있게 되었다. “탄력근로제 되면 잔업수당 못 받는 거 아닌가요?” 조문 온 여당 대표에게 물었던 고 김용균의 어머니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생때같은 자식 목숨과 바꾼 합의서라 생각하니 부족하기 짝이 없지만 또 다른 자식 비정규 노동자들에겐 소중한 합의다.

고 김용균 노동자 장례식 모습(사진=곽노충)

보수언론은 벌써부터 발전부분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을 담은 김용균법 후속조치와 당정 합의를 비난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장례식 전날(2.8) ‘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를 통해 “민간 하청업체 직원이 공기업 정규직이 됐다고 안전사고의 위험이 줄어든다는 보장이 있냐”고 물었다. 느닷없이 “만약 공기업 직원이 파업이라도 한다면 발전소 안전은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어깃장을 놓으면서 “하청업체 직원을 공기업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김용균)법 취지와는 상관없는 표퓰리즘 대중처방일 뿐”이라고 결론을 냈다.

죽음의 외주화, 뿌리 깊은 카르텔을 끊어내는 일은 바로 이런 신자유주의 거짓가설과 시장맹신 노동권 혐오의 주술을 걷어내는 것부터다.

전력산업은 철도와 같이 대규모 초기 투자비용이 들어가는 장치산업이자 조직간 유기적 결합을 기본특성으로 하는 네트워크산업이다. 국가 대동맥이니 실핏줄이니 하는 표현이 말해주듯 이들이 생산하는 재화와 서비스는 가계, 기업, 정부의 경제생활에 필수적인 공공재다.

전기와 철도가 시민들에게 필수공공재로 알려져 있지만 자본에게는 중요한 생산요소다. 특히 초기 자본축적을 위해 국가 주도로 육성했던 수출대기업에게는 사실상 특혜와 같은 요금으로 제공된다. 가정용보다 저렴한 산업용 전기요금(많은 시민들이 지난 여름 폭염으로 알게 된 일이지만)이나 철도를 통한 화물 운송은 기업의 생산비용과 물류비 절감으로 이어진다. 백번 양보하여 ‘삼성전자나 현대차가 무너지면 한국경제가 망한다’는 재벌 의존형 경제구조의 한계를 인정하더라도 문제는 자본에게 혜택이 주어진 만큼 누군가에게는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공적으로 통제되는 요금과 높은 건설비, 안전을 위한 유지보수 비용이 공기업 적자의 기원인 데 반해 이를 타개하는 방안으로 제안된 것이 ‘공공부문의 시장화’, ‘국가기간산업 민영화’다. 공공부문에도 시장 논리를 적용하여 경쟁시키면 효율이 증대할 수도 있다는 가설은 어느새 정치이데올로기로 승화되어 한 시대를 풍미했고 결과는 혹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단전사태나 영국철도의 대형참사는 익히 알려진 바와 같다.

자본의 재생산구조에 기여한 결과 발생한 적자를 이유로 자본의 돈벌이 수단으로 매각되는 기막힌 역설을 칭송하던 자들이 지금도 관료와 언론, 학계에 남아 있으니 이번 후속대책 합의에도 가장 큰 걸림돌이 전력산업 분할민영화를 입안했던 관료집단이 아니었던가.

국가기간산업 민영화를 위해 멀쩡한 조직은 필연적으로 분할되어야 한다. 전력산업의 핵심인 발전부문과 송배전부문이 1차로 상하분리되고 발전부문은 또 다시 수평적으로 분할된다. 분할된 발전자회사들이 존재하지 않는 경쟁효과를 위해 ‘경쟁적’으로 주요업무를 아웃소싱하는 과정에서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할 안전시스템도 조직적 붕괴된다.

발전부문을 한국수력원자력과 5개 발전자회사로 분할한 결과 경쟁효과는 발생했는가? 전력산업 비용의 70%를 차지하는 연료구매방식이 통합구매에서 자회사별 소매로 재편되면서 수조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했고 분할한 만큼 자회사 낙하산 임원 수는 늘어나고 관리비용은 증가됐다. 경쟁을 조정한다는 이유로 새로운 국가기구는 신설되고 자율성보다 관료 통제가 강화됐다.

분할을 통한 비효율 증대, 분할 손실이 커진 만큼 이를 벌충하기 위한 비용은 아래로 전가됐다. 아웃소싱을 많이 하고 민주노조를 파괴할수록 공기업 경영평가는 높게 나왔다. 경쟁효과가 있다면 이것이 유일하다. 낙하산 사장 자리는 늘어났는데 왜 현장 노동자들은 인력부족으로 단독작업을 해야 하는가? 고 김용균님과 구의역 김군이 던진 질문에 민영화론자들은 답해야 한다.

민간 하청업체 직원이 공기업 정규직이 된다고 안전사고 위험이 줄어든다는 보장이 있냐고 묻는다면 공기업 정규직이 하던 업무를 하청업체 비정규직이 하면 공기업의 어떤 효율이 증대되는가를 묻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질문이다. 개벌 공기업의 비용절감이 효율이라면 죽음의 외주화가 가져온 사회적 비용증가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국가와 사회에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를 공적으로 통재할 것인가 시장에 맡길 것인가에 따라 운영주체와 운영원리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 노동자의 신분이 정해지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고 김용균님이 남긴 과제는 비정규직 노동자 개인의 신분전환을 넘어 한때 우리 사회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 민영화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역사적인 걸음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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