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뻥치는 소리 TV 부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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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6월 08일 08: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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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는 약간 특수하게 정의되는 환경단체라는 것이 있고 환경단체 활동가라고 분류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활동가? 가끔은 activist라고 명함에 쓰기도 하고, coordinator, 간사라고 쓰기도 한다. 한 번은 우리나라에 이러한 활동가들이 몇 명이나 되는가 궁금해서 수를 헤아려볼까 시도를 했었는데, 1,000명까지 세고 그 다음에는 너무 어려워져서 포기했다.

    오세훈, 최열은 환경운동가인가 아닌가?

    ‘의제21’이라고 불리는 반민 반관 단체에서 정부 돈 받고 활동하는 사람들은 활동가야 아니야? 자활 프로그램에서 지역 빈민 활동하는 사람들은 원래는 환경활동가 출신이었으니까 분류를 해야 되나 말아야 하나?

    혹은 이제는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의 인수위원장이 된 최열 대표는 활동가야, 아니야? ‘생명과 평화의 길’이라는 시민단체를 설립, 운영 중인 김지하 선생은 어떻게 분류를 해야 해? 수경스님과 도법스님은 또 어떻게 하지? 지율스님은? 지역의 대안에너지 보급을 위해서 팔 걷어 부치고 나선 문규현 신부는 뭐지?

       
    ▲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의 공보물 ‘맑은 서울! 매력있는 서울!’

    이런 분류가 머리 아프기도 하지만 정작 머리 아픈 것은 이게 도대체 깡패인지 드잡이 꾼인지 아니면 활동가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부류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규모 재개발 공사나 지역개발 같은 걸 하게 되면 사업을 할 건지 말 건지를 놓고 한쪽에서는 한참 싸움이 벌어지는데, 또 다른 한 쪽에서는 소위 ‘모니터링’ 하겠다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많은 경우 이 모니터링 사업들이 결국 건설업자에게 돈을 지원받으면서 새로운 단체를 만들게 된다. 나름대로는 창업이다. 황망할 따름이다.

    지역에서 깡패와 다름없는 기능을 하기도 하는 주유소 사장들 아니면 상가 건물주인들과 ‘형님, 형님’ 하면서 친하게 지내기 시작하다가 얼마를 챙겨서 모니터링 단체라고 새로 단체가 하나 생겨나면 이제 깡패와 시민단체 사이의 경계가 아주 모호하게 된다.

    깡패와 시민단체의 모호한 경계선

    정책적 대화? 호형호제 하는 사이에서 의사소통 하나는 기막히게 잘 된다. ‘내발적 발전’이라는 좋은 용어가 이 구조에 들어오면 지역에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름대로 좋은 타협과 화해가 이루어지기는 하는데, 문제가 풀리기 보다는 골치 아픈 형국이 되어버린다. 깡패 친구는 깡패야 아니야?

    지역이라는 복마전으로 들어가서 활동가로 버틴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대체적으로 소위 중앙단체에 대해서는 확실한 기준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지역에서는 또 동네 나름의 논리와 구도가 있고, 그 안에서 도대체 누가 활동가고 누가 깡패인지 구분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미륵불 정도 되는 관심법이라도 해야 할 지경이다.

    나도 이런 깡패들한테 수없이 당했고, 그래서 이제는 어지간하게 지형지물이 파악되지 않는 동네의 일에는 아예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시골이라서 그렇다고? 깡패들이 인간미 넘치게 환경 활동가와 어깨동무 하고 동네를 활개치는 건 서울이 더 그렇다. 지방에서는 아무리 심해도 서울의 뒷골목에서 벌어지는 정도의 그런 황당한 일은 잘 벌어지지 않는 것 같다.

    골프장 반대 싸움에 지원자는 ‘건너편’ 골프장 주인

    광주와 대구를 비교해보면 대구에서 박정희 때부터 활개치면서 움직이던 우파 시민단체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광주의 민주화 무슨 단체의 사람들에게 느껴진다. 이 묘한 분위기는 또 뭐람? 활동가들을 폄훼할 생각은 없지만 하여간 묘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만은 사실이다.

