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비판은 타당한가?
[경제산책] 시장선도자가 감당해야 할 비용의 의미
    2019년 02월 07일 09:42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2019년 1월 16일 정부는 혁신성장을 위해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의 큰 그림은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새로운 산업생태계 구축을 선도하겠다는 것이지만, 핵심 내용을 보면 수소연료전지자동차(Fuel Cell Eletric Vehicle, FCEV)를 보급하기 위한 경제적 지원과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다. 2040년까지 수소연료전지자동차를 620만대 보급하고, 이를 위해 수소충전소 1,200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주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다양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 주요 비판에 대한 타당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⑴ 현대기아자동차에 대한 특혜인가?

우선 가장 큰 비판은 수소경제활성화 로드맵이 사실상 현대기아자동차에 대한 특혜라는 주장이다. 이런 비판이 가능한 이유는 FCEV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 능력을 지닌 국내 자동차메이커가 현대기아자동차 말고는 없으며, 현재 전기자동차 시장이 배터리기반 전기자동차(Battery Electric Vehicle, BEV)로 재편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근거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보급되고 있는 전기자동차의 주류가 BEV인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더라도 2017년까지 BEV 누적 보급량이 2만5천6백여대인데 반해 FCEV의 경우 177대에 불과하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보더라도 대부분의 주요자동차 메이커가 BEV를 생산하고 있는데 반해, FCEV를 상용화한 나라는 한국과 일본이 유일하다.

그렇지만 이는 현재까지만 그러하다. BEV 보급이 많은 이유는 FCEV에 비해 기술 난이도가 낮아 신규 메이커의 진입이 용이하고, 전기인프라가 이미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BEV 전기충전소 보급이 쉬운 탓이다. 반면 FCEV의 경우 수소충전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이를 구축하는 데 매우 큰 돈이 필요하다. 대략 1개 충전소 건설비용이 3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큰 비용이 드는 데다 안전문제까지 동반되기 때문에 BEV 충전소처럼 단기간에 쉽게 보급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BEV의 경우 테슬라처럼 전기충전소를 직접 보급하는 회사가 존재할 수 있지만, FCEV의 경우 충전소 건설비용과 안전문제를 둘러싼 논란 때문에 개별 자동차 회사가 이를 보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LPG충전소가 2016년 기준 2,024개임에도 가스 충전이 불편한 것을 고려하면, FCEV 보급이 제대로 되려면 2,000개는 건설되어야 하는데, 이를 단순계산하면 약 6조원 정도가 필요하다. 물론 정부는 1,200개 정도를 보급하겠다는 입장이므로 3조6천억원 정도가 들 것이다.

3조6천억원을 투자하여 수소충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현대기아자동차에 대한 특혜일 수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한국 경제에 대해 추격성장을 하던 시기가 지났다고 말하며, 선도자의 입장에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추격자의 위치에 있을 때에는 성공한 모델을 빨리 쫓아가면 되는데, 지금까지 한국 경제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추격성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발휘했다. 그 결과 세계적 명성을 지닌 기업 역시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며, 현대기아자동차도 그런 기업 중 하나이다.

문제는 이런 분야에서 한국 경제는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니기 때문에 시장 선도자가 되어야 하는데, 선도자의 입장에선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 시장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이런 이유로 불가피하게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모험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며, 지금까지 모든 선도 기업들은 그렇게 해왔다. 만약 이를 전제한다면 3조6천억원은 우리 사회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비용에 해당하므로 특혜라고 말하기 곤란하다. 선도투자란 성공 가능성을 알 수 없는 것들인데,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이를 특혜라고 비판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원리(출처: www.seriouswheels.com)

⑵ 성공가능성 없는 무모한 투자인가?

물론 시장 선도자가 되기 위해 모험비용이 수반된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합리적으로 생각할 때 성공 가능성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이 경우 FCEV에 모험투자하는 것이 특혜냐 아니냐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감당할만한 가치가 있느냐가 쟁점이 된다.

FCEV를 비판하는 많은 사람들은 FCEV가 BEV에 비해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한다. FCEV가 한국과 일본에서 성공하더라도 다른 나라에 수소충전소가 구축되지 않으면 수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자동차시장의 속성상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FCEV는 수소충전 인프라가 구축된 한국과 일본에서만 운행되는 이상한 나라의 전기자동차로 전락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현대기아자동차가 FCEV에 대한 압도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FCEV를 선도하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시장에서 성공은 기술의 우위가 아니라 해당사회가 그 기술을 얼마만큼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인데, 다른 나라의 경우 결정적으로 수소충전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FCEV를 수용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이 진실이라면 FCEV에 대한 투자는 특혜는 아닐지라도 무모한 결정이 된다.

