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구 53석 줄인다”
    선거제도 민주당 당론이라고?
    ‘협상용 면피용 카드 불과’ 비판···지역구 줄일 구체적 방법 전혀 없어
        2019년 01월 22일 12: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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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이 의원정수를 고정하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2:1로 조정하는 선거제도 개편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가운데,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유인태 사무총장은 22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민주당 안이 (지역구 의석) 53석을 줄인다고 하는데 그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의원정수 확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협상용 카드로 내놓은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기득권 사수를 위해 선거제도 개혁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유 총장은 “(차기 총선 전 선거제도 개편 가능성에 대해) 다들 비관적으로 보지만, 이렇게 좋은 호기도 없다”면서 “지금 못 하면 또 한참 동안 선거제도 얘기는 꺼내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분열돼서 서로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들 같다. 광주 민주화 운동의 수많은 목격자들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도 북한군이 내려왔다고 믿는 국민들이 꽤 되지 않느냐. 우리 공동체의 앞날이 정말 암담하다”며 “선거제도를 바꿔서 국회가 (국민) 통합의 기능을 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총장은 “정치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가 공동체의 통합”이라며 “현행 선거제도의 양당제로는 아무리 공자, 맹자 같은 분들로 300명 국회의원 채워도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인태 “반정치 정서, 정치혐오 문화와 싸워야”

    특히 반정치 정서, 정치혐오 문화와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의원정수 확대에 대한 반대 여론 역시, 유 총장이 언급한 정치혐오 정서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대한민국 사회가 반정치에 상당히 오염이 되어 있다”며 “지금 국회의원 기본 수당이 국회 수석 전문위원인 1급 공무원보다도 기본수당이 적다. (그럼에도) 공무원들 다 1.8% 봉급 올리는데 국회의원만 올리면 안 된다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부적절한 해외 연수, 특활비 논란 등 국회의원이 혐오를 자초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국회 내 낭비성 예산이나 관광성 외유는 고쳐야 하지만 국회의원은 그냥 꼴도 보기 싫고 밥 먹는 것도 싫은, 이런 풍조가 만연한 것과는 싸워볼 생각”이라고 단언했다.

    민주당, 의원정수 확대 불가
    여전히 여론 탓하며 선거제도 개혁 발목

    민주당은 전날인 21일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당론을 확정했다. 의원정수 확대 여부와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비율은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안과 유사하다.

    최대 쟁점이었던 의원정수 문제는 현행 300석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지역구 의석을 현재 253석에서 20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현재 47석에서 100석으로 늘리기로 했다. 선거제도는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시했다.

    의석 배분 방식은 다르다. 각 정당이 받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 선관위의 안이었다면, 민주당은 준연동, 복합연동, 보정연동제 등 3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준연동제는 정당투표의 득표율에 따라 전체 의석수를 정한 후, 그 중 절반만 우선 배분하고 나머지 비례의석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이다. A정당의 정당투표 득표율이 10%일 경우, 전체 300석 중 30석을 배분하는 것이 선관위 안이었다면, 준연동제는 그 절반인 15석만 우선 배분하고 하고, 남는 비례의석은 다시 정당투표의 득표율로 배분한다.

    복합연동제 정당투표 정당득표율과 지역투표 정당투표율을 합산해 정당득표율을 도출하고 이를 기준으로 전체 의석을 배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보정연동제는 정당득표율과 의석수 비율의 불비례성을 해소를 목표로,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할 때 정당득표율보다 의석수가 적은 정당에 대해 부족한 의석수만큼 비례의석을 보상해주는 방식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정수 확대에 대해서 완전히 문을 닫아놓은 건 아니다. 협상은 가능하다”면서 “우리 당은 기본적으로 정수를 유지한 상태에서 개혁을 한번 시도해보자는 입장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개특위 내에서 논의를 해서 도저히 정수를 유지한 상태에서 개혁안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이 들면 10% 정도에서 정수 확대에 대해 여야 합의해서 국민들한테 호소를 하자는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방식의 선거제도 개편을 현실 불가능하다는 비판에 대해선 “어떤 식으로 개혁을 하더라도 결단은 필요하다. 결단 없이는 선거법 개혁 못한다”며 “야3당이 주장하는 360명 증원안이 만약 국회에서 합의가 된다면 아마 반대 목소리가 엄청나게 많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세비 동결을 전제로 한 의원정수 확대에 대해 “지금 국회의원 수가 많이 부족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국민들이 현재 300명 국회의원들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에 대한 평가에서 되게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국민 여론이 부정적이라 정수 확대는 어렵다는 주장을 유지했다.

