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김근태 '적당히 잘해야, 너무 잘하면 안돼'
        2006년 06월 09일 10:4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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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당의장과 김근태 전 최고위원은 여러모로 대비된다.

    둘은 출신이 다르다. 정 전 의장은 유명한 TV 앵커 출신이다. 김 전 최고위원은 80년대를 대표하는 민주화 운동가였다.

    출신 배경만큼 정치적 특장도 다르다.

    정 전 의장은 이미지 정치의 귀재다. 카메라를 보면 본능적으로 ‘그림’을 만들 줄 안다. 대신 ‘컨텐츠’가 부실하다는 정적들의 비판을 받곤 한다. 김 전 최고위원의 이미지는 어딘가 허술해 보인다. ‘그림’도 잘 안 나온다. 그래선지 대중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대신 ‘논리’와 ‘철학’이 강하다.

    화법도 둘은 다르다.

       
      ⓒ연합뉴스

    정 전 의장은 짧은 호흡의 스타카토식 문장을 주로 쓴다. 동원되는 단어도 감각적이다. 훈련된 발성에서 나오는 그의 대중연설은 한 편의 음악 같다. 그리고 아주 선동적이다. 그는 1급의 대중연설가다. 반면 토론을 하는 모습은 영 힘이 없고 어딘가 비어 있는 느낌이다. 대중연설을 하는 그와 토론을 하는 그는 아주 다른 사람 같다.

    김 전 최고위원은 대중연설에 약하다. 자신도 인정한다. 우선 발성과 호흡부터 대중연설에 적합치 않다. 문장도 만연체다. 동원하는 단어는 개념적이다. 합리적이라는 느낌은 있지만 불꽃 같은 힘이 없다. 대신 토론에 강하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토론이 아니라 논리를 주고 받는 제대로 된 토론일 경우에 그렇다.

    둘이 풍기는 속도감도 다르다.

    정 전 의장은 몽골기병이다. 빠르고 역동적이다. 일정을 짦게 끊어 가급적 많은 곳을 다닌다. 마치 스타카토식 문장으로 연쇄된 그의 연설을 ‘보는’ 것 같다. 그의 속도감은 그러나 ‘가볍다’ ‘경솔하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지난 4.15 총선을 앞두고 터진 ‘노인’ 발언이 대표적이다.

    김 전 최고위원은 항상 ‘반박자’ 느리다는 평가를 받는다. 치고 나가야 할 때 머뭇거리는 모습을 종종 보인다. 그는 지금껏 상황을 주도한 적이 별로 없다. 그는 여당 내에서 항상 2인자였다. 물론 그의 ‘신중한’ 기질은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지난 4.15 총선 당시 당시 정동영 의장의 ‘노인 발언’을 수습할 때 그의 안정감은 빛을 발했다.

    둘은 여당 내의 양분된 정치노선을 대표한다.

    정 전 의장은 실용파의 맹주고 김 전 최고위원은 개혁파의 구심이다. 선거 직전 정 전 의장의 사퇴를 주장했던 김두관 전 최고위원은 선거 후 김근태 지도부를 만들려는 계산이 있었다. 얼마 전 의총에서 김근태 전 최고위원의 ‘좌파적’ 정체성을 문제삼았던 인사들은 정 전 의장이 지난 총선을 앞두고 영입한 관료 출신이다.

    끝으로 둘은, 적어도 여당 내에서는, 가장 유력한 대권후보다.

       
      ⓒ연합뉴스

    이렇게 둘은 출신 배경, 정체성, 당내 기지 기반, 스타일 모든 것이 다르다. 두 사람 관계의 본질은 ‘갈등’이다.

    그런 두 사람이 이번에 손을 잡았다. 정 전 의장은 김근태 체제가 성립하는 데 가장 큰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공멸의 위기감이 컸다. 당이 깨지면 대권의 꿈은 완전히 물거품이 된다.

    물론 이런 화합 모드 속에서도 둘의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의장 입장에서 보면 김근태 체제가 ‘(당을 추스를 정도로는) 잘 해야’ 하지만 ‘(김 전 최고위원이 대권 후보로 앞서 나갈 정도로) 지나치게’ 잘 해서는 곤란하다. 아마도 비대위원에 포함될 실용파 인사들은 이를 막기 위한 안전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독배’를 감수하고 마신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어떻게든 정 전 의장의 견제를 뚫고 당내 세력 반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김근태 체제가 ‘적당히’ 잘 해야 한다는 것, 이게 ‘정-김’ 공조의 본질이자 한계다. 만일 김근태 체제가 ‘적당히’ 잘하는 수준을 웃돌거나 밑돌면 공조는 언제라도 깨질 수 있다. 이건 지금 여당의 한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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