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타운 50개? 공약지키면 서울은 지옥된다
    By
        2006년 06월 09일 01:50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1. 한나라당의 도시 전략

    오해를 피하기 위해 미리 말해두면 나는 열린우리당을 지지하지 않고 강금실에 대해서도 손톱만치의 애정도 갖고 있지 않다. 다음 번 글에 밝히겠지만 강금실과 오세훈을 비교하라면 강금실이 더 악질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최소한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이 강금실보다 나쁘지는 않았다. 워낙 강금실이 알고도 그랬는지 모르지만 정책의 맥락만 놓고 보면 강금실 정책이 워낙 천박해서 상대적으로 오세훈이 나아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오세훈의 서울 전략은 한나라당의 약간 역사가 있는 도시 공략전법의 정공법 위에 서 있고,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있다. 

       
      ⓒ연합뉴스

    아주 간단한 전략인데, 한나라당의 전략은 효과적이었다. 쉽게 얘기하면 40평 이상의 아파트를 보유하게 된 사람은 대부분 한나라당을 지지하게 될 것이라는 대도시 공략전략이 대체적으로 정리가 된 것이 4년 전 정도의 일이다. (이에 맞서는 노무현 전략은 ‘충청도만 잡으면 전국을 잡는다’였는데, 전략이라고 하기에는 좀 민망한 단타성 정책이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이 ‘개발대학원’으로 바뀌게 되는 과정이 있었고 서울대학교 도시공학과 대학원이 이러한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내게 된 폭풍의 근원지였다. 서울인근의 부동산 관련 대학원 교수들이 아주 적극적으로 이렇게 간단한 논리를 만들어내었다.

    얼마나 간단한가. 사람들에게 40평 이상의 아파트를 보유하게 해주자…

    여기에 덧붙인 구호가 “아니, 우리는 언제까지 작은 아파트에 살란 말이냐”라는 30대의 정서를 자극하는 감성코드가 덧붙여지면서 한나라당의 도시 전략이 완성되었다. 정말 쉽고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방식이었다.

    절대로 한나라당이 힘쓰기 어려울 것 같은 종로에 아파트가 들어가고, 대체적으로 야당 성향이 강했던 강북의 몇 개 지역에도 한나라당이 뚫고 들어갔고, 목동과 일산에도 40평 이상의 아파트가 대량 공급되면서 선거 판세가 뒤집어지는 중인데, 이런 변화는 비가역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도시 정책은 대체적으로 성공한 편이다. 한마디로 대박이다.

    2. 뉴타운의 정치적 맥락

    약간 복잡한 전사가 있기는 하지만 뉴타운과 청계천 사업의 원형은 원래 시민단체가 제안한 사업들이다. 청계천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뉴타운도 시민단체가 제안했다니…

    여기에도 역시 도시공학과 교수들과 부동산학과의 인맥이 적극 개입했다.

    “난개발 때문에 사람 살 수가 없다”는 말은 용인 수지지구가 개발되면서 만들어진 말이다. 난개발은 원래는 없는 용어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때 급조된 말이다. 난개발의 반대가 공용개발인데, 정부에서 직접 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소박한 심정으로 시민단체가 공용개발을 하자고 했고, 이걸 이명박이 덜컥 받아서 뉴타운이라는 괴물을 만들어내었다. 열린우리당의 얼치기 개혁파들이 여기에서 일차로 당한 건데, 뉴타운 지구가 늘어날수록 한나라당 지지세력이 전통의 야당성향을 보였던 서울에서 커지게 되니까 한나라당이야 목숨 걸고 뉴타운을 추진하는게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정작 뉴타운법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앞장서서 만들었다. 찬란한 삽질 1번 되겠다.

    3. 이명박 작품, 강남북 균형개발

    여기까지가 시민단체가 앞뒤 잘 재보지 않고 무턱대고 ‘난개발 반대’로 나섰다가 도시공학과와 부동산학과 교수들한테 말려드는 과정이다. 그런데 강남북 균형개발만큼은 순수하게 이명박 작품이다. 그리고 이 작은 단어 하나가 한나라당을 대부호들의 정당으로 완벽하게 서울에서 작동하게 만든 1등 공신이다.

    물론 강남의 일부 지역은 맨하탄 수준으로 잘 산다. 통계가 동별로 혹은 아파트 단지별로 나오지 않아서 일괄되게 보여주기는 어렵지만 아마 소비 수준으로는 맨하탄급일 것이다.

