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파정당 정체성 분명히 해야, 대선 후보 조기 가시화 위험하다
        2006년 06월 08일 01: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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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은 5.31 선거 이후 [시각-5.31평가]라는 제목으로 몇 차례 글을 실은 바 있습니다. 후속 기획으로 [시각-5.31이후] 시리즈를 마련해 5.31 선거 이후 유일한 좌파 진보정당을 자임하는 민주노동당이 가야 할 방향, 해야 할 일 등에 대해 진보정당 안팎 인사들의 인터뷰와 기고 등을 실을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열린우리당 참패, 한나라당 압승으로 끝난 이번 지방선거는 정치사적 의미도 큰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를 이른바 민주파의 역사적 패배로 보기도 한다. 민주노동당은 이 거대한 정치적 지각변동의 한 가운데서 그러나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아직 갈 갈이 멀다는 사실을 깨달은 셈인데, 민주노동당은 이번 지방선거의 성과와 한계를 딛고 내년 대선으로 나아가야 한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를 "도덕적 주관주의로 무장한 신자유주의 세력에 대한 심판"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여당의 패배를 "민주화운동 세력의 도덕적 주관주의의 궤멸"이라고 평하고 "그들의 존재는 이미 역사적 시효를 다했다"고 했다.

    국민정당론 vs 계급정당론 논쟁 진로 설정에 도움

    심 의원은 여당의 직접적인 선거 패인을 ‘종합부동산세’에서 찾았다. 그는 "열린우리당은 보수화되어 있는 집단"이라며 "그 정체성에 비춰보면 종부세는 많이 나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주거안정 실현으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그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 대책이 되어 버렸다"고 지적하고 "종부세는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민주노동당의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많은 당원들이 패배했다고 보고 있다"며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실력대로 받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요한 건 득표율 자체보다는 전략적 지지층으로부터의 득표율이 얼마나 신장됐느냐"라며 "거대정당의 정쟁이나 정치공학의 틈바구니에서 얻는 표보다는 우리의 전략적 지지층으로부터 얻는 표가 중요하다"고 했다.

    심 의원은 ‘진보개혁세력 대표주자 교체론’에 대해 "국민정당론식 사고가 반영된 대표적인 슬로건"이라고 규정하고 "민주노동당은 좌파정당으로서 과연 누구를 대변해야 하는지 구체적이고 분명한 전략이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정당론과 계급정당론의 논쟁이 우리 당의 진로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당과 상대적 차별성 노리는 건 공학적 접근, 독자적 전략이 중요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차별성 부족을 지적하는 견해에 대해 심 의원은 "열린우리당과의 차별성을 노리는 정치공학적 접근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중요한 건 기존 정당과의 상대적인 차별성이 아니라 진보정당, 서민정당으로서의 독자적 전략과 마스터플랜"이라고 했다.

    심 의원은 인터뷰 내내 민주노동당의 정체성과 비전, 주요 전략 계층, 그에 맞는 활동방식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의 이탈표를 끌어오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여당에서 한나라당으로 이탈한 표는 중산층 이상의 유권자로 당초 민주노동당이 흡수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이번에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49%, 정치에 절망한 이들" 가운데서 전략적 지지층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오는 대선과 관련, 민주노동당도 대권 후보를 가시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심 의원은 "대선공간에 대한 전망과 목표가 없는 상태에서 후보만 조기 가시화할 경우 거대 정당의 틈바구니에서 조기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후보 조기 가시화 이전에 대선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대선을 통해 무엇을 남길 건지에 대한 전당적 토론이 필요하다"고 반대 입장을 보였다.

    열린우리당 이탈표보다 절망에 빠진 불참자들 가운데 지지 획득이 중요

    그는 오는 대선의 당 내부적 의미를 "민주노동당이 대안정당으로서 평가 받는 스타트라인"이라고 규정하고 "서민들을 어떻게 설득할 거냐는 자기 청사진이 구체적으로 있어야 함은 물론 진보적 가치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이를 서민들과 나누기 위한 실천적 방법론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수정당처럼 인물 중심으로 대선을 치르게 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패배를 맞이할 것"이라며 "단순한 지지율의 패배가 아니라 대안세력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조직적 성과를 실종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 의원은 일각에서 거론되는 국민참여 경선제에 대해 "국민경선제의 경우 민주노동당의 전략층인 다수 서민은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국민정당을 내세우는 정당에는 부합하는 전략일 수 있지만 민주노동당같은 서민정당은 경계해야 할 전략"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심 의원은 자신의 대선 후보 출마 가능성에 대해 "대선을 위한 당의 발전전략 속에서 함께 고민되고 검토돼야 할 문제"라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여당 패인은 종부세"

    – 먼저 여당의 참패와 관련해 질문드린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원인은 뭐라고 보나. 

