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는 낯선 식민지로 가는 길"
    2006년 06월 08일 09: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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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1차 본협상이 워싱턴에서 시작됐다. 정부는 한미FTA가 “일류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라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사전 검토가 충분하게 이뤄지지 못한 채, 여론 수렴과 사회적 합의 도출 과정도 없이 추진되고 있는 한미FTA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지만 정부는 강행할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스크린쿼터 영화인대책위원회 정책위원장,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정책기획단장으로 활동해온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는 새 책 <낯선 식민지, 한미 FTA>에서 한미FTA가 ‘자유’무역협정이 아니라 ‘경제통합협정’이며 ‘낯선 식민지’로 가는 길이라고 못 박는다.

지은이에 따르면 한미FTA는 기존 상품의 자유로운 거래 정도를 의미하는 ‘자유’무역협정이 아니다. 한미FTA는 무역에 한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IMF 이후 논란이 돼왔던 한미투자협정(BIT)의 투자와 금융서비스 항목을 포함한 포괄적 ‘경제통합협정’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는 쇠고기 수입재개, 배기가스 배출기준 완화, 스크린쿼터 축소, 약값 인하 중단은 한미간에 오랫동안 지속돼온 통상현안이었다며 미국의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미국 농업, 자동차, 영화, 제약업계의 의회에 대한 압력과 4대 현안이 정확히 일치함을 지적하면서 이미 협상은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났다고 진단한다.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미국의 협상전략, 치밀한 계획과 준비, ‘국익’에 대한 명료한 이해, 미의회-업계-미무역대표부 사이의 유착에 가까운 공조, 북핵문제를 비롯한 풍부한 압박카드, 탁월한(?) 영어구사능력(!) 이 모든 것에 한국의 협상팀은 정치적으로나 실무적으로나 한계를 보이고 있다. 바둑으로 치자면 초단이 9단에게 4점(4대 현안)을 깔아주고 대국을 시작한 형국이다.”

정부는 한미 FTA추진이 “수출증가와 성장, 생산, 고용, 투자 등 거시경제의 여타 부문과의 선순환 구조”를 유인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이해영 교수는 “한미FTA로 인해 자동적으로 고용이 확대되고 성장이 촉진된다고 예단할 근거는 희박해 보인다”며 “오히려 수출증가가 더 많은 수입을 수발하는, 그래서 수출부문이 전체 경제연관으로부터 자립화되는 즉 일정의 비지(飛地, enclave)화 혹은 ‘마킬라도라(maquiladora)화’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부의 논리를 방대한 통계자료를 인용해 조목조목 반박한 지은이는 당장 가능한 “차선이자 출발점” “방파제”의 하나로 아래로부터의 토론과 동의에 기초한, 사회갈등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국제통상조약 체결절차에 관한 법률’(통상절차법) 제정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포괄적 대안은 아니지만 비민주적인 FTA 추진 절차에 대한 정정을 통해 지불하지 않아도 될 사회갈등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실행가능하고 합의가능한 차선이자 출발점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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