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활동, 노동·여성 두 축으로
    민주당 독점 시의회···견제, 토론 없어
    [당당히 앞으로⑤-2]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
        2019년 01월 21일 05: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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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당히 앞으로⑤-1] “노동운동 만난 것에 정말 감사”

    소소한 일에서만 최선 다하는 민주당

    이광호 : 당선 이후 유권자들을 만날 기회가 많이 있었나?

    권수정 : 나는 비례 의원이다. 당선될 때 많이 힘 써주고 표로 지지해 주신 분들을 만났다. 나의 정체성은 여성과 노동에 있다. 현장이라면 노동 현장을 많이 돌아다니게 된다. 여성단체도 그렇고. 노조가 만들어지지 않고 지금 현재 힘들어 하는 노동자들도 많이 만났다. 올해에도 계속 이어갈 것이다. 지난해 경우 봉제 노동자들을 만난 게 의미가 있었다. 노동자이기도 하고 1인 생산자이기도 하다. 봉제 노동자 조직의 확대를 위해서 올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이광호 : 정치가 본인 체질에 맞는 것 같나?

    권수정 : 노조 활동할 때도 그랬는데, 현실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이 좋다. 이 자리에 있기 때문에 없을 때보다 얻을 수 있는 정보도 많고, 그 정보를 통해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소외된 사람들의 피해 사례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나를 정말 행복하게 한다. 그 일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 좋다. 크진 않지만 지난해 몇 가지 작은 성과를 얻어냈다.

    이광호 : 사례를 한 가지만 말해 달라.

    권수정 : 시설관리공단 소속 ‘따릉이’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에 미달하고 생활임금을 주지 않았던 사업장에 대해 시정 질문도 했고,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해서 문제를 풀었다. 미지급 분을 다 돌려받게 됐고, 부분적인 개선 활동도 함께 했다. 노동조합 이름으로 하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시설관리공단 노조가 있긴 한데 서울시 공영 자전거를 관리 운영하는 노동자들은 별도로 ‘따릉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이광호 : 서울시가 나름 노동 문제 관련해서 열심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했는데, 어떻게 최저임금, 생활임금 이하의 월급을 주는 곳이 있었나?

    권수정 : 최대한 일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방향성과 기본 원칙 안에서 그렇게 한다는 의미다. 기본 노선에 대한 담대한 전환이나 상상력 없이 기존 틀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예컨대 증세 없는 조세 정책이 대표적인데, 소소한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다.

    목소리 적은 사람들은 그대로 방치

    서울시는 민주당이 오랫동안 ‘집권’을 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의회나 공무원들도 서로 일정 정도 선을 유지하면서 딴 소리만 안 들리면 된다는 태도로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니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노력도 없고 생기발랄함도 없다.

    그래서 조직이 작거나 자기를 보호해 줄 조직이 없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목소리를 낼 수 없는데, 이런 곳은 그대로 방치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르릉 노조가 대표적인 곳이다. 시설관리공단은 이들에 비하면 기득권 노조라고 볼 수 있다. 정규직 전환 노동자들의 임금이 올라가려면, 임금 총액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는 위 직급들의 양보가 있어야 되는데 그게 커다란 갈등 요인이 된다. 그래서 노조를 따로 만들어서 2년 넘게 노력해 왔는데도 해결이 안 되고 있었던 거다.

    내가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을 알고 장애인 콜택시 같은 곳에서 찾아와서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었다. 이런 일을 작게 보면 안 되는데 너무 소소하다는 느낌이 계속해서 든다. 작은 성과가 모아져서 큰 성과가 나오는 거라는 건 알겠는데, 내가 급한 건지 좀 답답하다. 이런 것들 하나둘 바꿔서 뭐가 달라지겠어, 이런 생각도 든다.

    2018년 10월 서울시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토론회

    이광호 : 그런 문제의식이 앞으로 큰 힘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 같다. 서울시는 사실상 더불어민주당 1당 독재다. 국민이 만들어 준 것이긴 하다. 이런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의회를 평가해 본다면?

    민주당,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권수정 : 노회찬 전 의원의 말처럼 의회민주주의 차원에서 보면 기본적으로 심각한 상황이다. 서울시의회의 경우 의원 10명 이상이면 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는데, 알다시피 아무 당도 없다. 민주당만이 유일 교섭 단체다. 거기서 의장, 부의장, 상임위를 비롯해 각종 위원회 위원장 부위원장이 나온다. 시장도 민주당이다.