    = 직접적인 영향은 열린우리당 내에서 진단하고 있는 것처럼 종합부동산세라고 본다. 열린우리당은 보수화되어 있는 집단이다. 그 정체성에 비춰보면 종부세는 많이 나간 것이다. 내가 수도권을 다녀보면 아파트 한 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느끼는 부담이 엄청나더라.

    종부세 대상이 되는 집단의 이탈과 반발, 이게 여당 지지자가 한나라당으로 옮아 간 가장 큰 이유다. 특히 부담도 부담이지만 종부세를 통해 서민경제가 나아지거나 조세형평성이 실현되거나 하는 대의적 측면에서도 승복할 수 없는데 나만 당하기는 억울하다, 이런 인식도 깔려 있다.

    – 여당은 부동산세의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 그러다 집 한채도 갖고 있지 못한 나머지 50%, 종부세 대상이 되지 않는 절대다수의 국민들로부터 치명타를 맞을 수 있다.

    정부여당은 지금 운신의 폭이 전혀 없다. 왜 그런가. 지금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이란 것이 주택공개념이 전제되지 않은 단순한 투기대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투기 잡는 목적이 주거안정 실현으로 연결됐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 대책이 되어 버렸다. 현 정부는 종부세를 생명처럼 얘기하지만 이미 실패한 정책이다.

    "투기대책, 주거안정 실현으로 연결돼야 성공"

    – 열린우리당이 밀어붙일 수 있는 개혁의 최대치는 어디까지라고 보나. 그리고 그것이 우리사회의 발전 과정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나.

    =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은 신자유주의다. 신자유주의를 기본으로 시장에서 탈락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자는 게 현 정부와 여당의 정책이다. 여당 내에는 신자유주의를 돌파할 철학이나 신념, 의지가 없다. 여당 의원들 면면을 보면 오히려 청와대 정도의 시장보완책 조차도 수용하지 못할 만큼 보수화되어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386 민주화운동 세력의 도덕적 주관주의로 무장한 신자유주의 세력에 대한 심판이었다. 여당 내부에서 왼쪽이라고 하는 분들,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여당 내 우파는 신자유주의로 단단히 무장해있고, 여당 내 좌파로 불리는 사람들은 경제사회 영역에 대해서는 아무런 자기철학이 없다. 오로지 도덕적 주관주의만 있는 것이 여당의 이른바 좌파다.

    열린우리당에서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부분적으로나마 돌파할 수 있는 동력은 없다.

    "신자유주의 극복 철학없는 민주화세력 역사적 시효 끝났다"

    – 부동산 정책과 세금 문제를 두고 여권 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이것이 정계개편의 내용적 근거로 작용할 가능성은 없을까.

    = 정책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은 힘들다. 여당 의원들은 선거에서 유리한 지형을 만들기 위한 정략적 정계개편을 하려고 할 것이다. 대통령은 자기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기반을 이미 상실했다. 여당조차도 전일적 협조관계에서 상대적 긴장관계로 돌아선 것 아닌가.

       
        ▲사진=심상정 의원실

    때문에 개혁적 방향의 의제가 실현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그나마 마지막 잔영이라도 갖고 있는 개혁적 조치들을 말끔히 씻어내는 방향으로 후퇴할 가능성이 크다. 재벌개혁 후퇴나 한미FTA처럼 신자유주의 정책에 충실히 부합하는 방향의, 열린우리당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도 동의하는 그런 정책을 펼칠 것이다.

    정책을 중심으로 놓고 볼 때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위상은 완전히 소멸됐다. 그 소멸의 방향은 자유주의로 출발해서 결국 신자유주의로 전일화되는 패턴을 통해 분해되어 나가는 것이다. 이걸 민주화운동 세력의 도덕적 주관주의의 궤멸이라고 봐도 좋다. 반독재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성과는 과거사가 됐다.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철학과 비전이 그들에겐 없다. 그들의 존재는 이미 역사적 시효를 다했다.

    – 여당 내에서는 범민주세력대연합론이 나온다.

    = 퇴행적이다. 아직도 과거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몽상에 불과하다.

    민주세력 대연합론, 과거를 사는 사람들의 몽상

    – 실현가능성은.