그렇지만 이 주장은 한국과 일본만 FCEV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여 사실상 전기자동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중국 역시 국가 차원에서 FCEV를 개발하고 있으며, 자동차 강국 독일 역시 FCEV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6년 발표한 ‘에너지절감 및 친환경차 기술로드맵’을 통해 FCEV 개발을 핵심 기술개발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수소충전 인프라 1,000개를 건설하여 약 100만대의 FCEV를 보급할 계획이다. 이에 발맞추어 중국에서 가장 큰 상용차 기업 Foton은 2017년 FCEV 버스를 개발한 상황이며, 중국 최대 디젤 엔진 업체인 웨이차이는 수소연료전지 글로벌 기업인 발라드를 인수하여 2021년 버스와 트럭에 사용되는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할 예정이다. 마찬가지로 자동차 강국 독일은 상용차 중심의 수요가 예측됨에 따라 2025년까지 400개의 수소충전소를 건설할 예정인데, 아우디, 벤츠 등과 같은 자동차메이커가 FCEV를 개발하고 있다.

방송화면

그렇다면 왜 이들 나라들은 FCEV를 개발하는가? BEV 전문메이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FCEV 개발이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말한다. BEV는 배터리를 장착하여 전기를 충전만 하면 사용할 수 있는데 반해 FCEV는 다른 에너지원을 사용하여 수소를 추출한 후 이를 연료전지에 넣어 다시 전기를 생산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이런 바보 같은 짓에 왜 이들 나라들이 투자를 하고 있는가?

가장 큰 이유는 수소경제 로드맵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수소를 중심으로 미래 에너지원이 재편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처음 주목하여 수소경제라고 이름을 붙인 사람은 2002년 Hydrogen Economy라는 책을 쓴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이다. 리프킨에 따르면 가까운 미래에 화석에너지가 고갈될 것이 분명한데, 수소가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유력한 후보라는 것이다. 이는 2015년 세계에너지기구(IEA) 역시 주장했던 바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FCEV는 단순히 자동차시장만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가까운 장래에 수소경제가 도래할 수밖에 없다는 큰 그림에 따라 선도적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다. 특히 이 분야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국가는 일본인데,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경험하면서 에너지 수급에 심각한 위기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이들 나라의 예상이 100% 옳다는 확신은 없다. 화석연료가 고갈되는 상황에서 수소 말고 다른 에너지원이 대세가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수소에너지에 대한 모험투자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수소경제에 대한 선도투자를 단행한다고 해서 이를 무모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대안에 투자하는 것을 두고 무모하다고 비판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BEV가 가지고 있는 약점 때문이다. BEV가 개발될 초기만 하더라도 배터리 가격이 매우 비싸고 충전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사실이 BEV의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그렇지만 이 문제는 2018년 현재 상당히 해결되고 있다. 물론 현재까지 배터리 가격이 여전히 비싸기 때문에 보조금없이 BEV를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400km에 달하여 2018년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보급된 코나일렉트릭의 경우 가장 싼 모델이 4천6백여만 원인데 비해 가솔린모델은 2천만 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불과 2010년만 하더라도 배터리 셀 가격이 1kWh당 600∼1200달러에 달하던 상황에서 2018년 현재 GM BEV 볼트의 경우 1kWh당 145달러에 공급받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배터리 가격 문제는 매우 빠르게 해결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내연기관 자동차와 대등한 경쟁이 이루어지려면 100달러까지 떨어져야 하는데, 빠르면 2020년에 이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충전기술 역시 빠른 속도로 발전하여 2018년 현재 GM은 10분 충전으로 290km를 주행할 수 있는 기술까지 개발한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충전시간 문제도 해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배터리 무게다. 예컨대 100kWh 배터리를 장착한 테슬라 모델S 100D의 경우 배터리 무게가 650kg에 달하여 전체 차량 무게의 3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배터리 무게가 엄청나다.

물론 승용차의 경우 무거운 물건을 운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배터리 무게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차량이 무거우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지만 BEV의 경우 1회 충전 항속거리가 더 중요한 고려사항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배터리 가격이 문제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무게를 늘려서라도 배터리 용량을 더 크게 하는 것이 대세이다.

그렇지만 무거운 물건이나 많은 사람을 싣고 운행해야 하는 상용차의 경우엔 배터리 무게가 매우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수밖에 없다. 차량무게가 너무 많이 나가면 무거운 물건을 운반해야 하는 상용차 고유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대형 상용차의 경우 BEV가 적합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상용차 중심으로 FCEV가 거론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테슬라처럼 1회 충전 항속거리가 800km에 달하는 35톤 트럭을 개발하는 예외적인 경우도 존재한다. 이 경우 현존하는 기술에 의존할 경우 배터리 무게만 5.2t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30분 충전에 약 4천가구에 해당하는 막대한 전기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대형 상용 BEV를 만들 수는 있지만 실용화하기 위해선 만만찮은 장벽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친환경 이동수단을 자동차 너머로 확대하면 현재까지 수소연료전지 말고 다른 유력한 대안이 없다. 내연기관자동차에서 전기자동차로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이동하는 것은 내연기관 메이커가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다. 내연기관 메이커들은 전기자동차 생산을 매우 싫어한다. 내연기관은 오랜기간 쌓아온 암묵지가 없다면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매우 크지만, BEV의 경우 신생기업 테슬라가 미국 시장을 주도하고, 가전기기를 만들던 다이슨이 BEV를 만들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시장진입이 쉽기 때문이다.

