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노조파업에 "112 신고하라" 공문 보내
    By tathata
        2006년 06월 08일 02: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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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경북건설노조의 파업이 일주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경찰이 지난 3일 대구경북지역 건설업체에 ‘노조가 불법적으로 공사 방해를 하면 112에 신고하라’는 협조문을 보내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이 노동조합의 정당한 권리인 파업을 미리부터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저지하는 것은 물론 사용자의 편을 노골적으로 들어준 것이다.

    건설산업연맹은 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지방경찰청이 건설업체에 ‘협조문’을 보내 노조의 파업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이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대구경북건설노조는 임금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 1일부터 2천여명의 조합원이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가 이날 공개한 대구지방경찰청장 명의의 협조문에는 “현재 파업이 장기화 되면서 과격 폭력시위로 번질 될 우려와 함께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며 “경찰에서는 가용경력을 최대한 동원하여 건설노조원들의 공사 현장 방해 등 불법 집단행동을 사전에 차단하고, 폭력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 집행으로 반드시 사법 처리할 방침”이라고 적혀 있었다.

    협조문은 또 “대구지역의 건설현장 모두를 경찰 인력만으로 대처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지역 건설현장 소장님께 몇 가지 당부말씀을 드리고자 한다”며 다음과 같이 주문했다.

    ▲첫째, 건설노조에서 불법적으로 공사 방해를 하면 즉시 112에 신고하여 주시고, 폭력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업무방해 협의로 반드시 경찰에 고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건설노조에서 파업에 대한 사회이목을 끌기 위한 건설현장 타워크레인 점거 농성 등에 대비, 일과 후 공사장 출입문 및 타워크레인 시정 장치를 철저히 하여 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합법적인 노조의 파업을 경찰에 고발하라는 이 ‘협조문’은 사용자가 아닌 경찰이 작성하여 건설업체에 돌렸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건설연맹은 “경찰이 노동자의 정당한 파업을 무력화시키려는 불법적 행위”라며 “공정성과 형평성을 원칙으로 시민의 안전을 보장해야하는 경찰이 노동자를 폭력집단으로 몰아 사용자의 교섭회피를 정당화하는 책동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경찰의 이같은 협조공문이 내려진 이후 건설업체는 교섭에 나오지 않는 등 교섭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경북건설노조는 1998년 1,200여명이 노조를 결성해 수차례 단체협약을 체결한 전례가 있으며, 지난 5월 12일 1차 교섭을 벌인 이후에 여러 차례 단체교섭을 진행해 왔으나 경찰의 공문이 내려진 이후 건설업체는 교섭현장에 나오지 않는 등 파행을 겪고 있는 상태다.

    건설연맹은 “경찰청의 탄압이 교섭결렬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며, “사용자의 홍보원으로 전락한 대구경찰청장이 스스로 본분을 망각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대구경북건설노조는 왜 싸우나?

    대구경북지역 건설노동자 2천여명은 지난 1일부터 형틀목수(건물외부 골조공사를 하는 목수), 철조공 노동자를 중심으로 노동조건 개선과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이들의 파업으로 대구경북지역의 공사현장의 약 80%가 멈춰있다고 노조는 밝혔다. 대구경북지역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이처럼 대규모로 파업을 벌인 경우는 극히 드문 경우. 건설연맹의 한 조합원은 “월급제가 아닌 일당제로 일이 끝나면 뿔뿔이 흩어지는 노동자들이 2천여명이나 모여 파업을 벌였다는 것은 그만큼 요구가 절박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대구경북건설노조가 핵심적으로 요구하는 내용은 ▲적정임금 보장 ▲유보임금(일명 ‘쓰메기리’) 폐지   ▲시공참여자 제도 폐지 ▲안전관리 준수 ▲조합원 우선 고용 등이다.

    건설연맹은 “아파트 분양가는 꾸준히 올라 건설 회사들은 사상최대의 이윤을 창출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아파트를 짓고 있는 형틀목수의 임금은 삭감됐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건설업은 업무의 특성상 비가 오거나, 자재가 제때 수급되지 않거나, 일거리가 없으면 일을 못해 일당은 타 산업에 비해 높을지라도 실제로는 겨우 생계를 이어가는 정도”라고 말했다. 현재 대구지역 형틀목수 기능공 임금은 10~11만원 수준이다.

    유보임금은 공사현장에서 속칭 ‘쓰메기리’라는 용어로 통용되는데, ‘일반’ 노동자의 경우 임금은 일한 그 달에 지급받지만, 건설노동자는 다음달 말에 임금을 받고 있다. 유보임금을 받는 데에는 건설시공업체가 원청회사로부터 3~5개월짜리 어음을 받아 공사대금을 수령하거나, 공사가 진행된 물량에 따라 공사대금을 산정하여 지급받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원청업체의 결제시기와 방법에 따라 그대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노조는 “사용자들이 자신의 편의대로 일처리를 하고 노동자들의 임금을 지속적으로 유보하는 상시적 임금체불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공참여자 제도는 부실공사를 예방하기 위해 공사현장 노동자의 책임감을 강조하는 일환으로 도입됐다. 건설업체는 중간관리자가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아 건설노동자들을 고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사실상의 사용주인 원 ․ 하청 업체는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할 수 있고, 중간관리자가 4대보험 가입과 산재 처리 등의 책임을 떠안게 된다. 노조는 “임금체불, 산재 책임 회피 등을 위한 수단으로 건설업체들이 시공참여자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며 실제 사용자인 원 · 하청 업체들이 건설노동자를 직접고용 할 것을 요구했다.

    이밖에도 최근 건설현장에는 이주노동자들의 급격한 유입으로 인해 건설노동자들이 또 다른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경북건설노조의 한 조합원은 “건설업체들이 공공연하게 ‘조선족들을 데려다 쓰면 부려먹기 쉽고 돈도 훨씬 적게 든다’고 말한다”며 “평생 동안 공사판에서 잔뼈가 굵어 주름질 때까지 건설현장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노동자들이 푸대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이 조선족· 중국인으로 건설현장의 30~5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은 한국의 노동자가 9~10만원 선인데 반해, 이주노동자는 5~6만원을 지급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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