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등지권 사회에서
    불로소득 지향 사회로 전락한 대한민국
    [책소개] 『부동산공화국 경제사』(전강수/ 여문책)
        2019년 01월 19일 02: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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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은 해방 후 농지개혁으로 일단 평등지권平等地權(모든 사회 구성원이 토지에 대해 갖는 평등한 권리) 사회를 실현했지만, 그 상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갖추지는 못했다. 공업화와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토지문제의 중심은 농지에서 도시토지로 이동했는데, 문제는 1960년대 후반부터 이와 관련한 대비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의 주범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강남개발이 그 출발점이었는데, 이는 사실 국토개발의 청사진을 구현한다는 식의 거창한 목적이 아니라 경부고속도로 용지 확보와 정치자금 마련이라는, 알고 보면 다소 엉뚱한 목적을 위해 추진한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강남개발은 한강 연안 공유수면 매립사업과 함께 강남지역을 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만들면서 지가 폭등을 불러왔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부동산 투기는 그 후에도 약 10년을 주기로 계속 일어났고, 부동산은 한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최대 화두로 부상했다.

    박정희의 강남개발 이후 한국 사회는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잘사는 사회가 아니라 불로소득을 좇아 민첩하게 움직이는 사람이 잘사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 정치인, 건설업자, 유력자, 재벌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 중산층, 서민층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민이 부동산으로 ‘대박’을 노리는 사회, 그것이 바로 오늘날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다. 부동산공화국이라는 말 외에 이를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부동산 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본 대한민국 경제사

    2018년 한국 사회를 뒤흔든 최대의 유행어는 바로 ‘똘똘한 한 채’였다. 엄청난 기세로 불어 닥친 투기 광풍에 전국이 들썩였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서울, 특히 강남의 아파트값에 대한 기사가 연일 보도되면서 평범한 시민들을 상대적 박탈감과 불안으로 몰아넣었다. 화들짝 놀란 정부가 부랴부랴 9.13대책을 내놓으면서 투기 바람은 어느 정도 잦아들었지만 근본적 대책이라기보다 땜질식 단기처방에 가까워 언제 또 화약고가 터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1960년 무렵 전 세계에서 토지분배가 가장 평등한 나라였던 한국이 어쩌다 너도나도 불로소득에 목을 매는 사회로 전락했을까? 한국의 대표적인 조지스트 학자이자 부동산 전문가로서 실천적 지식인의 역할을 꾸준히 수행해온 전강수 교수가 이 물음에 명확한 답을 내놓았다.

    전 교수에 따르면, 1970년대 이후 한국이 부동산공화국으로 전락한 데는 농지개혁의 한계, 다시 말해 도시토지와 임야를 개혁 대상에서 제외했고 토지 소유 불평등의 재현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한계에다 박정희 정권이 밀어붙인 무분별한 강남개발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평등지권 사회가 성립하고 후퇴한 과정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유례없는 고도성장, 부동산 투기, 기득권세력 형성, 불평등과 양극화, 경제위기 등이 모두 그것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19세기 말까지 미국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세계적 명저 『진보와 빈곤』의 저자 헨리 조지의 사상에 큰 영향을 받은 학자답게 전강수 교수는 기득권세력, 투기세력, 뉴라이트 사학자들의 논리에 맞서 27년간 꾸준히 토지정의를 설파해왔다. 이번 신간 『부동산공화국 경제사』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부동산 문제와 그 해법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시각자료와 친절한 용어해설을 넣어 내용의 이해를 돕는 한편, 쉽고 명징한 문체와 논리로 그동안 일반에 잘못 알려져 온 부동산 문제 관련 신화를 해체하고 진실을 알리는 데 역점을 두었다. 또한 노도와 같은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 출발한 문재인 정부가 반드시 성공하기 위해 취해야 할 구체적인 정책 제안까지 담았다. 지지부진한 개혁에 점차 민심이반이 일어나고 있는 이때가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저자가 내놓은 해답에 일반인은 물론 정책 관계자들도 귀를 기울여 사회개혁의 근본인 부동산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해주기를 기대한다.