    강북이라는 말도 웃기기는 하다. 강서구도 있고, 강동구도 있고, 신림동, 봉천동, 기타 등등 동네가 있는데, 강남이 아닌 서울의 모든 지역을 이명박은 강북이라고 규정한다. 파리 시장 시락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파리의 ‘센느강 왼쪽’과 ‘센느강 오른쪽’을 베껴온 우파에 붙은 프랑스 유학파들의 작품이다.

    강남에 비해서 못 사는 동네로 정의한다면 아시아 전역에서 일본의 신주꾸거리나 홍콩의 일부 빌라타운을 제외하면 강북 아닌 데가 없을 것이다. 국민소득 4만불이 되어도 한국 경제 규모에서 강남 같은 동네가 또 생기기는 어렵다. 그런데 강북이 우리나라 전국의 다른 지역에 비해서 못 사는 거냐구? 소위 강북지역 부동산값이 지방에서 부자들 모여 산다는 대구나 광주 같은데 보다 낮은가 질문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생활수준도 낮지 않다.

    강남이 전국을 착취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나라 지방이 이 정도인데, 소위 일부 강부의 부도심 지역까지 그렇게 가면 우리나라의 지방이 남아나겠는가라는 간단한 질문을 해보면 금방 답이 나올 일이다.

    물론 한나라당은 강남북 균형개발이 필승 전략이다. 강북에 40평 아파트를 늘리면 역시 지지자들이 늘어날 것이고, 여기에 우리나라의 서민들은 대체적으로 한나라당 지지성향이 높으니까 강북에서 전세 사는 사람들이 강북에 집값 올라가서 버틸 수 없어서 서울 외곽으로 옮겨가도 자신의 지지자들이 늘어나고, 도시빈민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한나라당은 더 좋은 일이다.

    정말 무서운 이 간단한 도시공략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이명박 서울시장을 비롯한 도시공학 전문가들이 정치공학한다고 맨날 앉아서 사람 머리수만 세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양아치들보다는 100배는 효율적이었고, 지난 3년 동안 권토중래, 와신상담 중이었다. 술도 안 마시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전략만 세우는 한나라당의 몇몇 전략통들은 맨날 성추행 같은 걸로 신문에 나오는 한나라당 정치꾼들과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무서운 종류의 인간들이다. (한나라당의 진짜 무서운 분들은 신문 정치면에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

    4. 오세훈의 선택

    오세훈이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은 이 한나라당의 40평 아파트 전략을 한층 강화시켜서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다. 대기니, 수질이니, 수도니, 아니면 청계천이니 하는 말들을 고급스럽게는 데코레이션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그냥 하는 말’이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확 둘로 나눠버리면, 40평 이상도 한나라당, 도시빈민도 한나라당, 그야말로 필승의 전략이다. 대학물 먹었다는 일부 하위의 중산층 일부만 고립시키면 한나라당의 필패지역이었던 서울이 필승지역으로 전환될 수 있다.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후보가 5월 24일 오전 서울 은평 뉴타운 건설현장을 방문, 관계자로부터 개발 상황을 설명받고 있다.(서울=연합뉴스)

    계급의식 같은 게 들어가는 걸 차단하거나, 생태주의자들이 좀 근본적인 질문을 하는 것만 차단하면 누구도 오세훈의 고급스러운 이미지 전략에 시비를 붙기가 어려운 구조이다.

    계급의식이야 낡은 시대의식으로 구시대 유물 취급하면 그만이고, 생태적 질문은 내가 환경주의자라고 버팅기면 그만이다. 게다가 좋은 방패막이까지 쫙 줄서 있는데, 좀 좋아?

    생태주의에서는 청계천이니 서울 도시숲이니 하는 걸 전부 웃기는 걸로 본다. 좀 심하게 말하면 이런 거 강조하는 사람은 배신자로 분류한다. 유한킴벌리 문국현 사장을 생태근본주의자 진영에서 사람취급 안하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이론 적으로는 ‘수용능력(carrying capacity)’이라고 부르는 계산해서 실증적으로 보여주기 좀 어려운 개념이 있다. 방정식에서는 K로 표현된다. 도시라는 공간 즉 광역 생태계로 정의된 서울이 어느 정도의 경제활동과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 같은 건데, 수용할 수 없는 한도를 넘어간 선에서는 대책은 ‘규모축소’가 1차적 대책이다. 그런데 수용능력을 몇 배를 넘어선 상태에서 약간의 장식 정도 붙인다고 문제가 풀리지는 않는다는 것이 생태주의자들이 서울을 보는 기본 관점이다.