    하긴 많은 골프장 싸움에서 실질적 지원자가 사실은 건너편 골프장 주인인 경우도 있고, 주민참여라고 멋진 이름을 붙이기는 했지만 땅값 올리기의 지주들의 이권 대변이 사건의 실체인 경우도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그렇게 불완전하고, 경제적 현실 앞에서 염치라고는 없는 경우가 종종 목격된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험악한 꼴 보기 싫고, 가까이에 있는 민주노동당의 동료들로부터 부르주아 운동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소리도 듣기 싫고,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들이라고 주위에서 수근대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벌써 다른 살 길을 찾아갔어야 맞을 것 같은데, 나름대로 원칙을 지키려고 버둥버둥거리다가 부인한테 잔뜩 터져서 우는 동료들을 가끔 보기도 한다.

    꿈은 ‘천하 해방’인데 몸은 마이너스 통장 위에

    정말이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가끔 기자들이 이런 활동가들을 찾아와서 생태주의자들은 생활에서 어떻게 스스로 실천을 하느냐고 물어볼 때가 있다. 100만원 미만의 생활비로 아무리 경제 활동을 해봐야 극도로 간소화되어 있는 생활의 규모 자체가 생태주의적이다. 버리고 싶어도 버릴 쓰레기가 별로 없고, 낭비할 에너지가 없다. 활동은 크게 해도, 삶은 작게, 그리고 소곤소곤할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도시빈민의 삶은 그 자체로 생태적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사람들이 일상 속에 생겨나는 번민을 어떻게 이겨내면서 또 하루를 살아가는지 그저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머리는 소박한 생태주의자를 꿈꾸었으나 삶은 도시빈민일 뿐이고, 꿈은 천지를 해방시키고 싶지만 몸은 마이너스 통장 위에 묻혀 있을 뿐이다.

    선거 때마다 울려대는 민주노동당의 전화 ARS의 소위 ‘당원 동지여러분’들의 삶도 이와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발렬한 형상을 구하였으나 그것은 작전과 같은 것이기에 어려웁다”는 김수영의 싯구절이 생각날 따름이다.

    몸은 도시빈민이지만 환경 활동가들이 도시빈민 활동가와 소통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 빈틈을 뚫고 오세훈이 뉴타운 50개를 만들어야 한다고 큰 소리 뻥뻥 치고 있다. 기분 어떠냐고? TV 부수고 싶다.

    환경부 2년 전 계획, 아무 것도 안 하겠다는 말

    서울 공기 동경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큰 소리 뻥친다. 이미 환경부 10개년 계획이 그렇게 잡힌 지 2년 전의 일이고, 이명박도 그것보다는 잘 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했다. 그래봐야 미국에서 제일 오염되었다는 뉴욕보다 2배 조금 안 되는 수준이다.

    장난하나… 아무 것도 안 하겠다는 말인데, 그래도 와! 신문에서는 열심히 박수친다. 조삼모사면 그래도 본전이지만, 이건 본전도 아닌 상황인데, 아무리 봐도 원숭이 보다 조금 더 한 수준이다.

    작은 도둑은 잡기가 쉽지만 큰 도둑은 잡기가 어렵다는 옛말 틀린 거 하나도 없고,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떼놈이 번다는 말도 여기에 딱 맞는다 (WTO에는 경제학자들이 판 벌리면 돈은 변호사들이 벌어간다는 말이 있다).

    민주노동당이나 환경단체나 지난 10년 동안 바닥에서 박박 기는 동안에 실제 시민들의 생활은 더 어려워졌고, 이 활동가들이 도시빈민으로 돈 없어서 이혼도 못한다고 빌빌거리고 있는 동안에, 큰 도둑이 환경 영웅 행세를 하는 세상이 열렸다. 동네에서 모니터링 한다고 돈 몇 푼 받는다고 깡패들한테 굽실굽실거렸던 활동가들한테 손가락질 했던 내 손가락이 문득 부끄러워진다.

    활동가들 돈 없어 이혼도 못하는데, 큰 도둑 환경 영웅 행세

    어쩔거냐… 도시빈민의 삶도 스스로 선택한 것 아니냐고 하면 대답할 말이 궁색한 지경인데 말이다.

    그나저나 오세훈은 이 자발적 도시빈민들의 속을 긁어놓으려고 아예 작정을 했는지 당선 첫 마디가 뉴타운 ‘쎄게’ 하겠다고 사람들 속을 북 긁고 지나간다. 하루만 참고 얘기하는 정도의 센스! 너무 큰 기대인가?

    오세훈도 환경 활동가야? 용어 정의상 그렇다고들 한다. 환경운동연합의 중앙집행위원 출신이란다. 그렇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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