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억 아파트 서울대 2백명, 7억 1백명, 6억 70명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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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6월 09일 09: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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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상아탑 → 우골탑 거쳐 ‘부동산탑’ 됐다

    우골탑(牛骨塔)이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소 팔아 자식 대학 보낸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가난한 집 자식이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들어가면 ‘개천에서 용 났다’고 했고, 시골마을 어귀에 ‘○○○ 서울대 합격’ 류의 펼침막이 걸리기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옛말이 됐다.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은 나지 않고 소 팔아서 대학 갈 수도 없다. 더 이상 대학은 가난한 사람이 열심히 공부해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통계는 부동산을 비롯한 재산이 많은 집안 자식이 엄청난 사교육비와 공교육비를 들여서 ‘투자한 만큼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는’ 새로운 법칙이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상아탑이 ‘우골탑’을 거쳐 ‘부동산탑’이 된 것이다.

    안타깝게도 서울 각 구별 아파트값과 서울대 입학현황 통계를 보면 “8억대 아파트에 살면 서울대에 200명이 합격하고, 7억대는 100명, 6억대는 70명이 합격한다…”는 황당한 이야기가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2005학년도 대학입시에서 모두 201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해 고3 졸업생 1,000명당 25명꼴로 서울대생이 나온 강남구의 아파트값은 시가기준으로 2006년 현재 평당 2천690만원, 강남구 평균 평형 33평형 기준으로 8억5천만원에 이른다. 아파트값이 36.7평 기준 7억8천만원인 서초구는 115명을, 34평 기준 6억8천만원인 송파구는 78명을 각각 서울대에 입학시켜 1,000명당 23.5명과 13.2명의 높은 합격률을 기록했다.

       
     

       
     

    반면 아파트값이 평당 678만원으로 29.2평 기준 1억8천만원인 중랑구는 13명을 서울대에 입학시켜 졸업생 1,000명당 3.7명의 낮은 합격률을 기록했고, 30평 기준으로 2억3천만원과 3억3 천만원인 구로구와 마포구도 각각 8명과 6명을 입학시켜 1,000명당 합격률이 각각 3.8명과 2.8명으로 매우 낮게 나타났다.

    시도별 땅값과 주요대학 진학현황을 봐도 부동산 격차는 교육격차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평당 땅값이 400만원인 서울의 경우 고3 지방졸업생 1,000명당 서울대에 11.6명, 연세대에 21.1명, 고려대에 19.07명을 각각 합격시켰다. 반면 평당 땅값이 1만5천원대에 불과한 전남지역의 경우 고3 졸업생 중 서울대에 합격한 인원수가 1,000명당 2.14명으로 서울의 5분의 1에 불과한 것을 비롯해 연세대와 고려대에 각각 4.49명, 4.62명을 각각 합격시켜 서울의 4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통계에서 연고대 지방분교가 있는 시도상황을 감안하면 대체로 비싼 부동산을 소유한 지역의 서울대 연고대 진학률이 높은 반면 부동산 가격이 싼 지역의 진학률은 낮게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격차 → 사교육비 격차 → 학력격차 : 서울엔 남북격차, 대전엔 동서격차

    아파트값과 서울대합격률 사이엔 사교육비가 다리노릇을 한다. 2005학년도 대학입시 시기인 2004년 6월 현재 평당 아파트값이 2천120만원과 1천793만원으로 다른 동네에 비해 부동산을 비롯한 재산이 많고 소득수준이 높은 강남구와 서초구 주민은 학생 1인당 사교육비를 평균 952만원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파트값과 서울대합격률 사이엔 사교육비가 다리노릇을 한다. 2005학년도 대학입시 시기인 2004년 6월 현재 평당 아파트값이 2천120만원과 1천793만원으로 다른 동네에 비해 부동산을 비롯한 재산이 많고 소득수준이 높은 강남구와 서초구 주민은 학생 1인당 사교육비를 평균 952만원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평당 아파트값이 675만원과 1천31만원으로 강남권의 3분의 1에서 절반 수준이던 강북구와 영등포구 주민은 학생 1인당 사교육비도 강남․서초구의 절반 수준인 493만원만 썼다. 나머지 21개 자치구 평당 아파트값은 평균 977만원, 1인당 사교육비는 524만원이었다.

    “과외비 쓴 만큼 성적이 올라가나?” 불행하게도 통계는 “그렇다”고 답하고 있다. 1천만원 가까이 사교육비를 쓴 강남․서초구 학생은 수능점수가 314.7점으로 높은 성적을 올린 반면, 과외비를 절반밖에 못 쓴 강북․영등포구 학생의 평균 수능점수는 35점 이상 낮은 279점에 머물렀다. 졸업생 1,000명당 서울대 합격자수도 5배의 격차가 발생했다.

       
     
     

    서울이 부동산과 교육문제를 두고 남-북격차가 뚜렷하다면 대전지역은 동-서격차가 깊어지고 있다.
    대전시 서구와 유성구 등 서부지역은 아파트 가격이 평당 521~574만원으로 상대적으로 비싸고 소득수준도 나은 곳으로,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307만원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둔산지역의 경우 사교육비가 409만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동구와 중구․대덕구가 속해있는 동부지역은 아파트가격이 345~416만원으로 낮고 국민기초생활수급자가 전체 인구의 3.56~5.41%로 서부지역(유성구 1.79%, 서구 1.86%)에 비해 비중이 크게 나타나는 등 경제력이 떨어지고 있다.

    동부지역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연간 210만원으로 서부의 3분의 1수준으로 낮았으며 특히 서부 둔산지역 사교육비에 비해서는 절반도 되지 않았다. 특히 고등학교 월평균 사교육비를 비교해보면 서부지역은 24만9천원으로 동부지역 11만2천원의 두 배, 둔산지역은 33만5천원으로 동부의 3배에 이르렀다.