    오세훈이 선택한 것은 외형적으로는 생태주의는 아니고 ‘환경 이미지 전략’ 정도이다. 여기에도 몇 가지 서로 다른 길이 있기는 하다. 전면에 내세운 뉴타운 50개라는 의미는 이명박이 지배하고자 했던 25개 뉴타운을 2배 “쎄게” 하겠다는 말이다. “나는 이명박보다 두 배로 쎈 사람이예요”라는 말을 정책적 용어로 풀어서 하면 ‘뉴타운 50개’로 표현된다.

    뉴타운 25개는 어차피 전임자가 하던 거니까 그대로 두고, 다른 정책들을 조율하겠다고 하는 길이 하나 있기도 하다. 이 경우에 오세훈이 한나라당 골수정책인 40평 아파트주의자라는 말은 할 수 있어도 이명박보다 더한 분이라는 말을 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당선된 첫 날 ‘뉴타운 50개’라고 선전포고한 건 생태적 수용능력은 안중에 없고, 40평 아파트를 엄청나게 늘려서 한나라당 지지자, 그리고 자신의 지지자들을 지금부터 적극 만들겠다는 내심을 첫 날 밝힌 셈이다.
    약간 과장해서 해석하면 서울시장 취임 인사말이 아니라 차기 대선 선포식에 해당하는 말이다.

    5. 도시공학적 해석

    뉴타운 25개에서 생겨나는 뇌물이든 떡고물이든 하여간 뭐라도 전부 이명박이 대선에 나오면서 챙겨 가지고 갈 것이다. 사실 오세훈이 새로 해먹을 남은 게 별로 없다. 뉴타운 25개라고 하지만, 정확히 표현하면 은평뉴타운과 나머지 것들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 서울시사업으로 대략적으로 결국 10조원의 돈이 들어갈 은평뉴타운이 이명박 대선 프로젝트의 진짜 핵심인 셈이고, 나머지 것들은 예산과 토지규모로 비교해보면 잔챙이들이다.

    그러니까 오세훈에게는 다시 뉴타운 25개가 필요하게 된다. 잔대가리는 엄청나게 오세훈도 굴렸다. 1주일만 시간을 주고 뉴타운 50개를 발표해도 되는데, 왜 당선 당일날 그 발표를 했을까?

    본인이 의도했는지 아니면 누군가 옆에서 조언을 했는지는 나도 잘 파악하기 어렵다.

    이건 조력자들에게 “나에게 붙어!”라는 말이다. ‘나는 언젠가 대선에 나갈 사람이고, 그걸 염두에 두고 있으니까 길게 보고 자신에게 붙으라’는 말에 해당한다. 조금 더 있다가 발표해도 되는데, 뜸을 들이면 잠재적 조력자들이 오세훈에게는 “큰 뜻이 없다”고 판단하고 고건이나 박근혜 쪽으로 줄을 서게 되는 곤란함이 벌어진다.

    진짜로 이런 것까지 오세훈이 차분하게 기획을 했을까? 의도된 기획인지에 대해서는 나도 자신은 없다. 하여간 결과는 그렇게 나왔다. 이 발표를 보고 다른 사람들이 움직여서 새로운 판이 형성되는데까지 딱 1주일이 걸렸다.

    정치공학은 머리 수만 세지만, 도시공학은 용적률, 아파트 평수, 주민 평균소득 그리고 입주주민들의 정치적 성향과 “하이엔드 마켓” 취향 같은 걸 중심으로 계산이 움직인다.

    6. 서울은 어떻게 될까?

    이명박을 거쳐서 오세훈까지 대통령 한다고 뉴타운 50개를 정말 하겠다고 방방거리면 앞으로 10년간 정말이지 서울은 공사판의 생지옥이 된다. 녹색후보? 웃기지 말라고 해라. 그렇다면 새마을 운동했던 박정희는 녹색대통령이고, ‘녹화사업’에 정권의 운명을 걸었던 전두환은 녹색장군이다(녹두장군이 관에서 뛰쳐나올 소리이다). 나름대로 녹색대통령 박정희가 만들어놓은 그린벨트를 이명박이 파헤쳤다면 여기에 명줄을 끊으러 등장한 사람이 현 구조에서는 자칭 녹색후보 오세훈인 셈이다.