    = 없다. 이번 지방선거가 실현가능성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번 지방선거는 서민경제 파탄과 민생실종에 대한 심판이라는 게 공통적인 평가다. 이는 독재대 민주니 하는 화두가 더 이상 잔영도 남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

    – 여당내의 이른바 민주파는 ‘평화통일세력 대 수구냉전세력’의 구도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구도의 유효성은 있다고 보나. 또 실현가능성은.

    = 그들의 마지막 남은 지푸라기가 결국 평화통일세력론이다. 그러나 미국과의 관계를 중심에 놓고 형성되는 평화통일의 비전은 불가능하다. 정부와 여당은 미국을 상수로 놓고 있다. 때문에 이들이 말하는 평화통일세력론이란 정계개편을 위한 정치적 수사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또 수구냉전세력이라고 하지만 한나라당도 집권전략으로서 호남문제, 북한문제, 민생문제 같은 것들에서 기존과는 다른 포즈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보수 정치권 내에서 평화세력과 수구냉전 세력을 구분하는 것은 선거전략의 일환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전술적인 의미 이상이 아니다.

    신자유주의가 과거의 정치군사적 측면과 경제사회적 국면이 통합 단계로 나가고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신자유주의 극복을 목표로 하는 진보세력만이 진정한 의미의 평화통일 세력이 될 수 있다.

    노대통령 한미 FTA강행 배경, 남북관련 미국이 뭔가 보장있나 추측

    – 예를 들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화해하면 ‘평화통일 대 수구냉전’ 구도는 일거에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 박근혜 대표의 대선 전략의 핵심이 호남과의 화해고 그 정치적 상징인 DJ와의 화해다. 그러나 그 실현가능성 여부와는 상관없이 한나라당이 수구냉전 이미지를 벗어나는 것을 기본전략으로 갖고 있는 한 과거 냉전시절의 ‘평화통일/수구냉전’ 구도는 형성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양측 공히 미국을 상수로 놓고 있는데, 이런 기본 전제를 공유하고 있는 세력을 구분하는 건 무의미하다.

    – 대통령이 한미FTA에 그렇게 집착하는 이유는 도무지 합리적이지 않다. 우리가 모르는 다른 노림수가 있을까.

    = 그게 불가사의하다. 무망한 얘기지만, 한미FTA를 통해 경제 발전의 토대를 세운다고 해도 노대통령 임기 중에 효과를 내긴 힘들다. 그럼 미래를 위해서 용단을 내린 거다? 난 대통령이 그렇게 순진한 사람이 아니라고 본다. 아마 둘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현 정부 내의 개방론자들에게 휘둘리고 있거나, 임기 내에 얻을 수 있는 다른 가능성에 대한 정보가 있거나. 남북경제공동체를 지향할 수 있는 조건을 미국이 보장하는 것과 관련있지 않겠나 막연히 추측하고 있다.

    – 민주노동당에 대한 선거 평가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나.

    = 선거를 평가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두렵고 부담스럽다. 선거 평가 방식부터 진보정당으로서의 자기 틀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보니 표심과 여론에 대한 상대적인 평가를 하게 된다. 이번에도 그렇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선거에서 12% 득표했다. 이게 낮은 것인가. 많은 당원들은 패배했다고 보고 있다.

    나는 생각이 다르다. 중요한 건 득표율 자체보다 전략적 지지층으로부터의 득표율이 얼마나 신장됐느냐다. 그걸 평가해야 한다. 거대정당의 정쟁이나 정치공학의 틈바구니에서 얻는 표보다는 우리의 전략적 지지층으로부터 얻는 표가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민주노동당은 실력대로 받은 것이라고 본다.

    열린우리당 이탈표 민주노동당이 흡수하기 어렵다

    열린우리당의 이탈표를 민주노동당이 흡수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 얘기를 하기 전에 열린우리당 이탈표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분석해봐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열린우리당 지지표의 31%는 한나라당으로 갔다. 대부분 종합부동산세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지지자 가운데 집 한채라도 있는, 중산층 이상 계층이 움직였다는 얘기다. 그 표를 민주노동당이 흡수할 수는 없는 거다.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실력만큼 받은 것이고, 바로 이 지점에서 앞으로 민주노동당이 나가야 할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 열린우리당과 차별성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많이 한다.

    = 열린우리당과의 차별성을 노리는 정치공학적 접근 자체가 문제다. 차별성을 위한 차별성은 원칙적으로도 맞지 않고 효과적이지도 않다.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으로서의 가치를 확고히 세우고 그를 실현하기 위한 독자적인 정치전략, 조직전략을 쌓아올리면 열린우리당과의 차별성은 저절로 생긴다.

