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쪽 합의속도 빠른데 내용 캄캄 절벽
    By tathata
        2006년 06월 07일 02: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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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FTA 1차 협상이 끝나는 오는 9일까지 한미 양쪽 협상단이 양쪽의 협상안에서 합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통합협정문을 작성키로  한 가운데 노동분야의 경우 다른 분야와 달리 1차 협상을 마치고 이미 통합협정문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노동분야가 속도를 내는 것은 양국간 합의가 비교적 쉽게 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양국이 쉽게 합의한 것은 노동의 요구보다는 자본의 이해를 우선시 하는 양쪽 교섭단의 입장 때문인 것으로 노동계는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양국이 논의 중인 노동분야의 경우 어떤 내용이 어떻게 논의되는지는 철저하게 비밀에 붙여지고 있다.

    김종훈 한국측 수석대표는 “노동 분야의 경우 분쟁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서로 입장차가 있어서 이 대목은 양측의 입장을 병기해 괄호로 묶어 처리했다”고 말했다. 통합협정문의 경우 의견이 일치된 부분은 단일조항으로, 엇갈린 부분은 양측의 입장을 함께 기록하는 식으로 작성된다. 

    여당도 노동부도 모르는 ‘FTA 협상’

    노동 분야의 협상 내용이 비공개로 진행됨에 따라 노동계는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뭘 가지고 싸워야 할지, 전혀 알 수가 없어 답답하기 짝이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해 관계자의 사전 의견 수렴은 커녕 과정 공유도 전혀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한미FTA 반대 원정시위대가 5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앞 라파예트 광장에서 한미FTA 협상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그러나 모르는 것은 노동부와 여당도 마찬가지였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협상이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어 우리도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협상에 참여한 (국제협상팀 직원) 2명을 제외하고는 어떤 내용이 오가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도 사정은 비슷했다. 노항래 열린우리당 전문위원은 “아직 협상을 위한 초안 의제설정 작업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판단하기는 이르다”면서도 “노동분야 관련 내용은 비개방 분야로 임한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측의 요구가 어떤 것이며, 구체적인 협상의 의제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포괄적인 내용만 알고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노동법 불이행시 벌과금 부과할 수 있게

    지금까지 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문서와 미국 상공회의소가 요청한 요구안 그리고 노동계가 추론하고 있는 노동분야 요구안을 종합하면 대강의 밑그림은 그려진다.

    외교통상부가 지난 2일 발표한 협상문 초안 가운데 노동관련 분야를 살펴보면 “양측은 무역투자의 촉진이 노동/환경 기준을 저해하지 않도록 노동/환경법의 집행 노력을 규정”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측은 “체약국이 자국의 노동/환경법의 집행에 실패한 경우, 분쟁해결절차 회부 및 의무위반 판정 시 벌과금을 부과하는 규정”을 마련해줄 것으로 요구했다고 외통부는 밝혔다.

    노동부가 지난 5월에 국회에 제출한 ‘한미FTA 우리측 협정문 (노동분야)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국제적으로 인정된 노동기준 법제화를 위한 노력 ▲무역 투자촉진을 위한 노동기준 저하 금지 ▲현행 노동법을 충실히 집행할 의무 ▲노동기준 준수를 담보하기 위한 제도의 설치 운영 등을 기조로 삼고 있다.

    특히 노동기준 준수를 담보하기 위한 제도와 관련, ‘시정권고’ 불이행시 제재조치로 연간 최대 1,500만달러의 벌과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벌과금은 중립기구에서 노동법 불이행이 무역에 미친 영향과 불이행 지속기간 등을 감안하여 결정되며, 불이행 국가는 양국 합동위원회 명의의 계좌에 입금해야 하며, 미입금 시 문제제기 국가는 무역혜택 정지 등 조치가 가능토록 했다. 입금된 금액은 노동법 집행 개선 노력 지원 등의 용도에 사용된다고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하면, 미국이 한국정부가 국제적으로 인정된 노동법 기준과 현행 노동법을 성실히 집행을 하지 않았을 경우에 벌과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도 미국에 상대로 그럴 수 있다. 이 때의 국제적인 기준은 국제노동기구(ILO)의 협약안과 권고안이 될 가능성이 높으나 아직까지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 따라서 한미가 국제기준을 어디로 설정할 것인가에 따라 노동 분야의 협정 내용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분야, 투자 활성화와 언제든 교환 ‘가능’

    문안 자체로 볼 때는 노동 기준의 유지 확보가 중심이 된 것처럼 보이지만, 한미FTA 협상이 진행되면서 노동 분야는 투자 분야에 ‘종속적 위치’로 전락될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여겨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재화 무역협회연구소 FTA 연구팀장은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한국의 노동법규를 아래로 끌어내려야 하기 때문에, 국제적 노동수준과 투자수준은 모순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며 “투자 협정문이 어떻게 만들어질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혁 금속연맹 정책국장도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동법규의 완화는 필연적일 것으로 본다”며 경제자유무역법을 예로 들었다. 이 법은 경제자유구역 내에서 노동과 환경 관련 규정을 완화하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미 상공회의소가 제출한 한미FTA 협상요구안에도 이같은 규정은 포함돼 있어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미 상공회의소는 노동유연화, 확정기여형 퇴직금제 도입, 파업 시 대체인력 투입 등을 요구했는데 이는 모두 노동 쪽의 요구보다는 사용자쪽의 요구가 중심이 된 것이다. 

    이같은 미국쪽의 요구에 대해 노동부는 "투자로 인해 노동 기준이 후퇴되지 않을 것"이라는 원론적 얘기만 되풀이하고 있으며, 보다 구체적인 것에 대해서는 협상팀만이 알고 있을 것이라는 대답을 했다. 노동부는 또 "미 상의가 요구하는 것처럼 구체적인 내용이 협정문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표하기도 했는데, 노동조건의 후퇴를 정부차원에서 막아야 할 1차적 책무가 있는 노동부로서는 보다 분명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을 경우 무책임하거나 안이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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