       
    ▲은평 뉴타운 건설 현장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사진=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 홈페이지)

    이명박은 악랄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는 선한 생각도 가끔 하기는 하는 것 같다. 성남의 서울공항에 대해서 강남구와 송파구가 그렇게 생난리를 쳤어도 이명박이 반대했다.

    다른 모든 것들은 이명박 보다 나빠질 것인데,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기간 동안에 성남공항이 남아있을 것인지가 오세훈 악랄함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가 원래 좀 복마전이기는 하다. 고건 전 서울시장은 아주 유능하지는 않았지만 건설사의 등쌀에도 불구하고 버티기 전략을 썼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생각보다는 강하게 건설사들의 손을 잡았는데, 그래도 아주 먹혀버린 편은 아니다. 재임 후반기 2년 동안은 약간의 유화 제스처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는 사장 출신이었다.

    변호사인 오세훈은 처음부터 건설자본의 손을 아주 굳게 잡고 시장 당선되자마자 멋진 일갈을 날렸다. “나는 뉴타운 50개,” 2 곱하기 25는 50, 난 두 배 쎄… 변호사와 자본이 만나면 최고의 궁합이 된다는 워싱턴 로비스트들의 전설이 서울에서 꽃 피는 셈이다.

    크게 보면 서울에 아직 정치적인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은 50% 이상의 서울 시민이 전월세주민이라는 점일 것이다. 오세훈의 뉴타운 50개가 끝나면 이 기간에 태어난 아이들의 50% 정도가 아토피나 천식과 같은 면역성 만성증후군에서 조금 더 심각한 혈관계통과 호흡기 계통의 질병을 앓게 될 것이다. 지금도 유아 아토피와 천식을 기계적으로 더하면 40%가 넘는다. 이명박 4년에 오세훈 4년을 더한 기간 동안에 서울은 지옥처럼 될 것이고, 녹색후보 오세훈 재임기간 중 아이들에게는 서울은 아주 곤란한 지역이 될 것이다.

    게다가  10% 미만의 주민이 새로 생길 뉴타운에 재입주하게 될 것이고, 해당 지역 90%의 주민은 도시빈민으로 떠돌게 된다. 특히 낙후지역이 대상인 이 지역의 70~80%의 시민들은 열등지로 밀려나게 되는데, 워낙 낙후지역이라 서울에서 살 수 없게 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럼 새로 생긴 뉴타운과 재개발지역에서는 누가 살아? 아이들도 이젠 잘 안 태어난다는데? 누가 살거나 말거나 이제는 대통령만 되면 되는 오세훈 머리 속에 그런 고민들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원래 로펌의 변호사들은 그런 장기적인 고민을 하도록 훈련되지 있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옆에서 지켜보던 김문수가 “그럼 나는?”이라는 질문을 하고, 그럴 바에야 차라리 다 통합하자고 한 걸 주목하시라).

    한나라당의 40평 프로젝트가 국가를 병들게 하고, 강남과 강북 일부를 제외한 전국민을 도시빈민으로 전락시키는 것은, 아니 전 국민이 40평 아파트에서 떵떵거리고 살 수 있는 그런 날들이 올 수 있는 지상의 낙원이 자본주의에서는 구조적으로 펼쳐질 수 없기 때문이다.

    정말 한나라당이 집권해서 모든 국민들이 40평 규모에서 질병 걱정 없고, 쾌적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고, 또 전쟁도 일어나지 않는 평화로운 세상인 ‘서민 중심국가’가 펼쳐진다면 나부터라도 다 접고 한나라당 후원회원이라도 하겠다.

    서울은 지옥이 되고, 전국은 아마존 한 구석에서 현대판 노예가 다시 작동하는 중남미처럼 될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제시하는 정책 프로그램은 근본적으로 한나라당과 거의 같은데, 베낄 걸 베껴야지 40평 프로젝트까지 베끼니까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남 좋은 일만 벌어지는 것이다.)

    7. 공략 포인트는?