또한 GM BEV 볼트의 경우 LG그룹이 제조원가의 56%를 공급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기술기반 역시 기계가 아니라 전기·전자·화학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내연기관에 비해 수익성이 낮고, 시장이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선 생산할수록 손해이다. 그럼에도 전기자동차를 생산할 수밖에 없는 것은 지구온난화에 따라 주요 국가가 자동차 배기가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다른 이동 수단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선박의 경우 그동안 값이 싼 벙커C유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에 따라 2020년부터 다른 연료로 교체해야 한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LNG를 연료로 하는 선박이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데, 노후 선박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LNG 추진 선박에 대한 발주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이는 단기 대책일 뿐이다. LNG 역시 화석연료이기 때문에 화석연료가 고갈되어 가는 상황을 고려하면 장기에는 선박 역시 다른 에너지원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점은 철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다시 말해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덩치가 큰 친환경 이동수단에 대한 개발 역시 고려를 해야하는 상황인데, 수소연료전지가 이를 위한 대체수단으로 연구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한국, 일본, 중국, 독일 이외의 대부분의 주요 국가에 숫자는 얼마 안 되지만 수소충전 인프라가 존재한다. 2017년 기준 전 세계 수소 충전인프라는 329개인데, 2016년에 비해 60기가 더 늘어난 상황이다. 주요 국가별로 보면 독일 57기, 프랑스 16기, 영국 15기, 덴마크 11기, 노르웨이 9기, 한국 15기, 중국 7기, 미국 65기, 일본 96기이다. 다시 말해 FCEV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주요국가에 수소충전인프라가 존재하고 있으며, 2016년에 비해 60기가 더 늘어난 상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 숫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전기자동차 시장의 표준이 무엇이 될 것인지에 대해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FCEV의 경우 대형 상용차에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FCEV 보급대수가 늘어나면 승용차 시장 역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상황만 고려하면 승용차 시장에서 FCEV는 BEV의 상대가 안 된다. 테슬라 BEV 모델3 가격이 약 4만5천달러라면, 현대기아자동차 FCEV 넥쏘의 가격은 약 7천만원에 달할 정도로 가격이 비싼데, 연료전지 촉매로 사용되는 백금 가격이 워낙 고가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연료전지 가격이 생산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FCEV 보급이 늘어나면 연료전지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한다. 수백 대에서 수천 대로 생산이 늘어나면 1차 가격하락이 발생하고, 수만 대 단위로 생산이 늘어날 경우 원래 가격의 절반 아래로 떨어진다. 정부가 2025년 연 10만대의 FCEV를 생산하여 내연기관 자동차와 유사한 가격으로 FCEV를 보급하겠다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더욱이 백금을 대체할 수 있는 값싼 촉매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이기 때문에 실용화될 경우 FCEV 가격 하락은 더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승용차 시장에서도 누가 승자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은 이런 상황 때문이다.

⑶ FCEV를 개발하면 BEV 개발이 뒤처지게 되는가?

사람들이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는 FCEV 개발에 전념할 경우 BEV 개발이 소홀해져 BEV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현대기아자동차의 FCEV 개발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자동차분야 오스카상으로 평가되는 미국 워즈오토(WardsAuto)의 ‘2019 세계 10대 엔진’에 넥쏘의 수소전기 파워트레인과 코나 일렉트릭 파워트레인이 동시에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당연한 결과인데, FCEV도 BEV와 마찬가지로 전기자동차이기 때문이다. FCEV가 BEV와 다른 점은 수소공급을 위해 수소탱크를 장착하고 있으며, 자동차 엔진에 해당하는 연료전지를 장착하고 있다는 점인데, 연료전지와 수소탱크를 없애고 배터리를 장착하면 BEV와 사실상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다. FCEV도 전기로 작동되기 때문에 전기모터를 장착하고 있는 것은 동일하기 때문에 FCEV를 개발하기 때문에 BEV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이상한 말에 해당한다. 현대기아자동차의 모기업에 해당하는 모비스가 전기모터, 배터리 시스템, 인버터, 컨버터모듈 등 친환경 자동차 핵심부품을 생산하여 2017년 기준 매출 1조를 달성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BEV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있는 이상한 말에 해당한다.