    부동산 문제를 둘러싼 거짓 신화와 진실

    전강수 교수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거짓 신화를 먼저 다음과 같이 일목요연하게 지적한다.

    〈신화 1〉 해방 이후의 농지개혁은 불철저해서 개혁이라 부르기 어렵다.

    〈신화 2〉 농지개혁은 이승만의 작품이다.

    〈신화 3〉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은 박정희의 리더십 덕분이다.

    〈신화 4〉 박정희의 강남개발은 우국충정에서 비롯됐다.

    〈신화 5〉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

    〈신화 6〉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신화 7〉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참여정부의 재판再版이다.

    〈신화 8〉 토지공개념은 반헌법적 또는 사회주의다.

    〈신화 9〉 보유세 강화는 조세저항이 강해서 시행이 불가능하다.

    이어서 본문과 에필로그를 통해 위의 신화들이 어떤 면에서 거짓인지를 구체적인 근거를 토대로 조목조목 밝힌다.

    〈진실 1〉 농지개혁은 개혁 후 자작농 비율이 일본보다 높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지주제를 해체해 경제성장의 장애물을 제거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진실 2〉 이승만이 농지개혁을 추진한 목적은 완전히 정략적인 것이었다. 그는 한때 농지개혁 시행 중지를 지시하기도 했다. 농지개혁의 주인공은 조봉암 초대 농림부 장관과 농림부 관료들, 그리고 소장파 국회의원들이었다.

    〈진실 3〉 한국은 공평한 고도성장을 이룬 것으로 유명한데, 그 동력은 농지개혁이 달성한 평등성에서 나왔다.

    〈진실 4〉 박정희는 경부고속도로 용지 확보와 정치자금 조달을 위해 강남개발을 밀어붙였다.

    〈진실 5〉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한국 부동산 정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기념비적 업적이었다.

    〈진실 6〉 이상하게도 문재인 정부는 근본 부동산 정책인 보유세 강화를 극구 회피하고 단기 시장조절과 주거복지에 치중해왔다.

    〈진실 7〉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불패신화와 정면대결을 펼친 반면, 문재인 정부는 단순한 관리에 그치고 있어서, 두 정부 사이에 큰 유사성은 없다.

    〈진실 8〉 현행 헌법은 토지공개념 조항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토지공개념 정책은 친헌법적이다. 또 토지공개념은 불로소득 차단·환수 효과를 발휘해 노력하는 만큼 대가가 주어지는 사회를 실현한다. 이는 사회주의가 아니라 진정한 자본주의다.

    〈진실 9〉 보유세 강화에는 조세저항이 뒤따르지만, 기본소득과 결합하거나 국가재건 프로젝트 시행을 표방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농지개혁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한국 사회가 한때 ‘공평한 농지개혁’을 이룬 적이 있다는 사실에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이승만 정부 당시 초대 농림부 장관을 지낸 조봉암의 공산주의 활동 전력을 문제 삼고 조봉암의 업적을 이승만의 작품으로 둔갑시키는 세력도 있다. 하지만 이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어불성설일 뿐이다. 우리 사회에서 평등지권을 실현한 일대 사건이었던 농지개혁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일제 강점기 당시 극심한 수탈에 시달리다 해방을 맞이한 조선 농민들은 무엇보다 지주의 압박과 수탈에서 벗어나 마음 놓고 생산하고 수확물을 자유롭게 처분하며 식량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왔다고 생각했다.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해방 직후 농지개혁의 문제는 좌우를 막론하고 어떤 정치세력도 외면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회경제적 이슈로 부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한국의 농지개혁에 관한 많은 연구가 축적되어왔는데, 전강수 교수는 그 성과들을 종합해 다음의 요인들이 결합해서 한꺼번에 작용한 결과라고 말한다.

