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가업상속공제 완화 추진
야당 땐 ‘부자감세' 비판, 여당 되니 “···”
참여연대는 “사실상 대기업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것”
    2019년 02월 11일 08: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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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상속세 인하를 골자로 하는 가업상속공제 완화를 추진한다. 박근혜 정부 당시 이 제도에 대해 ‘세금 없는 부의 세습’이라고 비판했던 민주당이 여당이 되자 또 다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정부여당은 재계의 숙원과제였던 가업 승계 시 부과하는 상속세를 완화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가업상속의 공제 기준을 현행 매출액 3000억원 미만에서 1조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최대 500억원으로 묶여 있는 공제금액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가업상속공제는 중소기업 상속자가 상속세 부담 때문에 기업을 파는 일을 막기 위한 취지로 1997년에 만들어졌으나, 현재는 그 범위와 규제가 지나치게 완화돼 상속세를 낼 여력이 있는 기업까지 이 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했던 이 제도는 매출액 기준이 지속적으로 확대돼 현재는 중견기업까지 대상에 포함되고 1억 원이었던 공제금액은 500억 원까지 늘어났다. 당초 제도의 취지와 달리 ‘부자감세 법’으로 변질된 것이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세법 개정안에도 가업상속공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긴 적이 있다. 당시 민주당은 이 개정안의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하며 반대했다. 당시 세법 개정안엔 가업상속의 공제 기준 매출액을 5000억원 미만으로, 가업상속공제 폭은 1000억 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 국토교통부 장관인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4년 10월 17일, 국회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보도자료를 배포해 “서민과 중산층의 세금은 늘리면서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기업주들이 내는 상속세를 깎아 주는 것을 부자감세가 아닌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느냐”며 박근혜 정부의 세법 개정안을 강하게 비판했었다.

그랬던 민주당이 집권정당이 되자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것보다도 가업상속의 공제 기준을 더 확대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발의할 예정인 법안이 시행될 경우 상당수의 자산가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참여연대 “상위 대기업에 더 많은 세제 혜택 주겠다는 것 도대체 무슨 발상?”

11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에 따르면, 가업상속공제 대상의 매출액 기준을 3천억 원에서 1조 원으로 상향할 경우, 혜택을 얻게 되는 기업은 대략 760여 개(2017년 매출액기준)다. 이는 외감 기업 약 31,900여 개 중 약 2.4%에 해당하는 수치다. 매출액 3천억 원 이하의 기업이 외감 기업의 약 96.5%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방향의 법안 개정 추진으로 2.4%에 불과한 일부 상위 고자산가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

참여연대는 “이는 사실상 대기업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심각한 자산불평등 상황을 모두가 개탄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상속세를 강화하지 못할망정, 부의 대부분이 집중되어 있는 상위 대기업에게 더 많은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발상에서 나온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상속세 개악 시도를 정부와 여당은 당장 멈추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감 기업이란 주식회사 중 자산총액이 100억원이 넘는 회사는 회계법인으로부터 의무적으로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는 회사를 말한다.

민주노총도 이날 논평을 내고 “대를 이어 가업을 전수하려는 장인이나 중소영세 기업에 혜택을 주려는 본래 취지를 벗어나, 부의 대물림으로 돈이 돈을 먹는 사회를 확대·허용하겠다는 의지에 다름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시대적 과제인 재벌개혁 법안은 국회에 쌓아 놓은 채, 극우정당과 경영계와 한통속이 돼 노동자 희생과 세수감소까지 감수하며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도 논평에서 “가업상속세 인하는 조세정의를 훼손하는 부의 대물림 정책”이라고 반대했다.

정의당은 “가업상속공제가 일부 특권층에게 혜택을 주고 부의 대물림을 합법화하는 수단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 요건을 완화할 것이 아니라 도입 취지에 맞도록 오히려 엄격하게 하여야 한다”고 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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