물론 FCEV용 연료전지 개발에 전념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배터리 개발에 소홀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2019년 현재 현대기아자동차는 LG화학에 배터리 셀 공급을 의존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는 현대기아자동차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거의 모든 내연기관메이커가 안고 있는 문제이다. GM과 포드 역시 LG화학에서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으며, 폭스바겐은 LG화학과 삼성SDI에서 공급받고 있고, BMW와 벤츠 역시 삼성SDI에서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주요 메이커들은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자체 생산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이점은 현대기아자동차도 마찬가지인데, 2020년까지 8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비판은 매우 모순적이다. 그동안 현대기아자동차에 대한 비판의 핵심이 모든 주요 부품을 자회사를 통해 조달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거꾸로 자회사를 통해 조달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회사를 통해 주요 부품을 조달하는 이른바 수직계열화는 결과적으로 현대기아자동차 외부의 전문자동차 부품 메이커가 성장하는 것을 가로막았기 때문에, 그동안 현대기아자동차는 종종 탐욕스런 욕심쟁이에 비유되어 비판받아 왔다. 이런 상황에서 배터리 개발에 소홀했다고 비판하는 것은 자회사를 통한 조달을 확대하라는 요구에 다름아니다. 이는 매우 합리성이 결여된 비판에 해당한다.

⑷ FCEV 보급이 환경문제를 악화시키는가?

FCEV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흔히 하는 또 다른 주장은 FCEV가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주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흔히 제기하는 문제이기도 한데, FCEV의 연료에 해당하는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온실효과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옳은 말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잘못된 이야기이다. 이 말은 BEV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왜 그러한가?

외관상 BEV와 FCEV는 배기가스가 전혀 없기 때문에 주행만 생각하면 BEV와 FCEV는 둘 다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FCEV를 구동하기 위해 수소를 만드는 과정까지 고려할 경우 FCEV 역시 온실가스 배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수소 생산은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데, FCEV가 보급되어 수소가 많이 필요할수록 더 많은 화석연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점은 BEV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예컨대, BEV를 충전하는데 필요한 전기 생산은 발전소가 담당하는데, 발전소는 주로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결과적으로 BEV가 늘어날수록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늘어난다.

이런 이유로 BEV와 FCEV의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전기를 생산하고 수소를 생산하여 자동차를 구동하는 전과정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BEV의 경우 ①전기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원료를 산지에서 추출·가공하여 발전소에 가져가고,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차량에 충전하는 과정과 ② 충전된 전기로 자동차가 운행하는 과정을 모두 고려한 전과정(Well-to-Wheel)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물론 전과정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전원 믹스(전체 전기 생산 중 화력, 원자력, 천연가스, 재생연료 등이 차지하는 비중)를 고려해야 한다. 재생가능에너지를 사용하여 전기를 얻을 경우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지만, 화력발전을 통해 전기를 얻을 경우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FCEV는 수소를 원료로 한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를 얻을 수 있지만, 이 방법은 전기에너지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선 비효율적이다. 현재 수소공급은 주로 나프타(원유를 증류시켜 얻은 혼합물)를 분해하거나 천연가스에서 추출하는 방법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결국 수소 공급의 95%는 화석연료 사용에 의존하고 있는데, 국내의 경우 2015년 기준으로 나프타 분해방식이 54.1%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FCEV에 대한 전과정 평가는 정유공장에서 나프타 분해를 통해 수소를 얻는 과정을 포함해야 한다.

BEV와 FCEV에 대한 전과정 평가를 보면, 앞서 말한 바와 같이 BEV와 FCEV 역시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에 무공해차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의 연구에 의하면 둘 다 가솔린이나 디젤에 비해 온실가스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은 FCEV BEV 하이브리드차 가솔린차 순이다. 물론 FCEV와 BEV간 차이는 샘플 수가 적어서 조금 더 연구가 필요하긴 하다. 그럼에도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에 FCEV가 온실효과를 야기한다는 주장은 마치 BEV는 그렇지 않은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오해를 야기할 수 있는 정교하지 못한 비판에 해당한다.

정리하면, 지금까지 수소경제를 비판하는 주장들은 정교함이 떨어진다. 미래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한국 자동자 메이커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특혜라고 한다면 도대체 어떤 분야에 투자하란 말인지 궁금하다. 물론 FCEV에 대한 투자가 확실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FCEV와 BEV 중 어느 모델이 시장의 표준이 될 것이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FCEV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요구되는 이유는 자동차 분야의 경우 한국은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과거처럼 남들이 성공한 분야를 추격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며,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선도투자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과감하게 진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FCEV에 대한 투자는 시장선도자가 감당해야 할 비용으로 이해해야 한다.

필자소개
부경대 경제사회연구소 연구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