       
     

    이같은 부동산을 비롯한 경제력 격차와 교육비 격차는 고스란히 학력격차로 이어져 2005년도 동부지역에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 학생수는 331명인 데 비해, 서부지역은 849명으로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3졸업생 수를 감안해 1,000명당 진학 학생수를 비교해보면 동부지역이 5.7명인데 비해 서부지역은 11.5명으로 진학률이 두 배에 이르렀다. 서부지역은 1,000명당 진학 학생수가 1년 전 11.3명에서 11.5명으로 증가했으나, 동부지역은 한 해 전 7.5명에서 5.7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시간이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전국 시·도·읍면으로 범위를 넓혀 땅값과 사교육비, 수능점수와 서울대 합격률을 살펴봐도 부동산 격차 → 사교육비 격차 → 학력격차는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건교부 공시지가 기준으로 2004년 평당 땅값이 400만원대로 가장 비싼 서울시가 사교육비도 연간 평균 591만원으로 가장 많이 지출했고 2005학년도 대입 평균 수능점수는 광역시에 뒤이은 평균 300.81점을 얻었다. 또 그 해 서울지역 고교 졸업생은 1,000명 중 11.1명꼴로 서울대학교에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평균 땅값이 평당 3만원대로 가장 낮은 읍면지역(중소도시를 합친 평균 땅값이기 때문에 읍면지역 땅값은 더 낮을 것)의 사교육비는 193만원으로 서울의 3분의 1에 머물렀고 수능점수도 30점이 낮은 270점을 얻었다. 1,000명당 서울대 합격자수도 3.7명으로 서울과 광역시에 비해 크게 뒤졌다.

       
     

    학교 교육비도 동네마다 부익부 빈익빈

       
     

    사교육비만큼은 아니지만 공교육 영역인 학교 교육비도 부동산 가격이 비싸고 재산이 많은 동네와 그렇지 못한 동네 간에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재산이 많으냐 적으냐에 따라 동네사람들의 경제력 차이가 생겨 집집마다 자식 교육에 투자하는 돈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또한 부동산 재산에 대해 자치구가 걷는 재산세 수입과 자치구 재정력의 차이가 생겨 지자체가 학교에 지원하는 지원금이 자치구마다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2004년 현재 평당 아파트 가격이 2,120만원과 690만원의 격차가 있는 강남구와 금천구를 비교하면 지차제의 학생 1인당 교육비 지원액(초중고 공립학교 기준, 교특전입금 제외)이 강남구는 9만6천원인 데 비해 금천구는 8천원으로 12배 격차가 난다.

    학생 1인당 학부모 부담금도 강남구는 62만5천원인데 비해 금천구는 47만 6천원으로 차이가 났다. 그 결과 금천구에서 초중고교를 다니는 학생 1인당 교육비는 50만6천원으로 78만3천원인 강남구에 비해 20만원의 격차가 발생하였다. 또한 2005학년도 대학입시 기준 서울대 진학률은 강남구가 1,000명당 25.4명인데 비해 금천구는 4.6명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개별학교별 학생 1인당 교육비도 큰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한겨레 보도(2005.10.4)에 따르면 상위권 초등학교들은 학생 1인당 1백만원이 넘는 교육비를 투자하는 반면, 하위권 학교들은 20만원대의 투자에 그치고 있다. 이들이 학생수 1천명의 같은 규모 학교라면 한 해 8억원대의 예산차이를 겪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교육비만큼은 아니라도 동네와 학교에 따라 공교육에서도 교육비 격차가 크기 때문에 결국 학력격차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류대 많이 가는 특목고도 강남권 출신이 30%

    최근 외국어고등학교 또는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등학교가 상위권 대학에 대거 합격자를 내면서 주목받고 있다. 2006학년도 대입에서 서울시내 6개 외고와 2개 과학고 졸업생 2,426명 가운데 서울대에 진학한 학생은 256명, 연세대는 632명, 고려대는 567명으로 이들 3개대학에 진학한 학생수는 전체 졸업생의 60%에 달하고 있다. 2004년과 2005년에도 전체의 절반 안팎이 이들 세 대학에 진학하는 높은 진학률을 나타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특수고들은 해외유학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졸업생 전체가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특수’한 진학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특목고는 그 동네 중학교 졸업자가 그 동네 고등학교로 가는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와 달리 출신 중학교 지역과 상관없이 입학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동네 학생들이 상위권 대학에 가는 것인지 정확히 분석되지 않고 있다. 8개 특목고는 강서구를 제외하고는 종로, 서대문, 광진구 등 모두 한강이북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까닭에 강북지역도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권 못지않게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 근거로 사용되면서 교육격차 완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특목고 1~3학년생들인 2004~2006년 입학생들의 출신 중학교 소재지를 분석한 결과 전체 재학생 7천332명 중 해당 자치구 출신은 578명으로 7.9%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 92.1%는 모두 다른 지역 출신 학생들이었다. 전체적으로는 서울 출신이 75%, 경기도 출신이 20%, 기타시도가 5% 비중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 출신의 경우 분당 출신의 비중이 높다.

       
     

    서울지역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은 특목고 입학생을 배출한 곳은 노원구, 강남구, 양천구, 송파구 순이고,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 출신이 서울지역 입학생 21.2%로 나타났으며, 양천구를 포함한 강남4구 출신은 30%에 이르고 있다. 강남 4구와 노원구 등 5개구 출신의 점유율은 43%에 달한다.

    결국 특목고도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권과 분당 등 부동산 가격이 비싼 동네에 사는 상당수 학생들이 입학해 많은 사교육비와 공교육비를 투자해서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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