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제2공항 막기 위해
    평범한 세 여성, 단식투쟁
    [기고]문재인 정부, 제주도청·도의회, 국회의원에 요구한다. “멈춰라”
        2019년 01월 30일 10:3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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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곡기를 끊은 지 14일이 되었다.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수립 즉각 중단과 1월 7일 폭력적 행정대집행 공개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며 제주의 여성 3인 윤경미, 엄문희, 최성희는 제주도청 앞 노란 천막에서 무기한 단식을 진행 중이다. 윤경미, 엄문희는 14일째, 최성희는 7일째이다. 목숨을 건 싸움이라 불리는 단식투쟁을 바람 부는 추운 천막에서 처절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 세 사람의 ‘이름 없는 단식’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가운데가 필자인 윤경미 씨

    지난해 12월 제주 제2공항 사전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원회가 파행 속에서 종료되었다. 제2공항 예정 부지를 둘러싼 무수한 의혹이 불거져 나왔음에도, 국토교통부는 검토위원회 연장을 거부하며 일방적 종료를 선언했다. 검토위원회의 파행 이후 제주 제2공항 문제는 끝없는 갈등 속에 빠져들었다. 국토교통부는 검토위원회 결과, 문제가 없다며 막가파적 행태를 일삼았고 원희룡 도지사는 방조를 넘어 ‘조속한 제2공항 추진’을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하였으며, 제주의 도의회와 국회의원들은 침묵했다. 도민의 목소리가 철저히 배제된 제주 제2공항 추진 과정은 그 자체로서 폭력이고 민주주의 학살이었다.

    난산리 주민 김경배 님의 오랜 단식투쟁이 진행 중이었던 그 무렵 윤경미, 엄문희가 먼저 무기한 단식을 선언했다. 그리고 7일 뒤 시민 최성희가 무기한 단식에 동참했다. 그 뒤 제주와 전국의 시민 100여명이 하루 또는 이틀 굶기 릴레이 동조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는 제주 제2공항 문제는 공항 부지 해당 지역만의 문제가 아님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전 도민의 문제, 나아가 제주를 사랑하는 대한민국 시민 전체의 문제임을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제주의 평범한 사람들의 ‘이름 없는 단식’을 시작했다. ‘이름 없는 평범한 내가, 단식을 한다면 어떤 영향력을 가질까?’ 단식을 결심하기가지 가장 어려운 난관이었다. 그러나 나를 대신한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평범한 사람의 힘이 강하고 커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다. 누구든지 행동할 수 있고 저항할 수 있는 것이다. 무릇 단식은 특정 유명인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을 깨고 싶었다. 소시민의 발화가 불꽃이 될 수 있다면 이것이 민주주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진짜 사건이 될 것이다.

    지금 도청 앞에는 10개의 천막이 들어선 천막촌이 형성되었다. 우리는 이 곳을 ‘도청 앞 천막촌’이라고 부른다. 난산리 주민 김경배 님의 작은 단식 텐트가 쳐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해 12월 29일, 제주녹색당 천막 당사가 설치되었고 1월 3일 몇몇 도민들이 제주도청 현관에 자리 잡고 피켓팅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수립 용역를 추진한다는 국토교통부의 일방적 발표가 있었다. 잠시 현관 앞에 앉았던 시민들은 그 시간부터 현관을 내려오지 않았다. 한파 속 24시간 현관 피켓팅이 시작된 것이다.

    제주도청 현관 앞의 천막촌과 피켓 모습

    시민들은 기만적인 문재인 정부의 국책 사업에 브레이크를 걸고 싶었고 직무유기 원희룡 도지사에게 책임을 묻고 싶었다. 1월 7일 도청과 시청의 기만적인 강제 행정대집행으로 현관 앞 시민들은 공무원에게 폭력적으로 끌려 나왔고 김경배 님의 천막과 제주녹색당 천막 당사는 종잇장처럼 부서졌다. 그리고 다시 열 동의 천막이 설치되고, 끌려 나왔던 도민들이 현관에 다시 자리 잡기까지 행동하는 도민들의 분노는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했다. 민주주의가 죽었다고 애통해했다.

    분노한 도민들이 직접행동에 나서자마자 직접행동을 눈에 가시처럼 여기는 위정자들은 그들을 쓸어버리려 했다. 행정대집행으로, 강제구인으로, 고착으로, 지워버리고 무시하려 했다. 도민들이 무수한 고초를 겪는 동안 도의회는 무능력으로 일관했고, 지역 국회의원들은 기본계획수립 용역이 발주된 뒤에야 제2공항 문제 있다며 뒷북을 쳤다. 이런 무능력한 정치가 도청 앞 천막촌을 형성케 한 원인이다.

    무기한 단식 중인 우리 세 사람은 문재인 정부, 제주도청, 제주도의회, 제주지역 3인의 국회의원 모두에게 공히 요구한다. 제주 도민의 목소리를 들으라. 우리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독재적 행태를 멈추어라. 문제 해결의 시작은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용역수립을 중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자.

    아직 제2공항은 결정되지 않았다.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의 시작을 알리는 기본계획용역수립은 일방적 폭력이다. 70% 넘는 제주도민이 두 개의 공항은 필요 없다고 말하고 있고 육지의 시민들도 제주가 더 망가지지 않길 기도하고 있다. 사람의 목소리가 배제된 국책사업의 폭력성 앞에서는 우리 모두가 피해자이다. 제주도민을 비롯한 한국 시민들 모두 토건 국책 사업의 전횡 앞에서 속수무책의 삶을 살고 있다.

    제주도청 앞에서 벌어지는 우리의 저항들은 한국 토건 개발주의를 마주한 최전선의 싸움일지 모른다. 실종된 제주 민주주의를 찾고자 하는 지독한 싸움이기도 하다. 왜 단식을 하느냐고? 왜 도청 현관을 내려오지 않느냐고? 그 질문은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다시 던진다.

    필자소개
    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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