    중요한 건 기존 정당과의 상대적인 차별성이 아니라 진보정당, 서민정당으로서의 독자적 전략과 마스터플랜이다. 이런 것들이 중심을 이루는 가운데 정세적인 요인을 결합해서 선거 평가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

    – 민주노동당은 선거 중반 이후 ‘진보개혁세력 대표주자교체론’을 내걸었다.

    = 좀 진부한 얘길지 모르겠지만 나는 국민정당론과 계급정당론의 논쟁이 우리 당의 진로를 밝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민주노동당은 좌파정당, 서민정당, 진보정당이다. 그러나 좌파정당으로서 과연 누구를 대변해야 하는지 구체적이고 분명한 자기 전략이 있는가. 난 충분치 않다고 본다. 좌파정당으로서의 조직전략이 구체화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진보개혁세력 대표주자 교체론’은 국민정당론 반영된 대표적 슬로건

    그러다보니 말은 진보정당이라고 하면서 실천은 포괄적 국민정당과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진보개혁세력대표주자론이 국민정당론식 사고가 반영된 대표적인 슬로건이다. 민주노동당은 자신이 지향해야 하는 전략적 주체를 대상으로 한 일상적인 조직활동, 그리고 이것을 뒷받침하는 정치활동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이게 가장 큰 문제다.

    – 계급정당론을 주장하는가.

    =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계급정당론을 주장하는 건 아니다. 민주노동당이 서민정당을 표방한다면 그 서민이 과연 누구고, 무엇을 요구하는지, 그리고 그에 맞는 정책은 무엇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얘기다.

    서민정당이 추구하는 표적집단과 그에 대한 실천방법이 단단하게 깔려 있는 토대 위에서 외연을 어떻게 확대할거냐 하는 문제가 검토돼야 하는데, 지금은 기초가 닦여있지 않은 상태에서 포괄적인 외연 확대 중심으로 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기성정당, 보수정당 내의 개혁 범위 이상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 민주노동당의 선거운동 방식을 평가해달라. 민주노동당다움을 잃었다는 평가도 있다.

    = 보수정치에 절망한 서민들에 접근하는 구체적인 정치의 모범을 보였어야 했다. 선거전략도 그런 방향으로 수립됐어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TV 광고만 봐도 비정규직이든, 재래시장이든, 영세상인이든, 이들 전략적 계층에게 민주노동당의 정책과 활동의 성과물을 가지고 접근했어야 했는데 포괄적 국민을 대상으로 한 광고를 만들어서 내보냈다.

    TV 광고 전략적 계층 없이 포괄적 국민 대상 곤란

    – 300만표 득표, 300명 공직자 배출이라는 목표가 과도한 것은 아니었나. 또 그런 목표치를 잡았던 현실 인식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나.

    = 선거라는 것은 우리의 일상적인 조직활동, 정치활동의 성과물을 시장에 내다 파는 것이다. 일상적인 정치활동을 검증받는다는 관점에서 선거에 임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선거 그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는 선거에서 검증받을 일상적인 정치활동이 어땠느냐를 평가해야 한다. 선거의 목표가 일상적인 정치활동에 근거해서 설정된다면 선거 평가를 통해 일상적인 정치활동에 대한 방향점검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당에서 설정한 300만표 득표, 300명 공직자 배출은 다분히 정치공학적 셈법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당내에 패배감만 팽배할 뿐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치적 교훈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 일상적인 정치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은 지역이다. 민주노동당의 지역활동이 취약하다는 비판이 많다.

    = 지역의 정치활동을 지원하는 패턴으로 당이 전환해야 한다. 이를테면, 중앙에서 자영업자나 장애인을 위한 법안을 만들 때 이런 것들이 지역의 조직전략에 밀도있게 결합되고 활용되고 또 거기서 검증되고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거다.

    – 이번 지방선거 투표율은 51%였다. 나머지 49%는 투표를 하지 않았다. 득표율을 높이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51%의 투표자 가운데서 지금 보다 많이 득표하는 것, 투표하지 않은 49% 가운데서 새롭게 득표하는 것. 민주노동당은 둘 중 어느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나.

    투표하지 않은 49%에 주목해야 한다

    = 이번 선거에서 전체 51% 투표율 가운데 한나라당 지지표가 53%였다. 백분위로 환산하면 한나라당이 전체 유권자의 25%를 차지한 셈이 된다. 수십 년 동안 오로지 수구정치의 학습 효과밖에 없는 우리 현실에서 한나라당이 25% 득표한 것은 불가사의하고 과도한 일이 아니다.