    첫째, 미국의 역할이다. 미국은 남한을 반공의 보루로 삼고자 했고, 그래서 공산주의 세력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다. 농지개혁은 이런 미국 한반도 정책의 일환이었다. 실제로 미국은 미 군정기에 귀속농지를 일반에 팔아 농지개혁의 흐름을 되돌릴 수 없게 만들었으며, 한국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각종 채널을 통해 농지개혁을 강력히 요구했다.

    둘째, 이승만의 정치 전략이다. 이승만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입장에 순응했고, 지주세력을 약화하면서 농민들의 지지를 받기 원했다. 극우 보수주의자였던 이승만이 농지개혁 같은 급진적 개혁조치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그 때문이다.

    셋째, 농민층의 강력한 요구다. 일제 강점기에 지주들에게 고율의 소작료를 수탈당했던 농민들은 해방 후 식민지 지주제의 철폐와 농지개혁의 시행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들의 요구를 무시하고서는 건국과정이 순조로울 수 없었다.

    넷째, 북한 토지개혁의 영향이다. 북한은 1946년 3월 한 달 만에 무상몰수·무상분배를 골자로 하는 토지개혁을 단행했다. 남한 정부가 농지개혁을 실시하지 않는다면 남한 농민들의 마음이 북한과 공산주의 쪽으로 쏠릴 위험성이 있었다.

    이런 배경 아래 마침내 한국은 오랜 세월 이어져온 ‘대지주의 나라’를 ‘소농의 나라’로 변모시키는 엄청난 개혁을 이루어낼 수 있었고, 이는 시대적 상황이 만든 일종의 기적이었다. 나아가 저자는 전 세계가 알아주는 한국인 특유의 높은 교육열에 농지개혁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본다고 덧붙인다. 농지개혁으로 기본적인 평등이 실현된 상태에서 다수의 민중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교육에 사활을 걸게 되었고, 이후 사회에 부패가 만연해 점점 더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상태로 악화될수록 더욱 교육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지 않았을까. 저자의 말대로 이는 “실증 연구가 필요한 흥미로운 주제”다.

    평등지권은 사회주의적 개혁이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농지개혁으로 평등지권 사회를 실현한 세 나라가 있다. 바로 대만·한국·일본이다. 이들 세 나라는 유상몰수·유상분배 방식의 농지개혁을 단행해 공통적으로 높은 장기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토지독점이 심각했는데도 이를 개혁하는 데 실패한 중남미 여러 나라, 즉 페루,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파라과이, 과테말라 등의 장기 경제성장률은 극히 낮다. 이렇듯 각국의 토지분배 상태와 그 후의 장기 경제성장률 사이에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땅은 본디 거저 주어진 ‘천부자원’이기에 한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땅에 대해 평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평등지권’을 거론하면 사회주의적 토지개혁부터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평등지권은 시장경제와 토지의 배타적 이용을 인정하는 반면, 사회주의적 토지개혁은 양자를 모두 부정하고 궁극적으로 토지의 국공유화와 집단적 이용을 지향하기 때문에 이 둘의 성격은 전혀 다르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후 동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인민민주주의 혁명의 일환으로 평등지권의 한 방법인 토지의 무상몰수와 무상분배를 내용으로 하는 토지개혁을 실시했지만, 그 후 농업 집단화 정책을 추진해 평등지권의 이상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사회주의적 토지공유제를 성립시키고 말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작년 한 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부동산 투기 광풍으로 ‘토지공개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토지공개념의 시조는 헨리 조지이며, 우리나라는 1987년 민주화운동의 열기에 힘입어 토지 소유의 집중과 토지 불로소득을 방지하기 위해 토지공개념 조항을 헌법에 명시해놓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사실은 아직까지 일반에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어쨌든 한국의 현행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고 2018년에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했으나 무산된 개헌안에도 들어 있는 토지공개념은 대만에 비해 시기적으로 30년 이상 늦은 데다 내용도 추상적이고 애매해서 그 정신을 담은 법률을 시행할 때면 효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토지공개념 정신을 담은 법률은 늘 반反헌법적이라는 비난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러나 현행 헌법은 여러모로 이미 시효를 다했고 개헌의 필요성이 날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다수 서민이 집값, 임대료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근본적 사회개혁을 단행해야 할 소임이 ‘촛불정부’에 주어져 있음을 생각할 때, 문재인 정권은 이제부터라도 더 적극적으로 토지공개념 사상을 널리 알리고 이전보다 진일보한 평등지권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부동산에 대한 근본 철학을 재정립해야 할 때