    야3당, 민주당 개편안 강하게 비판
    최석 “논의도 불가한 제도들…국회 개혁의 진정성 의심”
    정동영 “선거제도 개혁 본질 훼손”

    민주당 안에 대해선 야3당의 평가도 좋지 않다. 특히 민주당이 줄곧 주장해온 ‘한국형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선 “민주당에만 유리한 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오랜 시간을 끌어온 것에 비해서는 실망스러울 따름”이라고 혹평했다.

    민주당이 제시한 ‘준연동형, 복합연동형, 보정연동형’에 대해선 “준연동형을 제외한 나머지 두 개의 안은 합의에 올리는 것조차 불가능한 안들”이라며 “결국 준연동형 하나만이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데, 기실 ‘답정너’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최 대변인은 그나마 논의가 가능한 준연동형제에 대해서도 “비례성과 대표성이 완전히 담보되는 선거제도 개혁안과는 거리가 있다”면서 “의원정수 확대 불가라는 틀에 갇힌 것도 모자라 지역구 의원들의 눈치만 살피는 어중간한 태도는 개혁의 진정성을 의심케한다”고 말했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지지부진했던 선거구제 당론을 정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한국형이라는 미명하에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내세웠으나 이는 민주당에게만 유리한 제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어떻게 지역구 의석수를 줄일지 구체적인 대책도 의지도 찾아볼 수 없다. 자유한국당과의 협상을 위한 민주당의 꼼수”라며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느냐”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연동형 비례제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지역구 의석수 53석을 줄이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이날 오전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서 “야3당이 하니까 마지못해서 욕먹지 않기 위해 만든 안”이라며 “실현 가능성이 별로 없는 면피용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정동영 대표는 “200:100으로 비례대표를 할당하는 것은 아주 좋은 안이지만 현실에 대입해보면 253명 중에서 53명의 의원의 자기 지역구 자리가 날아간다. 자기 지역구가 없어지는데 가만히 앉아있을 의원이 어디 있나”라며 “강제로 중앙선관위에서 결정하면 모를까 이것을 국회에서 처리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안 자체에 대해선 “가짜 연동제”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자기 이해관계, 최대한 의석을 더 확보하기 위해서 이런 방안을 짜낸 것 같다”며 “민주주의도 앞에 형용사가 붙는 ‘한국형 민주주의’이런 건 가짜다. 복합형이니 무슨 고정형이니, 이런 이상한 형용사를 붙이는 것은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고, 다 가짜”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선거제도 개편 당론도 없으면서 총리추천제만 주장
    ···나경원 “총리추천제 답주면 연동형 논의 가능”

    정의당 “5당 합의서 부도수표 취급하면 자유한국당 부도날 것”

    자유한국당은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당론조차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서도 의원정수 확대는 물론, 정수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 비례대표 의석을 아예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정치개혁을 위한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도 없이 중구난방으로 개악을 위한 주장만 떠다니는 셈이다.

    지난해 말 여야5당 대표 합의를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검토’에 합의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또 다시 총리추천제를 제안하고 나섰다. 여전히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당론은 없는 상황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은 의원정수를 늘리지 않는다는 민주당 안에 동의한다”면서 “53석이나 되는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겠다고 하는데 과연 지금 소선거구제로 가능한 것인지 그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주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시정하는 내각제적 요소의 도입 없이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한마디로 제도의 정확성을 파괴하는 일”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시정하는 내각제적 요소 즉, 총리추천제에 대한 민주당의 의견이 어떤지를 묻고 싶다. 민주당이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시정하고, 국회의 총리추천제를 받아들인다면 그 다음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그리고 석패율 제도에 대해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총리추천제를 민주당이 수용할 경우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논의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검토 등 선거제도 개편안을 처리한 후에 개헌 논의를 시작하기로 한 ‘선 연동형 후 개헌’이라는 여야 5당 대표의 합의 내용의 완전히 뭉개버린 셈이다.

    야3당은 당초 민주당에 국회 개혁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며 선거제도 개혁에 나설 것을 압박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당론도 없이 각 정당이 내놓는 개편안에 제동만 거는 모습을 반복하면서 이날 들어선 바른미래당까지도 자유한국당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김삼화 수석대변인은 “자유한국당은 정개특위에서 민주당과 의미 없는 논쟁으로 시간만 끌지 마라”며 “자유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관련하여 의원정수, 지역구 및 비례의석 수 등 구체적인 내용의 당론을 조속히 확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 대변인 또한 “여당은 ‘답정너’나마 선거제 개혁안을 제시했지만 자유한국당은 묵묵부답에 함흥차사”라고 비판했다.

    최 대변인은 “이쯤 되면 아무 것도 안하는 자유한국당이 국회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의문”이라며 “자당의 원내대표가 서명한 선거제도 개혁 합의서를 계속 부도수표 취급한다면 자유한국당이 진짜로 부도가 나는 상황이 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여당이 입장을 밝힌 만큼 자유한국당 역시 자당의 선거제도 개혁안을 즉각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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