    투표하지 않은 나머지 49%는 다르다.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정치에 절망한 사람들이다. 시쳇말로 ‘정치가 밥 먹여주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 가운데서 얼마나 전략적 지지층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 결과적으로는 전체적인 투표율을 높여야 한다는 얘긴데, 그게 가능한가.

    = 서민주체들을 중심에 놓고 선거 전략을 운용하고 일상적인 정치조직활동의 집중적으로 강화하면 투표율을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이제 대선에 관한 질문이다. 민주노동당도 대권 후보를 가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 민주노동당 당원으로서 불만이 하나 있다. 우리 당이 정치공학적 변수에 대해서는 기정 정치권 못지 않게 민감하고 빠르다는 거다. 대선후보 조기 가시화는 총선 이전부터 나온 얘기다. 물론 득표 전략 면에서 대권후보가 있으면 유리한 점이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게 있다. 대권후보가 가시화돼서 무슨 얘기를 할 거냐다. 서민경제 발전에 대한 자기확신이 있느냐는 거다. 후보가시화 문제는 대선전략의 한 부분이다. 진보정당으로서 대선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건지 전략적 판단이 전제되어야 한다.

    대선공간에 대한 전망과 목표가 없는 상태에서 후보만 조기 가시화할 경우 거대정당의 대선 후보들 틈바구니에서 조기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김종철 후보가 그랬다. 후보 조기 가시화 이전에 대선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대선을 통해 무엇을 남길 건지에 대한 전당적 토론이 필요하다.

    대선공간 활용 전략적 판단이 먼저, 후보 조기 가시화 서두를 필요없다

    – 민주노동당에게 이번 대선의 의미는.

    = 오는 대선이 대안정당의 비전을 가시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창당 이후 2004년까지가 창당기의 연장선에 있다면, 2007년 대선은 대안정당으로서 평가를 받는 스타트라인이다. 때문에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으로서 서민들을 어떻게 설득할거냐는 자기 청사진이 구체적으로 있어야 하는 거다. 진보적 가치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이를 서민들과 나누기 위한 실천적 방법론이 모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걸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후보를 선정하면 되는 것이다.

    당 내부적으로는 창당 전사에 뿌리를 두고 있는 각 정파나 분파가 미래 비전을 중심으로 한 실천적 흐름으로 재편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만일 보수정당처럼 인물 중심으로 대선을 치르게 되면 민주노동당으로서는 되돌리기 어려운 패배를 맞이할 것이다. 단순한 지지율의 패배가 아니라 대안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조직적 성과를 실종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후보의 조기 가시화가 위험하다고 보는 것이다.

    오는 대선의 전 과정은 진보정당의 내용을 중심으로 당 안팎의 인프라를 광범위하게 조직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노동운동 등 전통적인 기반세력과의 관계재정립을 포함해 당 안팎의 세력을 광범위하게 재조직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 일각에서는 국민참여 경선제의 도입 필요성을 말하기도 한다.

    = 지금 우리 당은 창당기를 넘어서 성장기로 접어들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성장통이라고 본다. 집권기에나 검토할 수 있는 전략, 말하자면 튼실하게 성장한 토대 위에서나 검토할 수 있는 전략이다. 이런 것들이 많은 당원들을 불안하게 한다.

    국민경선제는 국민정당에서, 민주노동당엔 안 맞는다

    국민경선제는 지금 민주노동당에서 거론될 성격의 것이 아니다. 국민경선의 참여 대상은 결국 여론주도층이다. 민주노동당이 주목하는 다수 서민은 배제되고 있다. 그것은 국민정당을 내세우는 정당에는 부합하는 전략일 수 있지만 민주노동당 같은 서민정당은 경계해야 할 전략이다. 이런 이유에서 국민정당론과 계급정당론의 논점을 되새겨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던 것이다.

    – 일각에서는 열린우리당 내 개혁파와 민주노동당이 손 잡을 가능성도 점치는 모양이다.

    = 민주노동당은 자기 길을 간다. 그 과정에서 여당 사람들이 제 발로 걸어와서 들어오는 거야 말리지 않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열린우리당 내 이른바 좌파라는 사람들은 사회경제 노선을 포함한 좌파와는 너무 거리가 멀다.

    – 심 의원께서도 대선 후보로 거론된다.

    = 그런가. 대선을 위한 당의 발전전략 속에서 함께 고민되고 검토되어야 할 문제다.

    – 끝으로,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한 조평통에서 당선가능성 있는 진보 후보에게 표를 몰아줘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 내용 여부를 떠나 주제넘은 처신이고 실질적인 영향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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