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운동 새지평 여는 투표가 시작된다
        2006년 06월 09일 06: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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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노동운동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하는 통합노조를 만들어 전체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고 사회양극화 해소에 나설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조직 이기주의를 앞세운, 대의를 상실한 운동이라는 비판을 극복하고 우리 사회의 질적인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주도자로서 노동조합이 다시 탄생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의 단초를 마련해 줄 수 있는 노동자들의 투표가 6월 26일∼30일 열린다.

    금속산업연맹(위원장 전재환)은 9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 금속연맹 회의실에서 현대, 기아, GM대우차, 대우조선노조 등 주요 노조 간부들이 참가한 가운데 ‘산별완성위원회’ 2차 회의를 열어 오는 6월 26∼30일 12만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현재의 기업별노조에서 산업별노조로 조직형태를 변경하는 투표를 실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 금속산업연맹은 6월 9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 연맹 회의실에서 제2차 산별완성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산별전환 일정과 이후 계획을 논의했다.(사진 금속노조)
     

    금속산업연맹은 각 노동조합의 규약에 따라 ‘조직형태 변경 결의 조합원 찬반투표 실시 건’이라는 제목으로 조합원 총회 소집 공고를 게시하고 26일부터 일제히 투표에 들어가기로 했다. 개표는 30일 오후 5시 사업장별로 실시한다.

    조합원 2/3 찬성 있어야 산업별노조로 전환

    노동조합법 16조 1∼2항에 따르면 조직형태 변경에 대한 조합원 투표는 재적조합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조합원 2/3 찬성이 있어야 한다. 즉, 투표조합원의 2/3 이상이 찬성해야만 현재의 기업별노조에서 산업별노조로 전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금속산업연맹 16만명의 조합원 중에서 산업별노조인 금속노조 조합원은 ㈜만도, 한진중공업, 두산중공업 등 190여개 사업장 4만1천명이다. 이들은 지난 2000∼2001년과 2003년 동시투표를 통해 산업별노조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노조는 지난 2003년 투표조합원의 2/3에 약간 모자라는 62.05%로 산별노조 전환에 실패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하는 산업별노조 탄생 눈 앞

    그렇다면 올해 산별노조 전환의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날 회의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현대자동차노조 박유기 위원장은 "조합원 교육을 80% 이상 실시했고, 선전홍보와 조직화계획도 차질 없이 진행했다"며 "산별노조로의 전환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아자동차노조 남택규 위원장도 "현대와 기아 노동조합이 가지고 있는 벽을 허물고 전체 금속 16만이 참여하는 조직체계만이 고용을 지켜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며 "산별노조 전환을 당연히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조합원은 4만3천명, 기아차는 2만 7천명으로 두 노조만 7만명이다. 현재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금속노조에 가입해있다. 따라서 현대와 기아자동차 두 노조만 산업별노조 전환에 성공하면 금속노조는 12만명에 가까운 대규모 노조가 되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로 뭉쳐 싸우는 가장 큰 산업별노조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산업별노조인 금속노조 기업 울타리 넘어 비정규직까지 보호

       
     
     

    산업별노조인 금속노조는 지난 5년 동안 무슨 일을 했을까? 금속노조는 2001년 2월 8일 출범했다. 2003년 한국 노동운동 역사상 처음으로 산별노조와 사용자대표간의 중앙교섭을 실시했고, 기존임금 저하없는 주5일근무제를 합의해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또 2004년부터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이주노동자까지 적용하는 금속산업 최저임금을 합의했다. 이에 따라 현재 법정 최저임금인 700,600원보다 6만5천원 이상 높은 월 765,060원을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까지 적용받게 하고 있다.

    2005년 중앙교섭에서는 불법파견 판정시 정규직 채용과 비정규직 노조활동으로 해고시 고용보장을 합의했다. 이 합의에 따라 지난 3월 27일 대우상용차에서 134명을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하기로 했다.

    산업별노조가 기업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내는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또 2006년에는 사용자들에게 노조법상 첫 사용자단체인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를 만들도록 해 산별교섭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고, 산업별 교섭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또 금속노조는 지역에서 발생한 노조탄압 사업장에 대해 지부파업(지역파업)을 통해 사용자들의 탄압으로부터 조합원들을 보호해왔다. 2003년 충남지부의 세원테크 탄압 중단을 위한 지부파업을 시작으로 경남, 경주, 포항, 울산, 대구, 전북, 대전충북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지역파업을 벌여내 1990년대초 전노협의 연대파업 이후 모범적인 연대정신을 보여줬다.

    30일 산업별노조 시대가 열리나

    또 비정규직과 노동탄압 사업장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사용하여 예산에서도 연대의 정신을 실현했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뿐 아니라 제조업에 근무하는 사무직 노동자들까지 금속노조에 가입시켜 조직을 확대했다. 그러나 현대, 기아자동차노조 등 대기업노조가 금속노조로 전환하지 못해 4만명 규모로는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기가 어려운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금속산업연맹은 이번 산업별노조 전환투표를 거쳐 오는 10월 금속산업연맹을 해산하고 산업별노조 시대를 열어간다는 계획이다. 6월 26∼30일 한국의 노동운동이 기업별 울타리에 갇혀 약화되느냐, 산업별노조로 크게 뭉쳐 전체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고 사회양극화를 해소하는 길에 나설 것이냐가 판가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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