    한국에서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환수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한 원인은 무엇일까? 저자는 무엇보다도 먼저 농지개혁 이후 수십 년이 지나는 동안 부동산 불로소득에 사활을 거는 부동산 부자와 토건족이 형성되었고 보수 언론, 경제관료, 부동산 시장만능주의 학자가 이들과 결탁해 강력한 부동산공화국 지배 동맹을 구축했다는 사실을 꼽는다. 연이어 “달랑 집 한 채 가지고 자식들 공부시키며 빠듯하게 살아가는 중산층과 서민층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지배 동맹과 동류의식을 느끼며 지원군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노무현 정부 때의 종합부동산세 반대운동은 어처구니없게도 부동산을 소유한 중산층과 서민층이 부동산공화국 지배 동맹의 조세저항에 동조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꼬집는다.

    2018년 10월 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소개된 부동산 관련 세금에 대한 내용은 충격 그 자체였다. 공시가격 12억 원인 목동 아파트를 한 채 가진 사람과, 총 공시가격이 270억 원에 달하는 가양동 소형 주택 100채를 소유한 임대사업자의 세금을 비교한 내용이었다. 목동 1주택자는 재산세 연 30만 원, 10년 보유 후 매도할 경우의 양도소득세 2,900만 원, 종부세 연 75만 원을 납부하는 반면 가양동 100채 소유자는 재산세와 양도소득세 면제, 종부세 비과세로 관련 세금을 한 푼도 안 낸다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은 사람은 그 임대사업자와 같은 불로소득자들뿐이었을 것이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 ‘갓물주’라는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회자되고 자라나는 세대의 장래 희망 1순위가 ‘건물주’라는 기막힌 현실을 이제라도 바로잡으려면 부동산을 불로소득 창출의 도구인 소유권이 아닌 주거권, 사용권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과도한 불로소득주의자들을 백안시하는 사회 풍토 위에서 근본적인 제도개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땀 흘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잘사는 사회가 되어야 비로소 ‘정의로운 사회’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전강수 교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평등지권의 이상을 실현하려면 세 가지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힌다. 토지 그 자체를 균등하게 분배하는 방법, 국공유지를 확대하고 그것을 민간에 빌려줘서 임대료를 걷는 방법(토지공공임대제), 토지사유제를 유지하되 토지보유세를 높여서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방법(토지가치세제)이다.

    문제는 정책 담당자들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으면서도 노무현 정부 때의 ‘종부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인지 근원적인 개혁에는 눈을 감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희망은 있다. 우선 그때의 시민들과 지금의 ‘촛불시민’은 많이 다르다. 그리고 대다수 ‘촛불시민’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 못지않게 확실한 적폐청산과 사회개혁을 이뤄내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것이다.

    ‘기본소득 연계형 국토보유세’의 제안자가 밝히는 부동산 문제의 근본 해법

    전강수 교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대선의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국토보유세, 기본소득, 지역상품권’을 3종 세트로 결합한 대표 공약을 만든 주역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자신이 이재명 후보를 적극적으로 도운 이유는 이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라고 밝힌 부분이다. 여러 우여곡절과 힘든 과정을 감내하며 그가 끝까지 이 후보를 도왔던 것은 ‘대형 스피커’를 통해 평소 지론을 마음껏 알릴 수 있는 기회라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런 부분이 전강수 교수가 학자의 본분을 망각한 일부 비양심적 ‘폴리페서’들과 구분되는 지점이다.