    서울 문제에 대해서 공략 포인트가 녹색당과 민주노동당은 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원래 지지세력과 중심노선과 조직 작동 방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똑 같은 프로그램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녹색당이야 당장 오세훈의 녹색후보 파상공세에 숨넘어가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이니까, 뜻은 가상하지만 당분간 이 세력에게 뭔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프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현재로서는 민주노동당이 오세훈과 각을 잡는 전선을 형성해주는 것이 시급하게 지옥으로 변할 서울에서 몇 군데라도 방어막을 형성하는 길이라는 점을 나는 인정한다. 그리고 여력 닿는 대로 희망사회당까지 포함해서 공동전선을 펼치는 것에 나의 작은 힘이라도 보탤 생각이 있다 (그렇다고 자꾸 들어와서 하라고 하지 마시기 바란다. 근본철학이 달라서 엄연히 가는 마지막 종점이 다르다. 오래 전부터 민주노동당 당원이기는 한데, 자꾸 들어와서 하라는 소리에 이제 탈당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논리적 선택의 문제가 남아있는데, 50% 정도의 월세입자에게 어떤 정치적 대안을 제시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을 것이다. 이 사람들에게 집을 주겠다고 하는 정주영 방식도 한 가지 방식이고, 정치적으로 과소대표되어 있는 이 사람들을 대변해서 단순한 주택문제만이 아니라 종합적인 도시빈민 프로그램들을 제시하는 것이 한 가지 길이기는 하다. 철학이 잡히면 정책 프로그램들은 약간의 경험과 현실을 가미해서 기계적으로 도출되는 측면이 있다.

    이제 와서 아쉬운 생각이지만 김종철 전 서울시장 후보의 모두에게 집을 주겠다는 공약은 원론적으로는 정주영식 방식을 택한 것인데, 단기적으로는 해볼 만하기는 하지만 철학이 담긴 공약은 아니었던 것 같다. ‘집이 효자’라는 강남에서 유행하는 말을 역으로 뒤집어보면 갈 길에 대한 답이 좀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든다.

    8. 그나저나 오세훈, 악질은 악질이다

    2주후가 지나면 최열 인수위원장의 인수결과가 어떻게든지 간단한 보고서 형식으로 세상에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다. 뉴타운 숫자를 다만 10개라도 줄이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관전 포인트이다. 10개라도 줄었다면 논쟁이 있었던 것이고, 하나도 줄지 않고 50개 그대로 발표된다고 하면, 그 다음부터는 나머지 모든 것들은 대체적으로 장식이라고 보면 크게 과하지 않을 것 같다.

    원래 환경으로 포장을 하려고 움직였던 정치인들이 몇몇 있는데, 대표적인 사람이 김상현과 이부영이다. 왜 이 사람들은 안 되고 오세훈은 되었을까? 간단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건설자본과 손을 잡아야 하는데, 이부영은 다른 정치는 못했을지는 몰라도 건설자본과 결탁하는 일을 안하는 정도의 에티켓은 지켰다. 그러다보니 뒷심도 없고, 철학도 오락가락해서 진짜 환경정치인으로 입지를 만들 힘을 만들지는 못했다.

    한 마디로 오세훈의 철학적 본질을 표현하자면, 새만금 방조제 위에 붙어있는 “환경친화적 매립, 새만금의 미래”라는 현대건설의 녹색표지판 위에 적혀 있는 구호라고 할 수 있다. 동네에서 깡패들이 환경 활동가와 자꾸 친하려고 하는 것과 오세훈이 뉴타운 얘기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같은 일이다. 구조적으로는 오세훈이 조금 더 죄질이 나쁘다. 생계형 타락이 아니라 적극적 타락에 해당하는데, 타락한 건지 원래 그런 것인지라는 좀 어려운 질문이 남아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오세훈이 한나라당의 40평 아파트 프로젝트의 손을 굳게 잡고 확대재생산시키는 동안 서울 시장선거에서 강금실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을까? 강금실은 오세훈보다 한 발 더 나갔다. 누가 더 악질일까? 강금실은 건설자본이 아니라 도시자본 그리고 토목자본 그 자체와 손을 잡으려고 시도했다.

    한 마디로 평하면 오세훈은 악질이고, 강금실은 천박했다. ‘악질이 천박을 이긴 것’이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 대한 10자 평이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