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상업주의 전쟁터 "코카콜라만 마셔"
        2006년 06월 07일 06: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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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독일 12개 도시에서는 경기뿐 아니라 축구팬들을 위한 공식 축제가 열린다. ‘공식’ 행사인 만큼 행사장에서는 월드컵 ‘공식’ 파트너인 코카콜라의 음료수만 판매된다. 코카콜라와 피파(FIFA)가 그렇게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유다. 코카콜라에서는 유제품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코카콜라는 “맛이 가미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흰우유에 한해 판매를 허용했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기장’으로 불리는 함부르그 경기장의 원래 이름은 ‘AOL 아레나 경기장’. 이 경기장을 홈구장으로 하고 있는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SV의 스폰서가 인터넷기업 AOL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드컵 경기 기간 동안에는 ‘AOL 아레나 경기장’이란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고 ‘피파 함부르그 월드컵 경기장’이라고 불려야 한다. 피파의 공식 파트너는 AOL이 아니라 야후이기 때문이다.

       
    ▲2006 독일월드컵 공식파트너를 소개한 피파 홈페이지

    버드와이저 맥주를 만드는 안호이저-부쉬사는 원래 독일에서 ‘버드와이저’라는 상표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버드와이저(Budweiser)라는 이름을 따온 체코의 부드바이저(Budweiser) 맥주사와의 오랜 상표권 분쟁 때문이다. 고육지책으로 ‘안호이저-부쉬 버드’라는 이름을 쓰기로 했지만 이번에는 ‘버드‘(Bud)가 독일 맥주회사인 ‘비트부르거’가 만드는 ‘비트’(Bit)와 발음이 비슷해 문제가 생겼다.

    결국 공식 파트너인 버드와이저는 ‘버드’ 상표를 달고 판매하게 된 반면 ‘비트’는 상표가 표시되지 않은 컵에 담아 팔게 됐다.

    월드컵의 상업주의가 심해지면서 이같은 웃지못할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06 독일 월드컵 공식 파트너는 마스터카드, 안호이저-부쉬, 맥도날드, 야후, 코카콜라. 질레트, 아디다스, 에미리트항공, 현대자동차, 후지, 도시바, 필립스 등 15개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피파에 각각 4천5백~5천만 달러를 내고 공식 파트너 자격을 따냈다.

    공식 파트너 기업들은 ‘2006 독일 월드컵’ 로고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기장 안에서는 공식스폰서라도 광고를 하지 못하는 올림픽과는 달리 기업들의 홍보장이 돼버린 월드컵을 독점적인 홍보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공식 파트너가 아닌 기업들은 월드컵과 관련한 이미지를 사용하지 못한다. 버거킹은 피파가 제기한 소송에서 패해 월드컵 트로피를 광고에 사용하지 못하고 입장권을 내건 경품 이벤트도 못하게 됐다.

    반면 공식 파트너는 부수적인 홍보효과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안호이저-부쉬는 매 경기마다 베스트선수를 선정한다. 어린이 고객을 집중공략하고 있는 맥도날드는 선수들의 손을 잡고 함께 입장(플레이어 에스코트)하는 어린이들을 후원한다.

    사실 축구경기는 경기 중간중간에 광고가 들어가는 야구나 미식축구와 달리 광고시간이 길지 않은 스포츠다. 그런데도 초국적 기업들이 공식 파트너가 되려고 기를 쓰는 것은 축구가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이고 국가주의가 가장 크게 발휘되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한 조사기관의 전망에 따르면 이번 월드컵은 세계적으로 50억 명이 시청하고 결승전은 전세계에서 3억 명이 시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을 정도다.

    피파의 공식 파트너뿐 아니라 각 나라별로 국가대표팀 공식 후원업체를 따로 두고 있다. 나이키는 한국, 브라질, 미국 등 8개 본선 진출팀을 후원하고 있고 피파 공식파트너인 아디다스는 6개 팀, 푸마는 12개 팀을 후원하고 있다. 국가대표팀끼리의 경기뿐 아니라 각각의 대표팀을 후원하고 있는 스포츠업체끼리의 신경전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미 다음 월드컵에서는 공식 파트너 자격에 드는 비용이 1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6월9일. 축구경기를 보는 건지, 광고를 보는 건지 모를 초국적 기업들의 박람회로 전락한 월드컵이 전세계 축구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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