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운동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하는 통합노조를 만들어 전체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고 사회양극화 해소에 나설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조직 이기주의를 앞세운, 대의를 상실한 운동이라는 비판을 극복하고 우리 사회의 질적인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주도자로서 노동조합이 다시 탄생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의 단초를 마련해 줄 수 있는 노동자들의 투표가 6월 26일∼30일 열린다.
금속산업연맹(위원장 전재환)은 9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 금속연맹 회의실에서 현대, 기아, GM대우차, 대우조선노조 등 주요 노조 간부들이 참가한 가운데 ‘산별완성위원회’ 2차 회의를 열어 오는 6월 26∼30일 12만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현재의 기업별노조에서 산업별노조로 조직형태를 변경하는 투표를 실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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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산업연맹은 6월 9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 연맹 회의실에서 제2차 산별완성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산별전환 일정과 이후 계획을 논의했다.(사진 금속노조) | ||
금속산업연맹은 각 노동조합의 규약에 따라 ‘조직형태 변경 결의 조합원 찬반투표 실시 건’이라는 제목으로 조합원 총회 소집 공고를 게시하고 26일부터 일제히 투표에 들어가기로 했다. 개표는 30일 오후 5시 사업장별로 실시한다.
조합원 2/3 찬성 있어야 산업별노조로 전환
노동조합법 16조 1∼2항에 따르면 조직형태 변경에 대한 조합원 투표는 재적조합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조합원 2/3 찬성이 있어야 한다. 즉, 투표조합원의 2/3 이상이 찬성해야만 현재의 기업별노조에서 산업별노조로 전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금속산업연맹 16만명의 조합원 중에서 산업별노조인 금속노조 조합원은 ㈜만도, 한진중공업, 두산중공업 등 190여개 사업장 4만1천명이다. 이들은 지난 2000∼2001년과 2003년 동시투표를 통해 산업별노조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노조는 지난 2003년 투표조합원의 2/3에 약간 모자라는 62.05%로 산별노조 전환에 실패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하는 산업별노조 탄생 눈 앞
그렇다면 올해 산별노조 전환의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날 회의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현대자동차노조 박유기 위원장은 "조합원 교육을 80% 이상 실시했고, 선전홍보와 조직화계획도 차질 없이 진행했다"며 "산별노조로의 전환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아자동차노조 남택규 위원장도 "현대와 기아 노동조합이 가지고 있는 벽을 허물고 전체 금속 16만이 참여하는 조직체계만이 고용을 지켜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며 "산별노조 전환을 당연히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조합원은 4만3천명, 기아차는 2만 7천명으로 두 노조만 7만명이다. 현재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금속노조에 가입해있다. 따라서 현대와 기아자동차 두 노조만 산업별노조 전환에 성공하면 금속노조는 12만명에 가까운 대규모 노조가 되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로 뭉쳐 싸우는 가장 큰 산업별노조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산업별노조인 금속노조 기업 울타리 넘어 비정규직까지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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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별노조인 금속노조는 지난 5년 동안 무슨 일을 했을까? 금속노조는 2001년 2월 8일 출범했다. 2003년 한국 노동운동 역사상 처음으로 산별노조와 사용자대표간의 중앙교섭을 실시했고, 기존임금 저하없는 주5일근무제를 합의해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또 2004년부터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이주노동자까지 적용하는 금속산업 최저임금을 합의했다. 이에 따라 현재 법정 최저임금인 700,600원보다 6만5천원 이상 높은 월 765,060원을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까지 적용받게 하고 있다.
2005년 중앙교섭에서는 불법파견 판정시 정규직 채용과 비정규직 노조활동으로 해고시 고용보장을 합의했다. 이 합의에 따라 지난 3월 27일 대우상용차에서 134명을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하기로 했다.
산업별노조가 기업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내는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또 2006년에는 사용자들에게 노조법상 첫 사용자단체인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를 만들도록 해 산별교섭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고, 산업별 교섭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또 금속노조는 지역에서 발생한 노조탄압 사업장에 대해 지부파업(지역파업)을 통해 사용자들의 탄압으로부터 조합원들을 보호해왔다. 2003년 충남지부의 세원테크 탄압 중단을 위한 지부파업을 시작으로 경남, 경주, 포항, 울산, 대구, 전북, 대전충북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지역파업을 벌여내 1990년대초 전노협의 연대파업 이후 모범적인 연대정신을 보여줬다.
30일 산업별노조 시대가 열리나
또 비정규직과 노동탄압 사업장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사용하여 예산에서도 연대의 정신을 실현했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뿐 아니라 제조업에 근무하는 사무직 노동자들까지 금속노조에 가입시켜 조직을 확대했다. 그러나 현대, 기아자동차노조 등 대기업노조가 금속노조로 전환하지 못해 4만명 규모로는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기가 어려운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금속산업연맹은 이번 산업별노조 전환투표를 거쳐 오는 10월 금속산업연맹을 해산하고 산업별노조 시대를 열어간다는 계획이다. 6월 26∼30일 한국의 노동운동이 기업별 울타리에 갇혀 약화되느냐, 산업별노조로 크게 뭉쳐 전체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고 사회양극화를 해소하는 길에 나설 것이냐가 판가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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