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쳤습니다. 억울합니다. 눈물 납니다.
By tathata
    2006년 06월 13일 12:5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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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여라, 받을 것이다. 찾아라,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구하면 받고 찾으면 얻고 문을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 (누가복음 11장 8~9절)

예수의 제자가 기도하는 방법을 묻자, 예수가 답한 말이다. 예수는 거듭 힘주어 말했다.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라고.

정말 두드리면, 온 힘을 다해 힘껏 두드리면 문은 열릴까. 열리는 것이 우리는 세상의 지극한 이치이자, 순리임을 알고 있다. 그런데 1년이 넘도록 칠곡군을 향해 단지 ‘일하게 해 달라’며 온힘을 다해 문을 두드렸건만, 칠곡환경지회 조합원들은 왜 닫힌 문 앞에서 뒤돌아서야 하는 것일까.

배상도 칠곡군수는 조합원들의 끈질긴 면담요구에도 불구하고 얼굴 한 번 내비치지 않았다. 1년이 넘게 두드렸지만, 문은 열리기는커녕 그 문이 처음부터 열리지 않는 고장난 문임을 아니, 처음부터 문이 아닌 벽이었음을 칠곡환경지회 조합원들은 이제 깨달아야 하는 것일까.

"대답없는 싸움에 이제 지쳤습니다"

대구공공서비스노조 칠곡환경지회는 온 몸을 다해 싸웠지만, 이제 그 싸움의 끈을 놓으려 한다. 지난 25년 동안 환경미화원을 천직으로 삼고 살아온 천정출 조합원(56)은 “너무 힘이 듭니다. 정말 힘이 닿는 데까지 싸웠는데, 대답 없는 싸움에 이제 지쳤습니다.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아쉽습니다”고 물기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 칠곡환경지회가 지난해 11월 상복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그는 한 여름, 녹아내리는 아스팔트 위에서 물집이 나도록 돌아다니며 싸웠지만, 태어나서 무언가를 요구하며 처음으로 ‘투쟁’이라는 것을 해보았지만, “도저히 이제 자신이 붙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그의 요구는 단지 ‘주말에 쉬게 해 달라’는 것이지만, 감히 품어서는 안 될 ‘금지된 욕망’이었다고 칠곡군은 지금 말하고 있다.

칠곡군민 8천여명의 서명을 받고, 1년을 하루같이 출· 퇴근 선전전을 전개하고, 이인기 칠곡군 국회의원을 거듭 찾아가 통사정도 했지만, 모두 물거품이었다. 더 이상 싸운다하더라도 현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혹한 현실이 그의 의지를 앗아가고 있다.

칠곡환경지회는 칠곡군청 앞에서 진행하고 있는 농성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농성을 지속하더라도 칠곡군의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현재 군수로 재직 중인 배상도 군수가 당선됨으로써 사태해결의 실낱같은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비정규직 눈물 외면한 보수정치에 갇힌 지역민심

한나라당 대 무소속 후보의 대결구도로 치러진 칠곡군수 선거에서 배 후보는 46.9%의 득표율을 얻어 무소속 박창기(25.3%), 장세호(27.3%)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배 후보는 선거기간 동안에도 “환경미화원의 재고용은 없다”며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무소속 후보들은 칠곡환경지회 조합원들을 직접고용함으로써 사태해결에 나서겠다고 공언했지만, 그들은 한나라당이라는 간판 앞에 패배했고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

칠곡환경지회는 선거 기간 내내 무소속 후보의 선거운동을 적극 지원하며, 칠곡군이 경북위생사의 위장폐업을 방조했고, 부당노동행위를 묵인했음을 알렸다. 그러나 칠곡군민의 민심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눈물조차 볼 수 없을 정도로 한나라당이라는 보수정치에 갇혀 눈이 멀어 있었다.

김증근 대구서비스노조 조직국장은 “선거기간 동안 칠곡환경지회의 문제를 여론화하는데 최선을 다했으나, 배 군수의 재선으로 지역여론 또한 우리 편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천정출 조합원은 요즘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부인이 실 감는 공장에 다녀 벌어오는 60만원으로 한 달 생계를 이어간다”는 그는 “앞이 캄캄하고, 답답하다”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 재산인 집마저 칠곡군의 손해배상청구로 가압류를 당하고, 선거 기간 동안 배 후보를 ‘비방’했다며 선관위로부터 조합원 1인당 5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됐기 때문이다. 당장 먹고 사는 일조차 막막한 현실에서 집조차 빼앗길 위기에 처한 그는 출구 없는 현실 앞에 절망하고 있다.

돌아온 것은 가압류와 벌금뿐

“투쟁하면서 처음 알았습니다. 없는 사람한테는 법이 칼날처럼 새파랗게 서 있고, 돈 있고 빽있는 사람만이 살 수 있는 게 세상입디다. 오직 청소일만 바라보고, 다른 데 한 눈 팔지 않고 살아왔는데 이렇게 내쫓기게 되니 살 길이 막막합니다. 억울하고요. 칠곡군청이 용역업체로 넘어갈 때 했던 ‘5년 계약’ 약속을 지켰다면 지금도 빗자루질을 하고 있겠지요. 약속을 어겼지만 배상도는 버젓이 군수로 또다시 당선되고, 약속을 믿은 저는 갈 곳이 없습니다.”

이들의 투쟁은 이렇게 끝이 나도 되는 것일까. 칠곡환경지회 조합원의 절망은 소리도, 소문도 없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칠곡환경지회의 투쟁은 단지 한 지방자치단체의 비정규직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공공서비스 위탁관리로 인해 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해고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환경미화원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가 지자체이지만, 지자체는 용역업체와의 계약으로 관리감독 의무를 회피하고 교섭을 거부하는 전형적인 사례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김 국장은 "칠곡환경지회 투쟁의 ‘좌절’은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이 얼마나 험난하고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적신호"라고 평가했다

칠곡환경지회 투쟁은 레디앙의 <뉴스와 연대>를 통해서도 알려졌다. 적은 액수지만 투쟁 기금도 모아졌다. 조만간 전달될 예정이던 ‘연대를 위한 촌지’가 갈 곳을 모르게 됐다. 김 국장은 “조합원들과의 논의를 거쳐 벌금으로 내거나 다른 노조에 연대기금을 내거나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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