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전자님,
    좌측 깜박이 넣어 주세요"
    운전자 되기에 힘 부쳐 보이는 정부
        2019년 01월 31일 09: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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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0월,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5.24 조치 해제 검토 발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는 미국의 승인 없이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발언을 하였다. 이 발언은 외교적 결례니, 주권 침해니 하는 거센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한미 양국은 서둘러 진화하는 모양새를 갖추었다.

    그러나 이후 전개되는 일련의 남북 관계는 미국의 승인 없이는 한국 정부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트럼프의 말이 사실임을 보여 주고 있다.

    남북 철도의 연결은 북한 쪽 철로의 공동 조사 이후 기공식만 하고나서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기념식에서는 대륙 철도의 꿈이 실현되고, 대한민국의 경제 영토의 확장이라는 등의 자화자찬은 끝도 없이 늘어 놓았지만, 정작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을 앞세운 미국의 승인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독감(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의 인도적 대북 지원도 운송수단을 빌미로 한 미국의 승인을 얻지 못해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진실만을 이야기 했던 것이었다.

    북한은 올해 김정은의 신년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조건없는 재개를 제안했다. 미국의 승인 없이는 남북문제에서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문재인 정부는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개성공단 기업인 179명의 개성공단 방문 승인 신청에 대해 여건 조성을 이유로 승인을 유보해 버렸다. 자신들의 모든 것이 걸려 있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믿는 도끼에 발을 찍히는 황당한 일이 눈앞에서 벌어진 것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미국의 승인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개성공단은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임 당시 가동되기 시작했다. 북한을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테러를 지원하는 ‘악의 축’이라 지목하고, 대북 추강경 일변도의 부시정권하에서 말이다.

    천안함 사건으로 불거진 5.24조치도 신규투자 금지와 개성공단 체류 인원 감축 정도였을 뿐 개성공단 그 자체는 어쩌지 못하였다.

    금강산 관광 역시 마찬가지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한민족 내부의 문제로 그 특수성을 국제 사회에서 용인되어 온 사안이었다. 노회찬 의원은 개성공단 두고 ‘평화의 알박기’라는 표현을 썼었다. 재개발을 하고 싶어도 한 집이 버티면 하기 힘들 듯이, 전쟁을 하고 싶어도 개성공단이 있어서 못할 것이란 취지였다.

    그런 개성공단을 박근혜 씨는 아무 생각 없이 걷어 차버렸던 것이다. 그 사람은 그렇다 치고, 현 정부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미적거리고 있는 것일까?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혹은 다른 사람으로 부터 한반도의 중재자, 혹은 운전자에 비유되어 왔다. 내가 보기에 현 정부는 북한과 미국 사이의 중재 역할, 딱 그 만큼만 하고 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남북관계조차 트럼프는 북미협상의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마당에, 문재인 정부는 이마저 중재하고 있다.

    남과 북이 각각의 주권 국가로써 교류와 협력을 진전시키고 그 힘으로 중국, 미국, 일본 등 강대국을 관리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를 주도해 가는 운전자가 되기에는 힘이 부쳐 보인다.

    ‘운전자님, 이 길이 아닌 거 같아요. 좌측 깜박이를 넣어 주세요.’

    필자소개
    오만가지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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