    크게 보면 경쟁하는 정파들이 서로 견제하고 감시하고 충돌할 때 생산적이 되고, 상상력도 발휘돼 좋은 대안이 마련될 수 있다. 그런 것들이 전혀 없고,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다. 재미없는 서울이다. 시의회도 마찬가지고. 대부분 회의에서 반대 토론이 전혀 없다. 상임위에서도 본회의에서도 부딪침 없이, 올라오는 안 그대로 통과되는 시스템이다.

    예산도 마찬가지다. 내가 지난해 12월, 2019년 예산 심의 보이콧을 선언하고 예결위를 뛰쳐나오면서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 9명이 전부 민주당 의원이었다. 민주당 의원은 자기들끼리 동네 사업들 꽂아놓는 등 구태에서 하나도 벗어나지 못했다.

    과거 박원순, 박영선, 민병두, 우상호 등이 서로 경쟁하면서 싸울 때를 돌아보면 상상력이 발휘됐고 대안이 생산됐다. 지금은 박 시장과 민주당이 서로 채워주고 도와주는 일만 있다. 달라지고 변화되는 게 없다.

    민주당의 서울시 광역 비례대표 득표율은 50%를 조금 넘었다(50.92%). 그런데 서울시의회 의석수는 90%가 넘는다(110석 중 102석). 서울시 유권자의 절반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정치적으로 대표되지 않는다. 이런 부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진 의원은 단 1명도 없다.

    지방분권,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문 대통령은 지방분권이 공약이었다. 하지만 지역 정치의 민주주의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에는 관심이 없다. 이전에 서울시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에서 본 것처럼 두 개 큰 당이 짬짜미 나눠먹는 데 급급했다. 국회나 여기나 똑같다.

    박원순, 깨어 있지만 한계도 보여

    이광호 : 얘기를 듣고 보니 맥이 좀 빠진다.(웃음)

    권수정 :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하고, 또 하려고 하는 일들이 적은 것도 아니다.

    이광호 : 박원순 시장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해 노력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등 노동 정책에도 긍정적 평가를 받는 것 같다. 실제로 어떤가? 박 시장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권수정 : 한국의 현역 정치인, 광역단체장 가운데에서는 다른 사람에 비하면 깨어 있는 정치인이라고 인정한다. 그의 한계가 한국 사회 운영 시스템의 한계 때문에 생긴 측면이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트 정치가로서의 한계가 있다.

    이광호 : 그런 평가의 근거는 말해 달라.

    권수정 : 청와대 구성하고 있는 운동권 출신들의 한계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는 시장경제 논리가 중심이 된 자본주의 체제다. 그들이 공부나 의지로 이해하려는 체제와 실제는 다르다. 노동자들이나 민중들과 직접 소통하고 호흡을 같이 하면서 정책과 대안을 제공하는 데에는 약하다. 디테일이 부족하다.

    1호 조례, 근로에서 노동으로

    이광호 :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진보정당의 역할이 지금보다 좀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까지 어디에 중점을 두고 의정활동을 펼쳤나? 올해 중점을 둘 사업은?

    권수정 : 서울시 남녀 임금 격차 해소를 1호 조례로 약속했는데 바뀌었다. 1호 조례는 근로를 노동으로 바꾼 것이다. 발의는 지난해 했는데 올해 2월에 처리될 예정이다. 근로를 노동으로 바꾸는 것은 국회에서도 얘기가 돼 왔는데, 실제로 바꾸지를 못했다. 그래서 서울시에서 먼저 하자는 생각에 내가 발의한 것이다. 남녀 임금 격차 해소 조례도 중단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연구단체를 만들어 포럼을 진행했고 올해도 이어질 예정이다. 하지만 시간은 좀 걸릴 것 같다.

    올해 의정 활동도 기본적으로 노동권 관련해서 계속 사업으로 가져 갈 것이다. 최고의 복지는 제대로 된 일자리와 돈이다. 고용과 임금인데, 서울시 민간 위탁 사업장까지 생활 임금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일을 할 예정이다.

    우리 당 구의원들, 서울시당과 토론을 많이 하지는 않았는데 서울시와 구에서 민간에게 위탁하는 사업 중 일부를 재직영화 하는 문제를 검토하려 한다. 이 가운데 청소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 청소는 생활 폐기물, 음식물 폐기물 등 몇 가지로 나뉜다. 이것을 통합하고 위탁보다 직영화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위탁, 재위탁 단계를 거치면서 발생하는 고용 불안이나 저임금 상태를 개선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성 청소 노동자들의 탕비실을 남성 화장실을 거쳐서 들어가게 만든 것들을 고치기 위해 전수 조사를 하도록 했다. 이 부분에 대한 후속 작업도 해야 된다. 서울시 산하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올해까지 계속되고 박 시장의 5개년 계획도 올해 나올 예정인데 이 부분도 신경 써서 점검해야 한다.