    이런 전 교수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기념비적인 것이었다고 단언하면서도 종부세가 가진 한계를 명확히 지적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종부세는 극소수의 부동산 과다보유자에게만 부과되기 때문에 증세 여지가 적어서 보유세 강화를 의미 있게 추진하기에는 부적절한 수단이다. 응집된 소수의 격렬한 조세저항을 유발하기도 쉽다. 또한 형평상의 문제도 심각하다. 따라서 전 교수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종부세 대신 국토보유세를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국토보유세는] 종부세와 달리 토지에만 부과하고, 극소수의 부동산 과다보유자가 아니라 전체 토지 보유자에게 부과한다. 건물에 과세하지 않는 것은 건물보유세가 건축 활동을 위축시키는 비효율을 낳기 때문이다. 조세저항 문제를 염려하겠지만 그것은 국토보유세 세수 순증분을 모든 국민에게 1인당 n분의 1씩 분배하는 토지배당으로 해결한다. 국토보유세는 현행 보유세 제도의 근본 문제로 지적되는 용도별 차등과세를 폐지하고 모든 토지를 인별 합산해서 누진과세한다. (232쪽)

    국토보유세 세수 순증분으로 지급하는 토지배당은 생애주기별 배당이나 특수배당 등 다른 기본소득과 결합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순수혜 가구 비율은 더 늘어나고 수혜액도 증가할 것이다. 게다가 토지배당을 비롯한 모든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그것이 지역경제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중략)

    국토보유세를 기본소득과 결합해서 도입할 경우 예상되는 사회경제적 효과를 한번 생각해보자. 국토보유세 도입은 부동산공화국과 부동산 특권에 직격탄이 된다. 이 세금이 본격적인 효과를 발휘할 단계가 되면,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지대추구 경향은 줄어들고 그만큼 생산적 경제가 활성화된다.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보유한 사람들은 필요 이상의 토지를 매각하므로 토지 소유 불평등이 완화된다. 2000년대 후반 이후 토지 매입에 몰두해온 재벌, 대기업도 필요 이상의 토지를 처분하면서 생산적 투자에 관심을 기울인다. 부동산 소유 불평등이 완화되면 자연히 소득 불평등도 줄어든다. 더욱이 지가와 부동산 가격의 하향 안정화로 주거비용과 창업비용도 하락한다. 이렇게 되면 임금 부담과 높은 토지비용 때문에 해외로 나갔던 기업들의 회귀 가능성이 높아진다. 모든 국민이 토지배당을 받게 되면, 국민의 주권의식에도 큰 변화가 일어난다. 자신이 민주공화국의 실질적 주인이라는 의식이 생겨나는 것이다. 어떤가? 실로 놀라운 변화가 아닌가? (236~237쪽)

    그 밖에도 저자는 ‘특권이익 있는 곳에 우선 과세한다’는 것을 조세제도의 제1원칙으로 수립해서 실행하자고 제안한다. 국토보유세 도입 외에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으로 재벌·대기업 법인세 중과, 누진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상속세·증여세 최고세율 인상, 자연자원 이용료와 환경오염세 정상화 등을 꼽는다.

    이 모든 것은 사회적 공론화 과정과 구성원들의 합의를 전제로 하며 더욱 세밀한 정책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수십 년간 누적된 고질적 사회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특효약은 없으며, 그 어떤 정책도 모든 국민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다만 각계 전문가와 정책담당자들이 민주공화국의 대다수 성원을 위한 정책을 개발 제안하고 널리 알림으로써 사회적 대타협을 토대로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해나갈 수 있을 뿐이다. 심각한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는 명약관화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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