    여성 관련된 것으로는 여성 안전 문제에 집중할 생각이다. 2018년 예산도 그쪽으로 많이 반영시켜 놓았다. 사이버 성범죄는 예방도 중요하고, 사후 처리도 중요한데 이 부분에 대한 예산도 확보했다. 스쿨 미투 관련 예산도 확보했다. 이런 부분들의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점검도 해야 한다. 또 학교에서 방학 때 도서관에 사서 선생님이 없는데, 저소득층 자녀를 위해 방학 기간이라도 학교 도서관에 선생님이 배치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기초단체 가운데 몇 곳은 반려동물 관련 조례가 있는데 서울시 차원에서도 검토할 예정이다. 반려동물 천만 시대라고 하는데 이에 부응하는 정책도 필요하고 그에 맞는 준비를 할 생각이다.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이 정말 많다.

    행정사무감사 때의 모습

    노동, 여성 두 축으로 활동

    이광호 : 현실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의제를 해결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동시에 ‘권수정 하면 여성 승무원 바지 착용’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처럼 ‘권수정 이슈’를 선택해서 집중하고 여기서 성과를 내는 일도 중요할 것 같다.

    권수정 : 서울시의원으로서 처리해야 할 의제의 다양성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일을 설명한 것이다. 또 방금 말한 이슈들은 관련된 분들이 직접 찾아온다. 심지어는 학교 친환경 급식에 ‘장류’를 ‘전통 장류’로 바꿔달라는 민원까지 있다. 민주당에 가서 안 되는 민원을 들고 찾아오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이미 말했듯이 내게 핵심 되는 분야는 노동, 여성이고 이를 두 축으로 의정 활동을 펴나갈 것이다. 속한 상임위인 기획경제위에서도 이 두 분야을 중심으로 활동할 거다.

    이광호 : 선택과 집중이라는 것이 의원 혼자만으로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의당 소속 구의원들과 서울시당이 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 예에서 보는 것처럼 ‘드림팀’을 꾸려서 이런 일을 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

    권수정 : 동의한다. 또 진보정당 시의원으로서 내가 전략적, 중장기적 의제 발굴, 설정을 하는 데에 필요한 부분을 어떻게 구성하고 연결시킬 수 있을지 다양한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정당의 울타리를 넘어서 광범위하게 네트워크를 엮는 방안도 검토 가능하다고 본다.

    동반자 인증제도

    이광호 : 시의원 선거 과정에 동반자 인증제도 도입을 하고 싶다 했는데, 설명 좀 부탁한다.

    권수정 : 우선 성소수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협소한 제도가 아니라는 점을 말해두고 싶다. 우리 사회가, 특히 서울시 경우 핵가족이라는 개념도 이젠 과거 얘기가 됐다. 현재 1인 가구 구성비가 가장 높다. 하지만 여전히 이 사회가 기준으로 삼는 것은 3~4인 가족이다. 아파트 청약도 그렇고 노동자 임금 설계도 그렇다.

    현재 사회 구조나 시스템에 적합한 가족 형태, 동반 형태로 변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만든 공약이다. 다양한 가족 형태 중 내가 말한 동반자 인증제도라는 것은 1~2인의 성년이 내 동반자로 선정될 수 있고, 동반자로 선정되면 이들이 기존 가족관계 시스템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은행 융자에서부터 상속까지. 또 동반자가 굳이 이성이어야 될 필요는 없다. 이런 내용을 트집 잡아 성소수자를 위한 제도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게 운용되는 나라들이 이미 많이 있다.

    이광호 : 이 내용을 잘 설계해서 한 번 밀어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권수정 :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이 문제는 한 번 (사회적으로) 이야기는 되어야 한다. 시기별로 필요한 진도도 세밀하게 검토하고 다양한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서 진행시켜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

    이광호 : 당장 입법화, 제도화로 가지는 않더라도 이슈로 제기하고 지속적으로 밀고 나갈 만한 사안인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할 것 같다. 좀 이른 질문 같긴 한데 이번 임기가 끝나면 서울 시민이나 당원들에게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나?

    권수정 : 당선 후 인터뷰할 때와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을 중심에 세우는 데 역할을 한 의원으로 기억되고 싶다. 그리고 임기 내 나의 각오가 변함없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노회찬 의원의 마지막 가는 길에서 국회에 운구가 올 때 청소 노동자들이 길게 늘어서서 고개 숙이고 있는 사진을 봤다. 정치인이라면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나도 그런 정치인이 되고 싶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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